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교육을 독점해서는 안됩니다

홈스쿨기사



학교가 교육을 독점해서는 안됩니다

박진하 0 1,816 2004.07.01 23:59

<대담> 우리교육 1999년 3월호


일시 1999년 2월 5일(금요일) 오후 3시∼5시
장소 <민들레> 사무실
대담자 현병호 ( 민들레 편집인)
박복선 (우리교육 중등 편집부장)
정리 이선희 기자



: 먼저 민들레를 내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처음처럼』이 있는데 따로 잡지를 내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저는 부모들이 볼 수 있는 잡지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독자층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일 겁니다. 『처음처럼』은 아무래도 학자나 교사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하는 언어도 전문적이예요. 『민들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합니다. 지금의 학부모들은 선착순 논리에 따라 학교에 다녔고, 다시 자신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학교에 말입니다. 학교에 문제가 많긴 한데,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거지요.
민들레 창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학교에 기대를 걸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교에 힘을 실어주지 않기. 그것이 또한 학교를 바꿀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교육은 곧 학교교육'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봅니다. 학교가 바뀌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만큼 우리는 학교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거지요. 학교의 교육 독점을 막고 우리 자신들의 교육의 권리를 되찾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학교도 그에 맞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즉 막연히 문제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받았던 교육이 뭐가 문제인지 학부모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대안을 찾아 보기 위한 겁니다.
현재의 대안교육은 `대안교육=대안학교' 식인데, 이것은 결국 `교육=학교교육'이라는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교육을 학교교육과 동일시하는 것인데, 그걸 깨보자는 거지요. 이것만 깨도 상당히 변화할 거라고 봐요. 학교 밖 모든 현장도 교육 현장입니다. 학교 밖에서도 수준 높고 중요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대안학교에 들이는 비용이나 노력 일부만 들여도 학교 밖 자원을 활용하면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데로 관심을 돌리고 싶습니다.



: `학교교육을 해체하라'는 근본적이고 과격한 구호를 내 걸었는데요, 현재 학교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학교라는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까?
: 저나 『민들레』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다른 분들의 생각이나, 학교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학교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정치가들이나 교육학자들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가능하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 체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학교가 교육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학교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과연 그런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사람보다는 학교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학교에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학교교육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홈스쿨링(home schooling, 가정학교 혹은 재택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캐나다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시작한 `원더 트리(영어 표기)'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가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민들레에도 소개되었는데, 입양한 아이들까지 모두 아홉 명의 아이가 있는 `작은 누리'라는 가족공동체가 있어요. 이 집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체험하고, 책 읽고 토론하고,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합니다. 직접 목수일도 해보고 농사도 지어보고 여행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거지요. 물론 아직은 별난 가정 이야기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이런 것이 더 이상 가십거리가 아닌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런 방식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경쟁과 폭력만 가르친다고 느끼는 부모들에게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학교가 교육을 독점한다는 지적은 많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간헐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독점이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이야기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교육을 독점함으로써 생겨나는 폐해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경제에서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했습니다. 교육의 독과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무교육이 되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경쟁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을 가르치고, 남을 딛고 살아남아 성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가르치지요. 이번에 우리가 `교육통화 시스템'을 만든 것도 경쟁을 강요하는 체제를 바꿔보자는 취지 때문이었습니다.



: 잡지에 실린 글을 보니 `학교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근대적 의미에서의 학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것은 진보의 상징이었습니다. 물론 학교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한편으로는 봉건 귀족들이 독점하던 문자와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학교의 위상과 역할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런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이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반대하시나요?
: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자르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 비용을 `사회교육'이란 보다 넓은 영역의 자원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지금의 학교교육의 질이 높아질지 의문스럽습니다. 컴퓨터를 가르치라고 학교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컴퓨터는 무용지물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이나 집에서 컴퓨터를 배웁니다.



: 민들레는 학교 개혁 논의와는 무관하게 `학교 밖'에서 학교를 비판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공유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다녔고, 지금은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반성적으로 돌아보자는 것이 민들레의 모토라고 할 수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의 학교와 얼마나 어떻게 공존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민들레 활동에 아주 열심히 참가하시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민들레는 학교에 대항하기보다는 교육의 본질을 충실한 교육 방식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게 홈스쿨링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형식이 어떻든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학교가 아니라도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톨스토이가 농노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학교를 세우는 게 혁명이 될 수도 있고, 학교를 없애는 게 혁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지요. 적어도 지금의 학교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습니다.



: 결국 `학교 해체'가 아니라 `새로운 교육의 질서'를 만드는 데 관심의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굳이 학교에 대해 적대적이냐 아니냐는 따질 필요가 없겠습니다. 학교가 어떻든 상관없이 무언가 다른 것을 찾아보겠다는 시도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대안학교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서 자신들의 색깔을 보이는 것이고, 민들레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우리 색깔을 내면 되는 겁니다. 소외된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교육'이라면 필요한 것이고, 교육개혁은 그 점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홈스쿨링 운동이 공교육을 비롯한 기존의 제도교육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는 홈스쿨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의 교육 프로그램에 필요한 교육자원을 지원받는 것입니다. 일종의 협력 프로그램 같은 것이지요.



: 대안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대안교육의 이념이나 방식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계층으로 볼 때, 다분히 중산층 지향적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들레에서는 다른 대안학교 운동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 대안학교는 대개 기숙 학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계라고 한다면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과 학교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에 뿌리 내리지 않고, 자신의 삶의 터에 대한 애정을 심어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이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중산층 운동이라는 점보다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자유학교(free school)를 보면 쉽게 시작하지 않습니까? 자기 아이나 이웃 아이 하나 둘 데리고 창고 같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대안학교는 너무 형식에 치우치는 면이 있는 거 같아요. 몇 년씩 준비하고 ..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교육 형태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젠 그런 것들이 생겨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창간호에서 홈스쿨링을 집중적으로 다루셨는데, 홈스쿨링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의 예로 보신 건가요? 저는 홈스쿨링을 제대로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잡지 어딘가에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는 말을 본 것 같은데, 사실 이게 정말 어려운 거죠. 교육적 안목과 경제력, 그리고 다양한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면 이건 불가능한 겁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생산적 모델이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 사실 홈스쿨링은 중산층 운동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엉망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낸 학교를 넘어서 에서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공동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홈스쿨링도 가정학교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여러 가정이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한 `원더 트리'가 좋은 모델이지요. 한 가족이 학교를 만드니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찾아 와 작은 사회가 만들어 졌죠. 앞으로 보충수업도 폐지된다니, 아이들 자신의 시간이 늘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습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런 모임이 가능하지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든지, 춤이나 그림, 놀이를 배우는 방과후 공부방, 써클 활동 같은 거지요. 실제로 이런 게 학교 교육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교육의 한 부분이라는 걸 의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학교 교육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인성교육, 써클활동, 봉사활동 등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학교에 요구하는 격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학교교육의 본령은 `교과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가 교과교육을 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을 교육개혁이라고 봅니다. 다른 부분은 가정과 사회의 몫으로 돌려야 합니다. 적어도 서로 협조해야 합니다. 대안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교과교육을 반대하거나 소홀하게 여기는 분도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체계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필요합니다. 저도 학교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럴 능력이 없어요. 학교가 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지식 교육이라 해도 학교의 방식은 좋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배우고 싶은 욕구나 세상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신기함을 느끼고 열의가 있잖아요. 그걸 제대로 살리기만 해도 지식교육은 그냥 되는 거라고 봅니다. 서머힐에서는 공부를 안 하다가도 자발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2-3년만 공부하면 대학에 합격하잖아요. 학교가 실패하는 건 아이들의 타고난 욕구를 오히려 꺾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성이나 지식에 대한 욕구만 잘 살려도 교육은 성공합니다. 그것을 학교에서 싹을 자르고 서열화나 성적으로 열등생, 우등생 순위를 매김으로써 경쟁이나 이기심 같은 나쁜 면을 키운다고 생각해요.



: 교육이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사회체계가 너무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우리는 그런 자연스러운 교육을 할 터전 자체를 잃어 버린 거 아닙니까. 어느 정도 인위적이고 관리적인 교육은 불가피하다고 보는데요. 이런 시스템은 너무 거대하여 대안교육이 이 벽을 넘어서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지금 상황을 보면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길들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창의적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지요. 분명한 것은 이걸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 홈스쿨링이나, 학교를 넘어서 에서 말하는 학습사회 구상은 사회 제도적인 변화, 이를테면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사회 교육 시설의 확충, 학력 중심의 인사 제도의 변화 같은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할 텐데요, 결국 대안을 찾는 사람들의 세력화가 필요한 거 아닙니까?
: 그 부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홈스쿨링도 결국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교육부에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되겠지요. 지금 당장은 의무교육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 중입니다.



: 교육부에서 문제를 일으켜 주는 게 홍보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우리 나라에서는 `부등교(不登校) 운동' 같은 움직임은 없습니까?
: 개인적인 차원에서 있긴 있지요. 고등학생 같은 경우는 자퇴가 많잖아요. 학교가 싫어서, 대학 진학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 말입니다. 사실 부모나 아이들이 자퇴에 대해 좀더 긍정적으로 보도록 책을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아니 선생님들이 학교에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십여 년간 학교에 다닌 결과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자신에 대한 신뢰도 잃은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너만 못할 거 있느냐'는 부모를 볼 때도 그렇고요. 서로서로 최악의 선택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미국에서 `청소년 해방의 길잡이', 뭐 그런 이름으로 책이 나왔습니다. 그 책은 자퇴를 부추깁니다. 어떻게 학교를 그만둘 거냐. 어떻게 바람직한 길을 찾아갈 수 있느냐,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지요. 우선 학부모들이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중 고등학교 시절이 고통스러우셨습니까?
: 전 고3 초까지는 문제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어요. 교련 시간은 정말 못마땅했지만. 내가 받은 교육에 대해 분통이 터진 건 대학 다닐 때, 언젠가 서머힐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면서였어요. `열중 쉬어! 차렷!' 속에 폭력성, 억압, 복종 그 모든 것이 담겨진 게 우리 세대의 교육이었어요. 그렇게 제식훈련을 받고 학교 다녔지만 우리의 질서 의식은 아주 낮다는 건 그런 교육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민들레를 통해 우리가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거울 들여다보기'를 하는 겁니다.



: 『우리교육』은 처음처럼에 민들레까지 나오니, 이젠 우파 잡지처럼 느껴집니다.(웃음) 제도권 잡지라고나 할까요.
: 10년 뒤에 민들레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책이 `뜨겁다 보니까' 읽고는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다고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교육에 누구나 응어리진 부분이 있고 그래서 공감대가 큰 것 같습니다.



: 정리하자면, 민들레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학교의 교육 독점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점을 분산하고 자발적으로 자기가 선 공간에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 가는 시도라고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 그야말로 시도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이렇게도 해볼 수 있다, 이렇게도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들 꿈이 있고, 재미나게 살아보려는데 사실 그게 꿈만은 아닐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삶의 다양성, 삶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잊어버리고 주어진 코스대로 걸어가고 있으니까요.



: 민들레 창간호에서 소개한 `교육통화시스템'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 거래가 이뤄지기는 합니다만 활발하지는 않아요. 지역통화가 지역에서 활발해지려면 공동체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선 공동 의식을 가진 정기구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서울지역에서라도 서비스를 늘리고 운영자가 신뢰성 있게 중간역할을 해야지요. 앞으로 회원 모임도 열리고 서로 알게 되면 연대감이 생기고 좀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이상적인 시스템은 못되더라도 사람들이 배우고 싶다면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실험하는 겁니다.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울 사람이 2월 말이면 다섯 명 정도 됩니다. 또 정보를 나눈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지요. 처음엔 교육통화 시스템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어요. 새로운 교육시장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군요. 저도 그렇고, 사람들이 돈 내고 배우는데 익숙해 있어요.



: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가 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겠지요. 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삶을 풍요롭게 할 별다른 특기를 기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 가르쳐 줄 만한 것이 없어요. 저 같은 사람은 뜻이 있어도 가입하기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부분도 있지요. 단순 기술 같은 것은 가까운 데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 배워도 충분하잖아요.
: 그래서 그런지 술 마시고 얘기 들어주는 건 할 수 있겠다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저도 제가 정말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고 회원수가 최소한 200명 정도는 되어야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 끝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죠.
: <민들레>에서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교사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대안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위한 `배움의 숲'(정식명칭 민들레학림(學林))이라는 상설과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2월 말부터 대구에 공간을 마련해서 시작하는데 1차 주제는 슈타이너 교육입니다.



: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민들레' http://user.chollian.net/~mindle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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