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이 가장 안전한 학교"

홈스쿨기사



美 "집이 가장 안전한 학교"

박진하 0 1,626 2004.07.05 00:27
美 "집이 가장 안전한 학교"
[한국일보2003/11/06 16:53]

부모들, 교내 총기사고등에 염증
합법화 이후 200만명 '재택 공부'
개인교사 소개 사설기관들 호황

위스콘신주 무쿼나고에서 캐롤린 스콧은 3년 전까지 네 딸 모두를 집에서 직접 가르쳐왔다. 공연용 조랑말 목장을 운영하는 그녀가 네 딸의 어머니와 선생님 역할을 동시에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네 딸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학교가 딸들과 보낼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찾아낸 대안이 개인 교습(튜터링ㆍTutoring)이다. 캐롤린은 부근 사설 교습 및 평가시험 준비기관의 도움을 받아 시간 당 20 달러를 주고 네 딸을 집에서 지도할 개인교사를 구했다. 네 딸은 2년 동안 그 교사에게서 평일 아침 4시간씩 학습을 받고 오후에는 33 에이커의 목장에서 조랑말을 타거나 말 조련을 돕고 있다.

스콧씨 가족들은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에 머물면서 겨울 마술(馬術) 축제에 참가할 계획이다. 물론 네 딸은 그 곳에서도 개인학습지도를 받는다. 캐롤린은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 교육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소개된 스콧씨 부부의 홈 스쿨링(Home Schooling)에 관한 얘기다. ‘재택 교육’‘가정 학교’로 불리는 홈 스쿨링은 미국에서는 더 이상 낯선 교육 환경이 아니다. 이전엔 홈 스쿨 교육을 받는 학생의 95%가 크리스천일 만큼 많은 부모들이 종교적 이유에서 홈 스쿨링을 선택했었다.

그러나 1980년 말 들어 총기사고와 마약ㆍ폭력 등 학교의 오염으로부터 자녀들을 지키려는 부모들이 늘면서 홈 스쿨링은 가장 각광 받는 대안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다. 1993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과정의 홈 스쿨링이 합법화한 이래 미국 내 홈 스쿨링 학생수가 매년 15~20%씩 늘어나 2001년엔 2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차별방지법 제정 등으로 훔 스쿨링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져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홈 스쿨링의 확산과 함께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는 학습 방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스콧씨 부부처럼 시간이 부족하거나 학습지도 능력에 한계를 느낀 부모들이 개인교사에게 자녀의 홈 스쿨링을 전적으로 맡기는 학습 방법이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학생들이 방과 후 일정시간 개인교습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교습은 스포츠나 음악ㆍ미술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학교 밖에서 개인교사가 모든 학습을 지도하는 최근의 추세는 이전의 튜터링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학교수업에 따분함을 느끼는 자녀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또는 자녀에게 보다 관심을 쏟기 위해 전일제 개인교사를 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산업계가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 홈 스쿨링 부모들과 개인교사들을 연결하는 사설 기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사설 교육기관들도 아직은 ‘방과 후 부분 튜터링’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무시 못하게 커지고 있는 ‘풀 튜터링(full tutoring)’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주의 마운트 키스코에서 20년 전부터 사설교육을 운영하고 있는 앨런 사이먼씨는 현재 개인교사 그룹을 모아 시간 당 80~90 달러를 받고 100여 명의 홈 스쿨링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아예 개인교사가 되기 위해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도 생기고 있다. 공립학교 교사였던 킴벌리 마리아노씨는 애리조나주에서 리처드 프레이씨의 고교생 자녀 2명을 홈 스쿨링하면서 연 3만 달러를 벌었다. 프레이씨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자녀가 평균 4.0의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준 마리아노씨를 영화 속의 ‘메리 포핀스’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풀 튜터링 비용은 통상 사립학교의 평균 수업료 1만 5,000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모든 가정이 사립학교보다 비싼 교육비를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전직 교사였던 에블린 플롯이 조지아주 피치트리에 세운 ‘캠퍼스’라는 영리 교육센터는 40여명의 중ㆍ고교생에게 5개 필수과정을 가르치고 1명 당 연 5,500 달러를 받는다. 수업시간이 1주일에 20시간도 안돼 학생들이 음악이나 미술, 스포츠, 여행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만큼 늘어난다.

풀 튜터링에 긍정적인 소리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부모가 자녀에 쏟아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처럼 교사나 교과과정을 감독하고 점검할 수도 없고, 자녀들이 친구를 사귈 수 없는 환경도 제약을 받는다. 그럼에도 폭력이나 마약에 노출될 수 있는 학교보다 집에서 자녀들을 교육하기를 원하는 미국의 부모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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