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학교 안에만 갇히지 않는다

홈스쿨기사



교육은 학교 안에만 갇히지 않는다

박진하 0 1,325 2005.08.20 13:32
2003-10-07 04:10 크리스천투데이

홈스쿨 전문가 인터뷰, 서강대 김재웅 교수

▲김재웅 교수
아직까지 획일적이고 경직되어 있는 한국의 공교육 체제 속에서 적응하기 어려워 했던 첫째 딸의 홈스쿨을 적극 지지하여 약 3년 반 동안 홈스쿨로 올해 대학교에 입학시킨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 김재웅 교수를 만나 홈스쿨 법제화 시기의 적절성과 교육에 대한 바른 접근 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여 먼저 홈스쿨을 제안했을 때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던 첫째 딸, 또 막상 아이가 홈스쿨을 하겠다고 말을 했을 때 '덜컥 겁이 났었다'는 김 교수는 지금은 둘째 딸까지도 약 2주전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을 시키기로 마음을 결정한 상태다.

무엇이든 지나치리만큼 신중하여 행동이나 표현이 느린 편인 둘째 아이에게 있는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키우고 싶다는 김 교수는 둘째 아이가 스스로 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인내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아이에게 강제적으로 교육시키는 것보다 장래를 위해서 지금의 선택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대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을 해야 하는 법적인 문제가 장애물로 남아 있었다. 검정고시를 치기 위해서는 취학의무 유예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질병 등 부득이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부득이한 경우'에 과연 '학교교육 부적응'도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지금 둘째 딸의 경우, 학교 측에서 사유서가 불충분하다고 하여 전문가의 소견서를 첨부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국내 홈스쿨 인구 점차 늘어날 것, 종교적인 이유는 의외로 적은 편'

김 교수는 획일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강제적이라 할 수 있는 기존 학교교육의 문제에 대항해 국내에서도 자신과 같이 홈스쿨을 하는 가정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홈스쿨을 시작하게 되는 동기를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홈스쿨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두번째, 귀농형, 생태주의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원하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의외로 미국에서 보수 기독교인들로부터 시작된 홈스쿨의 시작 동기가 상당부분 종교적 이유였다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홈스쿨을 하는 경우는 적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세상의 가치관 사이와 갈등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세상에 괭장히 잘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서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비춰볼 때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홈스쿨 입법화 아직 시기상조, 오히려 역효과 불러올 수 있다

홈스쿨 입법화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 김재웅 교수는 "아직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법제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은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홈스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홈스쿨 규정 조항과 강도가 엄격한 주는 홈스쿨 하는 가정을 하나의 사립학교로 취급하고 있다. 이 경우 교사들은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커리큘럼, 출석부, 학적관리, 행동발달상황 등 학업보고서를 꾸준히 제출해야 하며 학업성취도 검사에서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즉 홈스쿨 합법화가 주는 장점도 많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교육청이 홈스쿨 교육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법제화 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더 자유롭게 홈스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합법화를 위해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홈스쿨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성 위해 모일 예정'

홈스쿨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 교수는 "매우 중요하며, 마침 이달 10월 홈스쿨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보교환, 학습 경험 교환을 하며 장기적으로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홈스쿨을 시작하는 적합한 연령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의견이 일치하는 시기가 가장 적합한 때이고 학생들마다 특성이 다른데 요즘은 어릴때 부터 홈스쿨을 시작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홈스쿨을 경험한 부모가 늘고 있어 자연스럽게 자식을 홈스쿨로 양육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공동육아를 통해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공교육 제도에 보내기를 거부하고 계속 홈스쿨로 가르치고자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교육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가야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교육은 학교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올바른 교육을 위해 교과목의 고유한 가치, 즉 '내제적 가치'를 체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체험'은 배우는 것이 나를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 것인지 깨닫게 하고 기존 과목에 대해 새롭게 눈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위에 홈스쿨은 일반 공교육보다 유리하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홈스쿨을 하고 싶어하지만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가 용기가 부족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라며 김재웅 교수는 지금으로선 "계속해서 공교육에 경종을 울리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꾸준히 홈스쿨을 위해 학교를 빠져나오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학교는 더욱 긴장하고 변화하기 위해 길을 모색할 것이 아니겠냐고 덧붙여 말했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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