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亡命)’이라고 하면, 보통 정치적 또는 종교적, 민족적 탄압을 견디지 못해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보호를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홈스쿨링’을 위한 망명이 법원에 의해 허용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자녀의 홈스쿨링을 위해 망명을 신청한 주인공은 독일인 우베 로마이케와 그의 가족들. 5명의 자녀가 있는 로마이케와 아내 한넬로페는 집에서 아이들을 직접 교육해왔다. 그러나 독일에선 홈스쿨링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1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했고, 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쳐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로마이케는 “나의 아이들은 울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며 2008년 미국으로의 망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로마이케가 홈스쿨링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려는 이유는 독일의 공교육과 자신의 종교적 가치가 서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복음주의 신도인 그는 “독일의 교육 과정은 우리의 기독교적 가치에 배치된다”며 “독일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주제를 다루고, 신성을 모독하거나 무례한 성격의 이야기들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로마이케처럼 홈스쿨링을 고집하는 1000여 가족이 있다고 교육자유네트워크측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독일 홈스쿨링 가족의 경우 프랑스나 영국 등 홈스쿨링이 합법화된 나라로 이민을 가는 편이다. 그러나 로마이케 가족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비정부기구 홈스쿨법적보호협회(HSLDA)의 제안으로 50개주에서 홈스쿨링이 합법화되어 있는 미국행을 택했고, 테네시주 모르스턴에 정착했다. HSLDA는 미국내 전체 교육연령층의 4%에 달하는 약 200만명의 홈스쿨링 아이들을 돕는 단체다.
하지만 로마이케 가족의 홈스쿨링 망명이 허용된 것은 미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미 다른 신청자들로 인해 미어터지는 이민법원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홈스쿨링 청원자들까지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 또한 편치 않은 일이어서 미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현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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