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하기까지

박진하 2006-01-19 (목) 20:56 12년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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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수강하며 처음으로 ‘탈학교’라는 개념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그 가운데 이반 일리치의 사상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급진적인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제 자신의 보수성을 발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감하는 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덧 결혼을 하여 첫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이런 고민들은 매우 실제적인 고민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가 3살이 되면서 양평의 한 조그만 산동네로 이사를 갔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던 예전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첫 아이는 잘자라 주었고,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기도하며 유치원을 여러 곳 방문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당시 출석하던 교회의 집사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광고가 주보에 있기에 한 번 방문한 뒤에 얼른 입학을 시켰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신앙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겠지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어긋났고, 결국 한 학기 만에 다른 유치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다음 유치원을 찾으며 속으로 생각한 기준은 한 가지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마음껏 놀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시골이기에 맑은 공기와 좋은 자연 환경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곳이니 교사들과 원장의 교육 철학만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아이의 건강 문제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첫 아이는 그 전부터 심한 천식 증세가 있어서 매일 관련된 약을 사용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바랄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직 우리의 관심은 아이의 건강에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유치원을 찾았습니다. 많이 즐거운 유치원.

아이는 그곳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많은 배려로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선생님들과 우리 가정과 아이를 잘 이해해 주는 원장님 덕분에 아이는 점점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를 되새겨보면 지금도 여유 있는 웃음이 묻어나는 것은 순전히 “청은 어린이집” 원장님과 교사들의 노고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5살로 올라가며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첫째는 남자 아이고, 둘째는 여자 아이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 첫째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매우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혁명적인 방법은 아이를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남편의 이런 생각에 저는 당황해하며 아직 준비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만류하였고, 남편 역시 용기가 더 필요하였습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입니다. 저희는 산골에 있는 4가구만이 사는 동네에 살고 있었고, 아무리 가까운 학교도 차로 20분 이상 나가야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골이라 통학버스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서울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1년 반 동안 공립초등학교를 다니며 아이와 우리는 여러 가지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첫 아이가 시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시기한다고?” 그렇습니다.

 사실 아이들 사이의 따돌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님들의 과도한 기대가 다른 아이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의식처럼 표현하고, 그런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자신의 친구를 따돌림 시키는 것입니다. 당시 제가 들은 소리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를 사립학교에 전학을 시켰습니다. 잘 알려진 초등학교입니다. 생각대로 모든 교육 환경이 아이에게 충분히 공급되었습니다. 아이도 매우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4학년까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고민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그러면 다음에는 어쩌지?” 중학교는, 그리고 고등학교는 어디로 보내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중고등학교는 아무리 사립이라 하더라도 별반 차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가 과연 자연스럽게 진학할 수 있을까? 더 근원적으로 생각해서, 그럴 바에야 무엇 하려고 초등학교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들이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4학년 1학기부터 시작된 고민은 결국 홈스쿨링으로 가닥을 잡아갔습니다.

대안학교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외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대안학교는 많은 재정적인 투자에 비해 결과는 그렇게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대안학교역시 부모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하나의 대안은 되지만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홈스쿨링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해답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생각하고 결정을 했습니다. 학교를 중단할 시기를 정하고 아이와 계속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충격이 있고, 우리가 감당해야할 부담감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이가 훨씬 담담하더군요.

지금도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기 며칠 전의 우리 부분의 불안하고 초조한 대화가 생각납니다. “과연 이 선택이 잘한 것일까?” 우리 부부는 계속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의 학교에서 치르는 큰 행사를 끝으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일주일 뒤 교장 선생님을 만나 학교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약간은 무거운 침묵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동안 학교 행사를 준비하며 보낸 시간들 때문에 피곤해서 뒤척거리고, 우리 부부는 그동안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기울인 여러 어려움들과 생각들이 교차해서 몇 마디 말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내달았습니다. 이렇게 우리 첫 아이의 홈스쿨링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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