나는 왜 홈스쿨링을 하는가?

홈스쿨기사



나는 왜 홈스쿨링을 하는가?

박진하 0 2,029 2004.08.03 19:47
다음 글은 제가 재능교육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

나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군복무중인 형락이, 15살인 은혜, 그리고 4살인 늦둥이 은선이다. 이렇게 아이들 나이 차이가 많아서, 첫 아이를 키운 경험을 작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적용할 수 있었다. 내가 유학과 교환교수 등의 일로 인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는 동안 큰 아이는 7년간 7번 학교를 옮겼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국에서 키울 생각으로 기러기아빠 생활도 했었다. 1년 반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이것은 온전한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저 돈 벌어다주는 기계일 뿐이었다. 그래도 아들이 미국에서 평생을 살고 싶어 한다면 아들을 위해서 그렇게 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도 평생 살 곳으로는 한국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설득해서 온 가족이 귀국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고3 학부모로 입시경쟁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작은 아이들을 홈스쿨링하게 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엘리트 교육보다는 참교육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내가 홈스쿨링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는 아무런 문제없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시작한 것은 자녀를 좀더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엘리트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과중한 학습과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이의 인격을 파괴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며, 친구들로부터 바람직하지 않는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가치관에 물들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욕을 사용하지 않으면 또래집단에서 어울 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아가 완숙할 때까지 학교를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큰 아들은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고 비교적 잘 컸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경건성과 도덕성 그리고 성품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부모의 가치관과 친구의 가치관이 다르면 친구의 가치관을 따르는 것이 아이들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면 부모를 특이한 분 정도로 인식했다. 즐겨듣는 음악이나, 여자 친구 사귀는 문제, 취미활동,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 등에서 나는 아들과 부딪혔다. 나는 이렇게 된 이유가 세속 교육 속에 아이를 맡겨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딸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가정에서 내가 허락하는 친구들만을 사귀면서 나의 가치관을 심어주면서 키우고 싶었다.

직접적인 계기

보다 직접적으로 홈스쿨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험 때 딸을 가르쳐 보면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시험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리 부부는 딸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다. 하루는 딸이 자기는 이렇게 좋은 부모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엄마 아빠는 시험성적에 대해서 자기에게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아서 너무 고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험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자 학원을 가겠다고 했다. 학원에 안다니는 아이는 자기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원에 보냈더니, 이번에는 학원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 진도 따라가게 과외를 시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은 못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배우던 피아노 레슨도 그만 두었는데도 도무지 시간이 없었다.
하루는 시험을 앞두고 사회과목을 빵점 맞을 것 같다고 넋두리를 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저녁을 먹고 내 연구실로 불러서 함께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7시에 시작해서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사회 시험 범위의 절반을 할 수 있었다. 이튿날도 그렇게 했다. 교과서를 함께 읽으며 모르는 부분은 설명해주고 외워야 할 것은 밑줄을 긋고 이렇게 하니 이틀 만에 한 과목을 마칠 수 있었다. 밤 12시에 연구실을 나오는데 계단을 팔짝팔짝 뛰면서 즐거워했다. 늦게까지 공부해서 피곤할 텐데 왜 저렇게 즐거워할까하는 의문이 들어서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도 못하고, 집에 가서 해야지 하면서도 집에 오면 안 하게 되고, 그것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혼자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스트레스만 쌓여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설명을 듣고 아직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이제 이해는 했으니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내가 그 동안 너무 내 자식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학교에서 매일 남의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서 강의준비도 하고 시간을 쓰면서 정작 내 자식은 학교에만 맡겨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두 번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직접 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자녀를 가르치는 재미 때문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자식을 가르치다 보면 울화가 치민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아이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 아이의 부족한 점을 내가 찾아서 채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완전히 없어졌다. 내 기대보다 못하면 이것이 부족한 부분이었구나, 빨리 채워주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반가웠다. 그리고 자주 가르치니 자식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화도 사라졌다.
그리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자식을 가르치는 기쁨이 얼마나 큰가를 알게 되었다. 농부가 자기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부모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데, 자녀의 지혜가 자라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그 이상이다. 가르치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자식에게 적용하니 그 즐거움이 배나 더했다. 또 아이를 가르치면서 부수적으로 얻은 것은 아이가 부모의 권위에 순복한다는 것이다. 학업을 배우면서 저절로 부모의 인성지도에도 순복하는 모습을 보았다.
과거에는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어도 아이가 배울 시간이 없었다. 아이의 시간과 부모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어쩌다 시간이 좀 나면 쉬고 싶다고 하고 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하니 시간이 많아서 읽히고 싶은 책도 읽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기독교 교육을 하고 싶어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그런데 국내에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쓰여진 교과서가 없었다. 그래서 국어, 국사, 수학 과목들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크리스천 홈스쿨링 교재를 사용했다. 미국에서 3학년까지 밖에 다니지 않아서 딸이 중학교 과정을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좋은 점은 별도의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영어 실력이 자란다는 것이었다. 공교육현장에서는 모든 과목을 한국어로 배우니 영어 읽기 능력과 어휘력이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생이 되어도 은혜의 영어 실력은 초등학교 3학년 실력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영어학원도 보냈고, 방학에는 미국에 어학연수도 보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하면서 영어 교과서와 한국 교과서를 함께 사용하니 저절로 두 가지 언어를 꾸준히 공부하는 효과가 있었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나니...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나서 딸과의 갈등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TV의 쇼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을 보는 딸과 갈등이 많았다. 부모가 시키는 피아노와 첼로 연습은 거의 하지 않고, 책도 거의 안 읽었다. 나무라면 이런 것을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반발을 하곤 했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하고나서는 이러한 갈등이 거의 없어졌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딸에게 학교 다닐 때와 비교해서 어떠냐고 물었다. 딸의 대답이, “아빠 나 학교 다닐 때 공부하나도 안했어요. 지금은 엄청나게 많이 공부하는 거예요” 그랬다. 무슨 말이냐고 하니 학교에서는 그냥 필기하라고 하면 필기하고, 몰라도 물을 수도 없고, 그러니 그냥 진도만 나갔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모르는 것을 복습하면 되지만 학교에 다녀오면 피곤하고 다른 것도 해야 하고 하다보니 그냥 시간만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공부하니 모르면 질문을 할 수 있고, 모르면 진도를 나가지 않으니 좋다는 것이다. 나는 홈스쿨링의 또 하나의 장점은 맞춤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너무 쉽고, 국어와 사회는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질문을 할 수도 없고, 더 수준 높은 것을 배우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집에서 공부하면서 헤리 포터를 영어로 읽었다. 그리고 영어 단편 소설들을 읽는다. 세계사도 영어 교재로 하니 다소 어려운 단어도 있지만 한국어로 배울 때와 이해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내가 홈스쿨링을 한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학교에 안 다니면 사회성이 부족해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사회성이란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학교에 서 배우는 사회성이란 같은 또래끼리의 폐쇄적인 사회성이다. 반면에 홈스쿨링으로 자란 아이들은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기와 나이가 다른 형제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폐쇄성이 오히려 적다. 그리고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서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들끼리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고, 주말에 태권도도 배우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캐나다에 함께 어학연수도 갔고, 작년겨울에는 스케이팅 교실도 열었으며, 스키 캠프도 가졌다. 이밖에 우리는 부모들과 함께 도자기 수업도 받고 실습도 하고, 파티도 부모들과 함께 했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으로 자란 아이들이 학업성취도 면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훨씬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보고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레이 볼만(저), <홈스쿨링> , 규장, 제4장 참고)
앞으로 영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영어권으로 유학 보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기유학이 자녀들의 정서 발달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어린 자녀를 혼자 해외로 보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해 본 기러기 아빠 생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녀의 정서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고, 가정이 해체되지 않고, 가족간의 건강한 유대감을 가지면서, 자녀에게 부모가 원하는 가치관을 심어주면서, 영어 교육도 효과적으로 시키며 학업능력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홈스쿨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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