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5) 더 좋은 환경 찾아 자퇴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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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5) 더 좋은 환경 찾아 자퇴하는 아이들

네아이아빠 1 2,179 2014.02.04 19:46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 학교는 왜 다녀야 하지?

초·중·고를 통틀어 매년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6∼7만명에 달한다. 증가하는 추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줄어들지도 않는다. 학령기 인구 자체가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의 학업중단 예방 대책이 아직까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다. 해외 유학을 가는 경우가 가장 많고 대안 교육을 선택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불가피한 이주 등도 있지만 상당수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근저에 깔려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안 교육을 선택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2%)의 응답자는 “학교에서 해주지 않는 새로운 교육을 받기 위해”라고 응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일 “대개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의 문제, 개인적 부적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학업중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뭐하고 있지?”라고 묻게 하는 공교육=상훈(이하 가명·16)이는 중학교를 한 달 남짓 다니다 자퇴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괜찮았다. 단지 주입되는 느낌이 싫었다.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교사가 말하는 것을 듣기만 하다 보니 “머리가 멈춘 것 같았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퇴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는 만류했지만 상훈이가 뜻을 굽히지 않자 “그럼 홈스쿨을 하자”고 제안했다.
 
상훈이는 “친구들 사귈 기회가 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홈스쿨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홈스쿨 하는 가정끼리 모이는 자리가 잦다 보니 친구들 사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상훈이는 심리학과에 진학할 생각이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윤주(18)는 2012년 10월 자퇴했다. 수업시간에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이런 학교를 도대체 왜 다녀야 하지?”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중학생 시절 전교 5등 내외를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윤주는 웹툰 작가가 꿈이다. 제대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예고로 진학했는데 기숙사에서 오리걸음을 걷게 하고 90도 인사를 해야 하는 선배들의 ‘텃세’를 견딜 수 없어 인문계로 학교를 옮겼다가 그만뒀다. 인문계 학교에서 윤주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주는 학교 공부 대신 판타지 스토리를 공부하면서 만화도 그려보고 콘티 짜는 연습을 하며 지낸다.
 
◇아이들을 보듬지 못하는 학교=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정태(18)는 초등학교 이후 공교육에서 떠났다. 초등학교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의 놀림과 폭력에 시달렸다. 학교와 교사는 정태를 지켜주지 못했다. 부모에게 줄기차게 “학교 관두고 싶다”고 매달렸고 중·고교에선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부모도 승낙했다. 홈스쿨링을 거쳐 기독교계 대안학교에 다닌다. 정태는 “선생님들도 마음이 열려 있고 나쁜 애들도 없다”며 “무엇보다 여기서 공부하면서 제가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정태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나 미디어 관련 기술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만성신부전증 치료 등으로 인해 학교를 자주 빠졌던 지수(18)는 유급됐고 결국 자퇴했다. 지수는 “유급되기 전에 자퇴하겠다고 할 때는 담임교사가 계속 말리더니 유급되니까 학교에서 자퇴하라고 권하더라”고 말했다. 학생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는커녕 학교의 평판을 위해 며칠 새 자퇴를 만류하거나 권고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진저리가 났다고 했다. 지수는 “엄마가 추억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가야 한다고 해서 고등학교를 갔는데 그게 시간을 버린 셈이 됐다”고 말했다.
 
태권도 선수였던 윤미(19)는 발목관절 수술을 받은 뒤 복귀가 안돼 고2 때 자퇴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 관련 특성화고에 들어갔던 윤미는 운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그 학교를 졸업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윤미는 “진로를 생각해봤는데 공교육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며 “부모님도 동의했고 담임선생님도 ‘지금 여기서 멍하니 앉아있는 친구들보다는 네가 훨씬 더 잘될 거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졸자격 검정고시를 통과한 윤미는 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사회복지 관련 직업을 가질지, 입대해 여군 부사관이 될지를 고민하고 있다.
 
◇대안 교육 지원 방안 고려해야=지난해 기준으로 학령인구 713만여명 중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677만명(교육부 추산) 정도다. 36만명 정도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교육 대신 대안 교육이나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안학교의 경우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어서 수업료 외에 급식비 등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다.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교육을 벗어난 아이들이 교육기본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안 교육 지원 방안과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일단 공교육 내에서 최대한 대안 교육의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립 대안학교 신설 및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대안 교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위탁 기관을 다양화하는 등 위탁 교육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고민은 아직 학교 안에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냐에 집중되어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

Comments

네아이맘 2014.02.21 19:24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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