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johnny 3 1,157 2013.09.01 04:39
 아는 분의 소개로 읽게 된 이 책은 서른 셋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한 기독교인 의사였던 故 안수현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이 청년은 처음 자신이 '참 의사'가 되기를 소원했던 그 마음을 자신의 생이 다할 때까지 잃지 않고 살다간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의 의약분업사태로 전국의 의사들이 파업을 했을 때도 그는 혼자 병원에 남아 환자 곁을 지켰습니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의료계의 위계질서를 생각하면 후에 그에게 내려질 불이익이 불을 보듯 뻔한 일 인데도 그는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였습니다.  혼자 튀어 볼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기를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처음 그가 의사로서의 길을 가기로 했었던 그 마음 즉, 그에게 지고의 가치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 곁에 함께 있는 것이라는 그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주변에 그가 알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도움을 주려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의사라는 도구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 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습니다.  클래식에 정통한 사람이었고 외국에 널리 알려진  CCM을 한국 기독교에 소개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아미 위성방송에서는 '안수현의 CCM 여행'을 진행하기도 하였고 그의 해박한 CCM지식은 프리랜서 worship & praise 의 칼럼리스트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하였습니다.
  손톱 자를 시간도 없다는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메마르고 지치기 쉬운 그는 하나님과 사랑하는 음악으로 이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가 있는 곳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과 함께 CCM 음악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주머니를 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책과 CD를 사기 위해 점심 값을 아껴가며 용돈을 모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40%만 사용하였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값을 지불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머니는 늘 가벼웠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그는 진심을 다해 돌보아 주었습니다.   회진이 모두 끝난 늦은 밤, 불이 꺼진 병동을 돌며 한 분 한 분을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함께 일을 돕는 의사와 간호사들 뿐만 아니라 구두 수선하는 아저씨와 식당 아주머니, 침대 미는 도우미, 병원 청소하시는 분에게 그는 예의 바르고 친절한 청년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쓰여졌습니다.  각 장 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로 꾸며져 있고 평소에 그가 그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을 모아 정리하였습니다.  그는 하루를 수 일처럼 아끼고 살았지만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청년이 아니었습니다.  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사랑으로 글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예수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사로 잡은 하나님의 사랑이 그를 지치지 않고 끝까지 용광로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되게 하였습니다.
 
 
   "일반 세상이 보기에 이것은 젊은 생애의 허망한 낭비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범사에 뜻과 계획이 있으시다."                                                                   -엘리자베스 엘리엇-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되어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그의 나이는 그가 사랑한 예수님이 돌아가신 나이와 같았습니다.  서른 셋...  그의 손길이 필요한 수 많은 사람들과 그를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를 뒤로 하고 그는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아연실색하여 장례식에 온 조문객이 4천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이토록 짧은 나이에 품고 사랑하고 섬길 수 있었을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책의 뒷 편에는 평소에 그가 만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의 죽음 이후에 어떻게 사는가를 짧게 소개합니다.  그를 잊지 못하는 한 의사는 독거노인 진료봉사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요양원을 방문해 무료진료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수현청년이 생전에 전도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한 후배 의사는 수현청년이 평소에 환자를 대했던 것처럼 외로운 환자의 넋두리를 새벽 3시까지 들어 주느라 다음 날 브리핑을 망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하고 평소에 그가 운영하던 미니홈피에 들어가 그가 선곡해 놓은 음악을 듣고, 그가 쓴 글을 읽고 무언의 위로를 받고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를 사랑한 김신곤(고대의대 교수)은 그를 위해 시 한편을 헌정하였습니다. 
 
 
하나님
오, 하나님
어찌하여 그리하셨습니까?
이천년전 나사렛에서 난 청년 예수가
33세의 나이로 무고하게 죽어갈 때도
당신은 그걸 막지 않으셨지요.
그래서입니까?
예수의 흔적을 안고 살겠다던 수현 형제를
그 예수와 똑같은 33세에
이렇게 죽도록 허락하신 겁니까?
 
 
중략.......
 
백년을 살아도 의미 없게 살 수 있는 인생을
짧은 만큼 더욱 가치 있게 잘 살아온
그리고 이제 영원한 세계로 초청받은
아름다운 청년, 수현 형제를
살아남은 자들이 박수로 환송하렵니다.
 
하나님의 사람, 수현 형제는
이제 우리 곁을 잠시 떠났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밝은 얼굴로 다시 반갑게 만납시다.
사랑한다. 수현아!
 
 
지금 그는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나님의 품에 안겨 이 땅에서 쉬지 못한 안식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수현군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마지막 장을 보지 못하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생떼같은 자식을 보낸 부모의 마음이 시리도록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몇 번 호흡을 가다듬고 보지 못했던 마지막 장을 용기를 내어 얼른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었습니다.
다 읽은 책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보고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책에서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인생이 이리도 청아하고 깨끗할 수 있을까?
어떤 지고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한들 그 가치를 삶으로 표현하고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안수현.
 
  이 청년은 이 책을 통해서 나태하고 무기력한 내 삶에 따가운 질책을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 살아가기에 바빠서 잊고 지냈던 지난 날의 꿈과 열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죽어서도 타향에서 이방인 같은 삶을 살아가는 저에게까지 따뜻한 손길을 보내고 있었나봅니다.
 

Comments

네아이맘 2013.09.05 06:44
몇해전 지인이 선물로 주셔서 집에 있는 책이네요.
작년 겨울 저녁에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던...(앞 부분 조금만... 부끌~^^:)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 때 읽으면서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가을에...
쓰신 감동적인 글을 읽고 다시 자녀들에게 읽어주리라 결심해 봅니다. 이번엔 끝까지...^^
좋은 책울 많이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
민성유파파 2014.02.20 23:52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의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그의 생애에 대한 증언들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졌지만  그가 일기를 통해 남기지 않았다면 그의 행적과 사랑이 책으로 남겨져서 전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예전에 에콰도르에 선교사로 갔다가 원주민에게 죽임을 당했던 4명의 청년 중에서 짐엘리엇의 사연만이 전능자의 그늘이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와서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처럼요. 기록과 일기의 소중함 다시 느끼고 오늘도 나의 일상과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부지런히 남겨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johnny 2014.07.25 15:05
정말 그렇네요.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저도 일기를 써본지가 꽤 오래되었네요.^^ 암튼 대단한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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