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 직접 해보니…주부들 좌담회

홈스쿨기사



홈스쿨 직접 해보니…주부들 좌담회

박진하 0 1,828 2004.07.02 00:49
홈스쿨 직접 해보니…주부들 좌담회
[중앙일보] 2003년 04월 17일 (목) 16:51

요즘 학교가 인간성을 제대로 함양하는가, 공부를 깊이있게 시켜주는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교육하는 '홈스쿨링'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최근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책이 나왔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요'(대화출판사)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홈스쿨을 하는 한국 여성 두 사람의 진솔한 경험을 엮은 책이다.


한국 쪽 이야기를 쓴 김종우(47.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씨를 본사 주부통신원 조전순(39).조화정(29)씨가 함께 만났다.


김씨는 전업주부로서 노재경(23).현성(22.여).재혁(13)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재경.현성은 중학교 재학 중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2000년 각각 서울산업대.서울대에 입학했다. 막내 재혁이는 초등 과정부터 진학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집에서 공부해왔으며, 오는 5월 초등학력 인정 검정고시를 치를 예정이다.


재혁이는 생후 9개월 때 김씨 부부가 입양했는데, 한쪽 팔이 짧은 장애가 있었다. 김씨 가족은 외국 생활 경험이 없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김씨가 책과 대화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동기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나는 학교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큰애 담임 선생님이 불러 학교로 찾아간 적이 있다.'재경이가 반에서 덩치가 제일 큰데, 다른 아이들에게 맞곤 하는 게 이상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린 집에서 그렇게 가르친다.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고, 말로 하고, 그래도 안되면 자리를 피하라고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좋죠'하는데, 하나도 좋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학교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 사건 중 하나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며,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쁜 것을 배워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막내의 경우는 97년 초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고서 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장애가 있어 따돌림을 받을까 걱정이 되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예 포기했다. 물론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


-학교를 그만둔 뒤 자녀들이 쉽게 적응했나.


"처음 한동안은 학생들의 하교 시간 이전에 바깥 출입을 하지 않으려 했다. 밖에 나가면 '학교 수업을 빼먹은' 문제아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학생증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괜히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끄집어내 바보 만드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 하기도 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처음에는 세 아이 각자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하루를 채웠다.


그러다가 세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태백산맥''혼불' 등의 책을 빌려왔다. 그래서 나와 함께 돌려가며 읽고 나서 책 내용과 작가의 생각에 대해 토론을 했다. 그러다 몇달 뒤 아이들 스스로 교과서를 주섬주섬 꺼내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했나.


"부모로서 직접 가르친 것은 없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갖고 공부했다. 독서를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길러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한동안 수학 때문에 어려워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1년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현성이가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어두운 얼굴을 했다. 이틀이 지나도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학교를 계속 보냈어야 했나' 걱정했었다.


사흘째 되던 날 현성이 입에서 '됐다'며 탄성이 나왔다. 현성이 얼굴에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재경이도 수학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풀지 못한 문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고민을 했다고 하더라.


갑자기 방법이 생각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문제를 풀고 다시 자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해왔다."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 학교 아닌가. '자녀들의 사회성에 문제가 없을까'하는 걱정은 없었나.


"주변 분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경쟁으로 엮인 학교에서 정당하고 아름다운 사회성이 길러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형제끼리 서로 양보하고 지낸다.


이웃의 친구나 교회에서 만나는 친구도 있어서 우리는 사회성 문제를 크게 염려해 본 적이 없다. 가족이 교회 활동 이외에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자기 또래들만 한정해 만나지 않고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 어른에 대한 어려움이나 어색함이 없는 듯했다."


-홈스쿨에 관심 있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홈스쿨은 돈 있는 사람들만 하는 귀족 교육이 아니다. 형편대로 주어진 환경에 맞게 하면 될 일이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홈스쿨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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