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현장을 가다…경북 영천 서경희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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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현장을 가다…경북 영천 서경희씨 가족

박진하 0 2,249 2006.04.25 17:24

오전엔 좋아하는 영어원서 읽기
오후엔 밖에 나가 봉사·취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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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gif ◇지난달 27일 홈스쿨러 김수민(오른쪽)양이 경북 영천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신문기사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5+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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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획일적인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과 공교육 질 저하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에서도 점차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홈스쿨링(Home Schooling)이란 말 그대로 학교 대신 집에서 교육하는 방법으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공교육의 대안으로 홈스쿨링을 선택하고 싶어도 정보 부족과 공교육 포기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망설이는 부모도 많다. 이미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에선 어떤 식으로 운영하며, 성공 조건은 무엇인지 경북 영천에 사는 서경희(41·여·주부) 씨 가족을 통해 알아보았다.

◆하루 일과는 이렇게=지난 3월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한 서씨의 딸 김수민(15·여)양의 수업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 소설을 읽는 것부터 시작된다. 최근 ‘키다리 아저씨’ ‘해리포터’ 시리즈 등을 원서로 읽고 있는 김양은 이 책을 다 읽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볼 계획이다. 김양은 오전 10시까지인 영어 소설 읽기 시간에 틈틈이 영문신문도 읽는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자막 없이 영어권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김양에겐 가장 재밌는 시간 중 하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막 없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영화 내용의 70∼80% 정도를 이해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특정 과목을 강요하거나 공부시키지 않는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하는 일간지 사설·기사 스크랩은 부모가 제안한 교육 방법이다.

특정 과목에 치중하지 않도록 하되, 시사나 사회 문제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과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어머니 서씨는 “스크랩이 끝난 뒤 토론을 하지만, 일반학교처럼 아이에게 답을 제시해 주는 방법은 피하려고 노력한다”며 “부모는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독립성, 사회성 함양이 가장 큰 소득=서씨는 “홈스쿨링을 하기 전에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이 사회성이고, 홈스쿨링을 한 이후 가장 만족하는 부분도 사회성”이라고 말했다.

홈스쿨링을 하기 전까지는 홈스쿨링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렸지만, 직접 접해본 다음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사회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양도 오전에 공부를 다 끝내고 오후가 되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에는 장애인 봉사활동, 수요일에는 ‘오카리나(점토나 도자기로 만든 악기)’ 수업, 목요일에는 대금 수업, 금요일에는 소설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김양은 동생뻘인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 친분을 쌓으며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다. 다른 아이처럼 중학교를 다녔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사회성뿐만 아니라 독립성도 홈스쿨링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다. “기회가 되면 도시 하나를 정해 친구들과 함께 여행해보고 싶어요. 도시 한 곳에도 다양한 모습이 많이 있잖아요. 자동차가 아니라 직접 걸어다니며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고 싶어요.”김양은 또 6일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할 생각에 들떠 있다. 하지만 영화제에 가서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떻게 즐길지 일정과 예산을 짜는 것은 모두 김양 몫이다. 즉 계획에서부터 예산 집행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과정에서 독립성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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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시작하면 오히려 독=최근 홈스쿨링이 늘어난다고 준비도 없이 섣불리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부모가 최소한 홈스쿨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또 하루종일 집에서 자녀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특성상 부모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관여하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게다가 항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도 홈스쿨링을 섣불리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 학생과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아이의 불안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도 “홈스쿨링이 실패할까 봐 두려워 다른 홈스쿨링 학생들을 만나 고민도 털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천=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홈스쿨링 해외에선?

미국선 공식학력 인정…200만명 참여

홈스쿨링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의 경우 홈스쿨링 학생이 200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폭 넓게 확산하고 있다.

1970년대 초 홈스쿨링이 시작된 미국은 현재 20명 중 1명꼴로 집에서 부모에게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수가 매년 수천명씩 늘어나고 있다.

홈스쿨링은 원래 종교적인 이유로 공교육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지만, 획일적인 공교육과 학교 폭력 등 부정적 교육환경, 비싼 학비 등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공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몇 년간의 법정 공방을 거친 뒤 1993년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과정의 홈스쿨링이 합법화됐고, 오리건주를 제외한 대부분 주에서는 아예 주 교육부가 해당 가정의 홈스쿨링 등록 통지, 교육과정 승인, 학업평가, 성적, 가정방문 등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홈스쿨링을 공식 학력으로 인정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SAT)를 치르면 차별 없이 대학 입학자격을 주는 등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홈스쿨링이 확산하자 영국과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의 부모들도 앞다퉈 이를 도입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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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약 1만가정, 일본은 7000여가정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27만여명이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홈스쿨링 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학업성취도 때문이다. 미국의 2002년도 SAT에서 홈스쿨링 학생들은 평균 1020점보다 높은 1092점을 받았으며, 2004년도 대학입학시험(ACT)에서도 정규 학교 평균 20.6점보다 높은 22.6점을 받았다.

또 홈스쿨링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생에 비해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1년 정도 빠르고, 5학년 이후부터는 차이가 더욱 벌어져 중·고등학교에서는 2∼3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교육보다 가정교육 시간이 훨씬 많은 핀란드도 각종 교육통계조사에서 학업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나고, 학력이 아닌 개성과 창의성, 독립성 등에서도 홈스쿨링 학생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의 홈스쿨링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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