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의 역사와 현실

홈스쿨기사



홈스쿨링의 역사와 현실

박진하 0 2,828 2004.07.02 00:00

때로 홈스쿨링에 대해 오해를 하기는 사람들은 이것을 소수 '나잘란 맛에 사는 부모들'에 의한 부산물 쯤으로 여기고 있더군요.


'니 딸이 천재야? 아님, 바본가부지?'


'투사 났네... 얌전히 살어.'


뭐 이런 이야기 듣는 일에 둔감해지지 않고서는 참 정신적인 고통과 부담감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더구나 어린아이들을 놓고 바보니, 천재니 뭐 그런 소리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수와 성희는 화가 나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말도 많은 홈스쿨링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성희가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조사한 바로 홈스쿨링은 197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종교적 보수주의자들로 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 사이 세계를 지배한 히피문화와 반전세대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그렇게 일찌감치 홈스쿨링을 시작한 미국은 현재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청소년 수가 1백5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더구나 홈스쿨링이 합법화된 93년 이후부터는 홈스쿨링 인구가 매년 15%에서 20%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만 1년에 2, 3차례 정도 교육관계자가 해당 가정을 방문해서 교육 실태를 확인한다는 조건으로 홈스쿨링을 인정하는 거라네요. 아이의 인권을 위한 장치라면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간섭을 위한 감시의 차원이라면 좀 문제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획일적인 제도교육의 대안으로 홈스쿨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로 있습니다. 영국은 약 1만 가정, 일본은 약 7천 가정에서 재택교육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영국에서는 '대안교육 (Education Otherwise)' 이라는 전국 규모의 재택교육 단체가 활동중이고 일본도 '등교거부를 생각하는 전국 네트워크' 등 10여개의 관련 모임이 있다고 하네요.


그럼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요? 1977년 '대안교육'이란 단체의 설립으로 우리나라의 홈스쿨링은 시작되었습니다. '대안교육'은 점차 가정학교운동으로 발전되었고, 현재는 대안교육 전문지를 발간하는 '민들레'등을 비롯하여 10여개의 단체들이 홈스쿨링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 일부에서 1백여 가정이 홈스쿨링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재 전국의 1천여 가정이 홈스쿨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중앙일보99.5.31)고 하네요.



홈스쿨링을 고민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 안가면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을꺼야.'


'애 바보 만들려고 그래?'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과 사례보고들에 따르면 그것이 그리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작년 런던대학의 앨런 토머스 교수는 <가정에서 아이 교육하기>(Educating Children at Home)라는 저서를 통해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가 더욱 창조적이고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토머스 교수는 오히려 가정학교 아이들의 독서능력이 뛰어나고 더욱 창조적이라고 지적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네요.


또한 '민들레' 3호에 게제된 대담 중 박형규(작은누리 아버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사회적응력 또는 사회성에 관한 거예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꼭 다시 반문합니다. “과연 흔히들 말하는 사회성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가? 도대체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또 “지금 제도권 학교가 참다운 사회성을 길러주는가?” 하고요.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사회적응력 내지는 사회성이라는 것은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위주의 삶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자리잡고 출세할 수 있는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거기에는 진정한 어울림도 보살핌도 없습니다. 그저 먼저 가면 제일이고, 옆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1등이면 칭찬받습니다. 그렇다고 개성은 있나요. 조금만 튀면 왕따되기 십상이고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사회성 내지는 사회적응력을 가지고 자라기를 원치 않습니다. 적어도 가정학교에서 추구하는 사회성은 인간이 지녀야만 하는 진정한 ‘공동체적 품성’입니다. 이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리짓는 그런 ‘패거리화’가 아니라, 올바로 선 ‘나와 너’가 함께 만드는 생동적이고 서로를 살리는 작용으로서의 사회화입니다. 가정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은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경험하므로 이를 통해서 구체적이고도 살아있는 사회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훨씬 더 자유롭고 주체적이라서 자기가 선택한 삶을 위해서 자기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더 올바르게 사회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홈스쿨링을 하면 '사회성이 뛰어난 바보'가 되는 걸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군요.


홈스쿨링의 교육효과는 일반 학교교육에 비해 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릴랜드 주립대 교육자료연구소가 지난달 홈스쿨링 학생들의 학력평가 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70%선으로 일반학생 성적 (평균 50%) 을 크게 웃돌았다고 합니다.(중앙일보99.5.31) 또한 2000년 5월 말 미국에서 개최된 '스크립스 하워드 전국 스펠링 비'대회에서 우승한 미주리 출신의 조지 에이브러햄 탬피(12)와 2위를 차지한 캘리포니아주의 샨 콘리(12), 3등의 앨리슨 밀러(14)가 모두 집에서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전체 참가자중 15퍼센트 밖에 안되는 홈스쿨링학생이 상위권을 모두 휩쓴 것입니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전국 지리 경시대회에서도 2등을 차지했다는 탬피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세상에 대한 모든 지식을 배우고 있다" 며 "학교 교육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집에서 부모로부터 틀에 짜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고 하네요.



성희와 정수는 위의 '성공'사례들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 생각하여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홈스쿨링은 그것이 소수라 할지라도 대안적이고 의미있는 교육방식임에 틀림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부모와 문제가 있는 아이의 돌출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홈스쿨링을 저지하거나 일방적으로 무시하려는 제도교육기관들의 행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군요. 성희와 정수는 물론 홈스쿨링의 활성화와 합법화도 바라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새로운 시도들이 획일적인 사회속에서 꿋꿋이 살아 남아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답니다.


소수는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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