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운동

johnny 0 915 2014.07.26 13:25

  내가 나자신을 위해 시간을 들여서 뭔가를 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첫 아이가 태어난 후로 거의 매일 24시간이 쳇바퀴 돌 듯 정신없이 돌아갔고 둘째 이후로는 특히 기저기를 찬 아이들이 늘 있기도 해서 그랬을 것이다.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거나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는 걸 밥먹듯이 까먹고 다녔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내가 운동을 시작한지가 2년이 넘었으니까 우리 막내가 세살 때 였었나 보다.  기저기도 떼고 이제 내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되었었고 첫째 정현이가 12살이 되어서 제법 아이들도 잘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었다. 

그러면서...주위에 아는 언니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걸 봤다. 

 

'운동?  나랑 운동이 무슨 상관일까?' 

늘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전~~혀 운동 할 것 같이 생기지 않은 한 언니가 운동을 하는 걸 보니 내 나이가 이제 운동을 해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이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가 그 때 만으로 서른 아홉이었으니 그럴 나이가 되긴 했었다. 

 

용기를 내서 짐을 끊고 마침 기회가 되어서 레슨도 받으면서 제대로 폼을 익히면서 천천히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매일 열심히 다녔고 몇 달 지났을 때도 일주일에 삼사일은 꼬박 꼬박 다녔다.  은근히 자신감이 붙었다.  트레드밀에서 열심히 뛰는 다른 여자분들 운동 복도 주시해서 보다가 나도 하나씩 사고....운동화도 마련하고...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일년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데 또, 그 언니(!!)가 이번에는 다른 코스를 다닌다고 했다.  우리 교회 목사님 사모님(저는 케네디언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이 인스트럭터인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 아침에 한 시간동안 근육을 키운다(?)는 말을 했다. 

"난 아냐....아직 그 단계는 무리야....못해...."

여러번 발을 뺐지만 그 언니도 보통 아니었다.  기어코 가보자고 했다. 

"그래 ...죽기 살기로 한 번 해보지 뭐...까지것 죽기야 하겠어?"

지난 일년동안 닦아 놓은 내 체력도 시험해 볼겸... 드디어 그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인원은 20명 전후였고 거의 백인이었다.  앞에서 쩌렁 쩌렁 귀가 울리게 가르치는 니콜(사모님 이름)이 있어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람..  삼십분 정도 패스에 맞춰서 따라가다가 (45분은 심장강화운동은 하고 남은 시간은 근육운동을 합니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 지고 토할 것 같은 저혈당 증세가 찾아 왔다.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문을 열고 나와서 안내 데스크까지 걸어가려고 했지만 그건 마음 뿐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어지러웠다.  결국 안내 데스카까지 걸어가지고 못하고 중간에 있던 의자에 쓰러져 버렸다.  다행히 의식은 잃지 않았었고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얼른 주스 한 팩을 마셨다.  오분 정도 지나자 저혈당 증상에 없어졌고 걸을 수 있을 정도도 되었다. 

 

얼마나 창피하던지....정말 이런 일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지난 일년 동안 닦아 놓은 체력도 사실은 저질 체력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후로 그 운동 코스를 계속 다니고 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나서 니콜도 내 해프닝을 알게 되었는데 니콜이 하는 말이 자기 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다음부터 참석하기를 꺼려한단다.   ^^

다행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제는 거뜬하게(?) 한 시간을 뛰고 오는 단계에 까지 왔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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