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은 학교 안보내요

홈스쿨기사



우리집 아이들은 학교 안보내요

박진하 0 1,781 2004.07.02 23:21
"우리집 아이들은 학교 안보내요”
[한겨레] 2003년 05월 25일 (일) 22:00

노성대(54) 김종우(47)씨 부부는 아이들을 가정교육(홈스쿨링)으로 키웠다.
큰아들 재경(23)과 딸 현성(22)은 집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서울산업대와서울대에 다니고 있다.

둘째 아들 재혁(13)은 지난 17일 초등학교 학력 인정을받기 위해 검정고시를 봤다.

재혁이는 중․고교 과정도 집에서 마칠 계획이다.

“아이들을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겸손하게 남을 섬기며 더불어 살아가는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어요.” 가르치고 기른다는 의미에 대한 김씨의 답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는 데 학교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서로경쟁하도록 요구하고 패배한 사람에게는 낙제생이라는 딱지를 붙여 저급한인간으로 규정합니다.” 큰아들․딸 집에서 중고과정서울산업대․서울대 입학 김씨 가족이 가정교육을 처음 실행에 옮긴 것은 현성이가 5학년 때다.

딸아이로부터 선생님의 개인 심부름까지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걸 알면서였다.

반장에 선출되면서는 매를 맞고 오는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맞을 일을 했겠지’라고 생각해 아이에게 참으라고 말했지만 그게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여러 차례 매를 맞았다는 얘기를듣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매를 맞는 일이 잦아지자 현성이는헛기침을 하는 틱장애까지 생겼다.

그동안 김씨는 학년이 바뀔 때 담임 교사를찾아가 그동안 아이를 가르쳐준 데 대해 인사를 한 것 외에 학기 중에 학교를찾아간 적이 없었다.

촌지를 준 적이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원칙’을 깨고학교를 찾았으나 담임 교사는 아이가 문제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다른 선택이없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무단결석할 경우 부모가 고발된다는 협박섞인 공문을 받고 두렵기도 했지만 “아이가 마음이 아파 학교에 못 간다”는 말을비웃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었다.

결국 한달 동안의 휴학 뒤 아이들을전학시켰지만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김씨 가족은 ‘현성이 사건’이 있기 전에도 가정교육을 꿈꿔왔다.

노씨는 여섯아이를 가정교육으로 키우고 있는 대학 선배집을 다녀올 때마다 “참 탐나는아이들”이라며 가정교육의 장점을 얘기했다.

노씨는 총신대를 졸업한 뒤 목회자의길 대신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을 고민해 왔다.

“가장훌륭한 전도는 자녀를 낳아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라는 이들 부부의 말은가정교육을 고민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건’이 있은 지 3년 뒤에 가정교육을 실행에 옮겼다.

김씨는 날짜도또렷이 기억했다.

1996년 1월3일.

현성이를 자퇴시킨 날이다.

재경이는 중학교를졸업한 뒤 고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날 아이들책상의 책을 치우면서 “그동안 학교 다니느라 고생 많았다.

1년 동안 놀기만하자”고 했다고 한다.

“대신 하나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보자”며 국한문혼용성경책, 성경주석 그리고 강설집은 남겨뒀다.

몇달 동안 아이들과 신문과텔레비전을 본 뒤 토론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으면서 즐겁게 놀았다.

유일한공부는 성경쓰기였다.

13살 막내아들 데리고 산으로 들로 ‘산 공부’ 하지만 문제는 김씨한테서 시작됐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만히 두면 2등은 할아이들인데 내가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검정고시라도 치게 하자고 남편에게말했다가 “아이들 잘 노는데 웬 걱정이냐.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한다”라는핀잔만 듣고 혼자 펑펑 울었다고 한다.

친지들의 질책은 더 힘들었다.

시아버지는“멀쩡한 애들 바보로 만들거냐”고 호통을 쳤고 시숙은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내가 키워줄테니 큰 집으로 오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친정 언니도 “너만신앙생활 하냐”고 난리를 쳤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김씨의 불안과 달리 아이들은 잘 적응했다.

4개월쯤 지나자 아이들이 스스로놀이와 공부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다녀오기도 하고도서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태백산맥> <혼불> <토지>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역사소설을 빌려다 읽기도 했다.

조금 더 지나자 아이들은 교과서에도 관심을보였다.

노씨는 조심스럽게 현성이에게 검정고시를 볼 것을 권유했고 현성이는 그해 8월 중등학력인증 검정고시에서 수석을 했다.

이 일로 가족들은 자신감이생겼고 친척들의 질책으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고등학교 과정도 스스로 해나갔다.

과외도 필요 없었다.

아이들은 수학 문제하나와 사흘간 씨름하면서 ‘문리’를 깨우쳐 갔다.

필요할 경우 <교육방송>과강의테이프를 구해다 반복해서 들었다.

한 살 터울인 재경이와 현성이는 서로도와가며 고교과정을 마쳤고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다.

가정교육으로 자란 아이들은 사회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김씨네아이들은 친구들이 많다.

이사간 집에 도배를 할 때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이 줄을섰을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언제나 겸손히 남을 섬기라”는 부모의 가르침을실천하려 노력하기 때문일 것으로 여긴다.

“어디를 가든지 남에게 무엇을 해줄며도와줄까를 생각하는데 미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공부나 졸업 뒤 진로에대해서도 김씨는 다르게 얘기한다.

“콩팥을 떼어주면 한번밖에 남을 도울 수없지만 능력을 기르면 남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지 않느냐.

남들이 인정받는일보다는 네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는 게 그가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말이다.

이제 김씨의 관심은 막내 재혁에게 쏠려 있다.

어릴 때 입양한 재혁이는 한 팔이없는 장애아다.

재혁이를 “하나님이 준 소중한 선물”로 생각하는 김씨는 위의 두아이가 집에서 공부하는 동안 재혁이를 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산 공부’를시켰다.

환경연합 나무학교, 한살림 어린이 생명학교, 남산과학관, 대학로연극공연, 일본 생활협동조합 방문 등등.

재혁이가 중학교 과정을 배울 나이가되면서 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재혁이와 함께 집에서 보내려고 한다.

두 아이를집에서 키우면서 “공부는 스스로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격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입신양명이나 부모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뤄지도록낮은 곳에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할, 예수님의 성품을 닮은 아이로 키우는 데있다”며 “정말로 자녀를 사랑한다면 가정교육을 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최근 자신의 가정교육 경험담을 담은 책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안가요>(대화출판사)를 펴내기도 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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