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대안 '홈스쿨링' 세계 각국서 열풍 | ||
'자녀교육' 세계각국 학부모들의 선택…'정부 간섭떠나 자유롭게 교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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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 예술대의 공연 매니저인 아나스타샤(여·27)는 10학년(고등학교1) 때 처음 학교라는 곳을 접했다. 그 전까지 그녀의 부모는 아나스타샤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뒤늦게 일종의 대안학교에나마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나스타샤의 학교에 대한 호기심과 예체능 분야에서 드러내기 시작한 재능 때문이었다.
어머니 카타리나 러셀 헤드는 “아나스타샤는 입학과 동시에 모든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나스타샤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2주 만에 집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꼭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해?” 아나스타샤의 부모는 호주 홈스쿨링의 개척자로 통한다.
타임에 따르면 호주 홈스쿨링 인구는 부모들이 교육 당국에 알리지 않기 때문에 공식 통계가 없지만, 취학 연령 인구의 약 0.2∼2%(1만∼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정부는 최근 새 교육법을 통해 내년부터 6개 주 중 빅토리아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 홈스쿨링을 할 경우 주 정부에 알리도록 했다. 호주에서 홈스쿨링은 합법이지만 홈스쿨링을 택한 학부모들은 신고를 의무화한 새 교육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녀를 교육하고 싶기 때문.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홈스쿨링 학생 1인당 연 743뉴질랜드달러(약 44만원)를 지급한다. 뉴질랜드의 팔머스톤 노스에 사는 크래그 스미스의 자녀 8명은 모두 학교에 가지 않는다.
스미스는 “홈스쿨링 첫 해만 해도 학교 수업을 모방했지만 이젠 ‘수업’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은 무조건 피한다”고 말했다. 스미스 부부는 읽기, 쓰기, 셈하기를 완전히 익힐 때까지는 철저히 일대일 교육을 하되 그 이후엔 책과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가이드라인만 제시해 줄 것을 권한다.
스미스의 자녀는 종종 뉴질랜드 곳곳을 누비고 해외로도 곧잘 나간다. 그러나 하루 세 끼 식사만은 꼭 가족이 모여 함께한다. 스미스는 “학교에서 하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남들은 놀라지만 아이들은 하루하루 삶을 통해 산더미처럼 많은 것을 배워 나간다”고 자신했다.
타임은 홈스쿨링 자녀들이 수많은 수학 공식과 역사 연대표를 무조건 암기하는 대신 배움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익힐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2006.04.17 (월) 1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