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통신]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이유

홈스쿨기사



[미국 교육통신]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이유

박진하 0 2,165 2008.03.27 15:06
1970년대에 주한미군으로 복무했고 이후 공군장교로 걸프전에도 참전했던 찰스는 아내 줄리와 함께 아이 셋을 모두 홈스쿨링으로 키워냈다. 군인으로서 2~3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겨다닐 수밖에 없었던 찰스와 줄리는 아이들에게 잦은 전학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 교과과정 등에 적응해야 하는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홈스쿨링의 교재와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한 기관에 등록하여 아내 줄리가 그 가이드 라인에 따라 학교 생활과 흡사한 스케줄로 철저하게 집에서 지도했다. 아이들은 모두 성실하고 밝게 잘 자라 두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여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막내는 지금 대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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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가 콜로라도에서 공군장교로 근무할 당시에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막내 찰스, 아내 줄리, 딸 그리고 큰 아들.

학교 환경에 대한 불만족이 31%
여러 해 전, 삼 남매 중 막내인 조슈아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유아원 담임교사의 이야기에 줄리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담임과 논쟁까지 벌이고는 유아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 또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임교사로부터 듣고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신이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는 조슈아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자 여러 면에서 조슈아에게 학교생활이 필요하다고 느껴 공립학교에 다시 입학시켰다. 지금 고등학생인 조슈아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홈스쿨링이란 자녀를 정규 교육기관인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NCES(국립교육통계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미국 내 5~17세 중 2.2%인 110만 명가량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이것은 1999년의 1.7%와 비교해볼 때 29%나 증가한 것이다. 2006년에 와서는 19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홈스쿨링 부모들은 대부분 홈스쿨링 교재를 판매하고 있는 사설기관에 등록하여 그 커리큘럼을 따르거나 자신이 재량껏 교재와 학습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주마다 법이 달라 뉴저지, 알래스카, 일리노이, 텍사스 등 몇몇 주는 홈스쿨링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지만 뉴욕,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미네소타 등 다른 주에서는 학생의 학습기록을 지역학군이나 주정부 기관에 제출하거나 학군 내 공립학교에서 평가받아야 하고 표준시험 응시를 의무화하는 등 그 규제가 상당히 까다롭기도 하다.

집안에서 방치하는 경우도 있어
NCES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로 학교 환경에 대한 불만족(31%), 종교적 이유(30%), 학교 교습방법에 대한 불만(16%), 자녀의 육체적 혹은 정신적 문제(7%), 특수교육의 필요성(7%)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막상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시키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학교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루 일정량의 수업시간, 수업일수, 다양한 수업방법, 가르치는 사람의 학문적 지식과 교육에 대한 열성을 유지해나가는 일은 부모나 자녀에게 도전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몇 주 전 필자가 사는 지역의 한 신문에 홈스쿨링에 관한 기사가 나간 후 인터넷에서 부모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일이 있다. 홈스쿨링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개인 위주의 교육과 자유로운 학습방법, 학교생활을 통한 좋지 않은 영향의 차단 등을 주장하는 반면 사회성 결여와 학구적인 면의 뒤떨어짐, 학교 친구들과의 우정과 추억의 결핍, 나태해지기 쉬운 생활 등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거론되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홈스쿨링 부모들이 제대로 된 스케줄에 따르지 않고 있으며 그저 집안에 아이를 방치하는 수준인 경우도 있다. 특수한 상황 때문에 홈스쿨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더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홈스쿨링에 대한 결정은 좀 더 이성적이고 장기적인 안목과 고찰이 필요하다.

제니퍼 성〈美 교육 상담 전문가>jennifer@jsec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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