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하는 데이비드 스미슨·고혜경씨 가정

홈스쿨기사



홈스쿨링 하는 데이비드 스미슨·고혜경씨 가정

관리자 1 1,702 2005.08.09 02:26
지난 달 27일 오전 7시,다른 집 아이들이 얼마남지 않은 봄방학을 만끽하며 이불속에서 뒤척일 시간에 고혜경씨(39·서울 동부이촌동)네 아이들은 옹기종기 거실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고씨의 남편인 미국인 데이비드 스미슨씨(41)와 맏이 데이비드(13),케이티(10),엘리자베스(8),막내 조나단(5)까지 여섯식구가 간단한 아침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이렇게 예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나면 군의관인 스미슨씨는 출근을 하고,네 아이들은 다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공부에 들어간다.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자녀들을 가르치는 ‘홈스쿨’을 꾸리는 고씨네는 봄방학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처럼 하나님의 영역에 대한 언급없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되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상과 구별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고,가장 좋은 방법이 홈스쿨이라고 생각했습니다.”(스미슨)
이들 가족은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고씨 부부가 선택한 과학과목 교재는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탐험(Exploring God’s World)’이고,역사 책 역시 워싱턴 같은 미국 초기의 위인들이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명시하는 등 모든 과목의 교재는 성경적인 세계관을 가르치도록 만들어졌다.

수업은 ‘담임 선생님’인 고씨의 지휘 아래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이뤄진다. 처음에는 학교수업을 그대로 모방해 시간표를 짜고 과목을 정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대략적인 스케줄만 정하고 융통성 있게 하는 편이다.

매일 영어와 수학,역사,과학을 공부하고 지리와 생물,성경,한글도 시간표에 올라있다. 학교에 다녔다면 중학교 2학년인 데이비드는 아빠로부터 라틴어와 논리도 배운다. 오후에는 각자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검색하고,친구들과 놀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에 두번은 스미슨씨가 퇴근 후에 역사와 과학을 봐준다.

“엄마 혼자서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칠 필요는 없어요. 엘리자베스는 수학을 어려워해서 방문 학습지 선생님에게 따로 더 배우고 있고,피아노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죠.”(고)

미국의 홈스쿨용 교재들은 읽기와 덧셈뺄셈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익히면 아이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쉽게 제작돼 있어 큰 무리가 없다. 학년이 높아져 고등학교 과정쯤 되면 비디오나 DVD 교재를 활용하는 등 부모는 진도를 맞춰주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관리자의 역할을 하면 된다.

“가장 걱정했던 것은 내가 아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개발시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었어요. 남편은 내 역량 만큼 아이들을 가르치면 아이들 역시 자신의 능력 만큼 스스로 더 공부할 거라고 격려해줬죠.”(고)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매년 미국정부가 주관하는 ‘테라 노바’나 ‘CAT’같은 전국 표준시험을 치른다. 다행히 아이들 모두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귀띔. 아이들 각각에 맞는 ‘1대1 맞춤 교습’인데다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며칠씩이라도 이해될 때까지 가르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씨 부부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집에서 공부하면 친구들과 접촉할 기회가 적어 사회성이 결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스미슨씨는 사회화에도 나쁜 측면이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또래에게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TV 오락프로를 보거나 험한 말을 쓰는 등 억지로 따라해야 하는 부분은 사회화의 부정적인 측면이라는 것이다. 또 학교만 가지 않을 뿐 아이들은 교회에서 또래 친구와 어울리고 스카우트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회화를 위한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데이비드와 케이티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홈스쿨을 하는 경우다. 동네 친구들이 아침마다 손을 잡고 등교하는 것이 부러워 학교에 보내달라고 졸랐던 케이티는 3개월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학교 수업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케이티의 대답이다. 대신 학교에는 친구가 훨씬 많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학교에서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여건이 좋아야만 홈스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미국에서 이웃에 살던 엘살바도르인 어머니는 방2개짜리 집에서 아이 넷을 홈스쿨링으로 키워냈답니다. 한 조사에서는 엄마의 학력 차이가 홈스쿨링 아이들 성적에 별 영향을 못미친다고 하더군요.”(고)

고씨는 오히려 한국이 홈스쿨링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어머니들이 대개 고학력인데다 학습지 교재가 잘 개발되어 있고,미술학원이나 음악학원이 많아 예능교육의 짐을 덜 수 있다는 것. 다만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아이들 교육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의 절대적인 헌신이 필요하다.

“홈스쿨은 엄마의 부담이 너무 크지만 아이들을 통한 열매를 보면 옳은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들어요. 인성교육과 신앙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홈스쿨의 가장 큰 장점이거든요.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가 친밀하고 아이들은 책임감 있게 자라죠.”(고)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족과는 졸업하게 됩니다. 학교 갔다가 숙제하고,TV보고,자는 게 일과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홈스쿨링은 가족과 함께 충분히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과 추억을 공유한다는데 또다른 장점이 있죠.”(스미슨)

국민일보 권혜숙기자 hskwon@kmib.co.kr  [ 2003/03/03 15:16:03 ]

Comments

헵시바 2011.10.08 10:11
God is so so good!!!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86 [역경의 열매] 이동원 (25) 기독교 교육의 대안 ‘글로벌 홈스쿨링 아카데미’ 열어 보아스 2023.12.19 454 1
285 ‘美 추방 위기’ 홈스쿨링 독일 가족…1년 체류 허가 받아 보아스 2023.10.25 706 0
284 독일서 홈스쿨링 허용한 기독교 학교 폐쇄당해 보아스 2023.10.25 701 0
283 칠레 법원, 홈스쿨링 ‘합법’… 美 자유수호연맹 “부모 권리의 승리” 보아스 2023.08.07 1149 0
282 홈스쿨링 합법화에 대한 찬반 의견과 홈스쿨링을 직접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보아스 2023.08.07 1308 0
281 “9남매는 모두 홈스쿨링 중” 이 가족이 살아가는 법 [속엣팅] 보아스 2022.09.28 2782 2
280 美, 공교육 우려 끝 크리스천 학교 설립 씨앗학교 2022.08.16 1650 3
279 10가구 중 1가구‥美 홈스쿨링 '급증' 보아스 2022.01.20 2042 0
278 프랑스의 홈스쿨링 관리 체계 보아스 2021.04.12 3055 3
277 홈스쿨링 아빠의 '내가 홈스쿨링을 하는 이유'? 보아스 2021.04.12 3394 4
276 집·책방···학교 아닌 곳 학교 삼아 다양한 활동하며 내게 필요한 공부해요 댓글+1 보아스 2021.04.12 3153 2
275 제주도 독수리 5남매의 웃음 일기 “홈스쿨이요? 홈스 쿨(Home’s cool)이죠. 쿨하게 멋진 집!” 댓글+1 보아스 2020.11.10 4455 4
274 홈스쿨링 금지 주장하는 좌파들, 왜? 댓글+10 보아스 2020.09.28 4166 7
273 홈대안교육과 홈스쿨링 도입 네아이아빠 2019.07.09 4220 4
272 동성결혼 반대했다고 ‘왕따’… 호주서 ‘홈스쿨링’ 증가 댓글+1 겨울 2018.09.17 5480 1
271 미국 홈스쿨링 경쟁력 어떻길래 계속 늘까 댓글+4 겨울 2018.09.11 14353 7
270 ‘6남매 아빠’ V.O.S 박지헌 “주님께서 부르신 사역지, 가정” 댓글+1 네아이아빠 2018.05.15 6501 6
269 '다둥이 아빠' 박지헌 "홈스쿨링 확신 있다, 아이들 방치 NO" [인터뷰] 댓글+1 네아이아빠 2018.03.26 9376 0
268 [인터뷰] ‘다둥이 아빠’ 박지헌 “아이들과 행복,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져” 네아이아빠 2018.03.26 5197 0
267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2017년 12월 14일[목]) - 시네마 키즈 / 정근이네 정든방 (guest 임하영) 댓글+3 ljw2000 2017.12.20 439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