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옆집



새로 이사온 옆집

johnny 2 1,109 2014.08.25 21:37

내가 사는 타운 하우스에는 그동안 우리 가정 빼고 한인이 한 가정도 살고 있지 않았다.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일본인 할머니 한 분과 백인 남자와 결혼한 일본 아주머니 한 분 외에는 동양사람조차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시끄럽게 동네를 다니는 아이들 머리도 온통 노랑머리뿐이었다.

 

'이 동네는 한국사람이 왜 이사를 안 오는거야'

 

내심 기다리기도 했었고 또 아는 언니네 옆집에 사는 한인이 있는데 그 엄마가 빵전문가라서 거의 매일 구운 빵이며 케잌이며 쿠키같은 것을 갖다 준다고 해서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언니네 타운 하우스로 이사갈까봐"

진담같은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같이 말 통하는 사람이 걸어서 갈 정도의 거리에 산다는 것이 이 곳에서 얼마나 마음에 의지가 되는지 아마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리 동네에 내가 몰랐던 두 달 전에 한인 가정이 이사를 왔었던 모양이다.  우리집과 반대편에 위치한 집이라서 그동안 모르고 지내왔었는데 우리집 아이들이 동네에서 7살짜리 유진이를 만나게 되어 알게 되었다.  유진이와 금방 친해진 우리 아이들이 유진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우리집에 대한 정보가 몇 분 사이에 그집으로 모두 전달이 되었다.(안봐도 훤하다) 할머니는 한걸음에 우리집에 오셨고 갑자기 닥친 상황에 좀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사태를 금방 알아차렸다.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앗싸~~!!!)

 

할머니는 유진이 외할머니셨고 유진이 엄마는 피아노를 전공하신 나와 동갑내기였다.  삼십분도 안되어서 그집 아빠가 뭘하시는지, 유진이 말고 다른  아이들이 몇 살 몇 살인지, 왜 이사를 왔는지.... 여기 사는 백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이서부터 집 재정상태까지 금방 알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도 어지간히 외로우셨던 모양이다.  우리 친정 엄마 연배이셔서 나도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 또 말씀하시는 걸 보니 좋은 분 같았다.  그 날 저녁 유진이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그 집 막내는 이제 막 백일이 지났다)우리집에 오셔서 통성명을 했다.  이십 여분 말을 나누었는데 내가 잘 알고 있는 온유네를 몇 년 전에 유진이 엄마가 만나서 알고 계셨다.  세상 정말 좁다.  아니...무섭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온유네와 우리집이 친하다는 걸 아시더니 나를 보는 마음이 조금 더 반갑게 바뀌시면서 말이 더 잘 통했다.  몇 일 뒤에 차를 드시러 오시라고 초대를 해서 몇 시간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살짝 더 가까와졌다.  말을 할수록 참 마음에 드는 분이었다. 

 

이런 일이 있은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 다음날 부터 유진이 할머니로부터 반찬과 과일, 각종 아이들 간식이 건너온다.  수박, 포도,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미역국(이렇게 맛있는 미역국은 처음 먹어 본 것 같다)총각김치, 오이무침...

 

빵굽는 아주머니가 사는 아는 언니가 더 이상 부럽지가 않다.  유진이 할머니와 유진이 엄마까지 나는 더블로 좋은 이웃을 만났으니까.  음식을 담아온 그릇에 뭘 담아 돌려드려야 하나....지금 나는 행복한 고민중이다.

Comments

네아이아빠 2014.08.26 18:25
무슨 느낌인지 알만하네요. 타국에서의 외로움.. 한국말로 수다도 떨고 아이들 양육에 어려움도 서로 나누고...  그야말로 사람이 고픈 그 심정 말입니다. 남자들이야 직장에 가서 일하고 오다보면 정신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내마음 2016.01.10 18:40
부럽네요! 저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아직 그런 이웃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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