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학교다 : “엄마에게 배우는 공부 더욱 신나요”

홈스쿨기사



우리집이 학교다 : “엄마에게 배우는 공부 더욱 신나요”

박진하 0 2,022 2007.02.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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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교육의 새로운 형태로 홈스쿨이 주목받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국내에선 이제 겨우 싹을 틔운 단계다. 홈스쿨러들의 세계를 4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까르르르”

초인종을 누르자 신분을 묻는 어머니 목소리 뒤로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전 8시40분. 보통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이미 학교에 등교했을 시간이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1년 전 홈스쿨을 시작한 김성일(42·회사원) 이은연(40·주부)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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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빈이(11)와 승빈이(10)는 햇살이 환한 거실 책상에 앉아 성경을 읽고 있었다. 벽에는 ‘오름직한 물댄 동산 홈스쿨’이라는 학교 명패가 붙어 있었다.

은빈이와 승빈이는 매일 아침 7시15분에 눈을 떠 30분까지 침대 정리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 뒤 잠언을 읽는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는 잠언 16장 33절 말씀을 종이에 옮겨 적은 은빈이가 그림을 그렸다. ‘힘든 일이라도 내게 맡겨진다면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했다. 은빈이 승빈이도 당번인 날에는 설거지를 한다. 이씨는 “아빠와 아이들도 모두 집안일을 나눠서 합니다. 집안일이 엄마와 아빠만의 일이 아니라 자신들도 해야 할 일이란 걸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일부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수학시간. 각자 수학교재를 펼쳐들고 정해진 분량만큼 문제를 푼다. 오랜만에 출근시간이 늦춰져 집에 있는 아빠가 은빈이 옆에 앉아 어려운 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동안 먼저 문제를 다 푼 승빈이는 “심심해”라며 거실을 휘저었다.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라고 물으니 승빈이는 “엄마가 가르쳐주는 게 더 재미있어요”하고 대답했다.

오전에는 30분 단위로 영어책 읽기와 성경연대기 공부 수업이 이어졌다. 지루하다 싶으면 퍼즐 맞추기도 한다. 오후엔 야외 활동을 한다. 다른 홈스쿨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 가거나 악기 연주를 배우기도 한다. 저녁엔 온 가족이 가정예배를 드린다.

이씨는 “수영장 다녀오는 아이를 마중 나가서 함께 붕어빵을 사 먹고 길가의 풀잎을 보며 하나님을 얘기하는 그런 순간이 참 좋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집에 올 때 이미 지쳐 있어서 붙잡고 대화하기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중점을 둔 것은 신앙과 품성 교육이었다. 부모가 먼저 성경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했다. “홈스쿨하는 사람들이 다 그러더군요.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하고 실제로 먼저 변화된다고요.”

다행히 출석 교회에 홈스쿨을 하는 가정이 15곳이나 있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공동수업을 한다. 죠수아 국제아카데미를 통해 미국의 크리스천 홈스쿨 교재를 소개 받아 사용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역사 과목을 싫어했다는 은빈이는 지난해 홈스쿨에서 세계사를 공부한 뒤 지금은 역사가 참 좋다고 한다는 것.

“학교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니?”라고 물으니 은빈이는 “아이들이 욕을 잘해서 싫었어요. 지금은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홈스쿨 공동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잘 어울린다. 형과 언니가 어린 동생들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은빈이도 “교회 동생들이 짜증내면 잘 다독거려줘요. 제가 생각해도 저 자신이 대견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지금은 행복해보였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을까. “혹시 아이들의 학력이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의 도움을 구할 줄 알고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걸 경험한다면 나중에 세상에서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그게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아빠) “우리집 홈스쿨은 완성된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준비된 것도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하나씩 만들어가고 이뤄가는 과정인데 그것이 참 행복해요.”(엄마)

김지방 박재찬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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