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아내와 김다윗 목사 가족

홈스쿨기사



러시아인 아내와 김다윗 목사 가족

나성수 0 5,851 2006.06.22 19:28
Home Schooling 집안의 작은 학교 ‘홈스쿨링’

<03> 러시아인 아내와 김다윗 목사 가족

“ 각자의 재능에 맞는 맞춤식 교육, ‘거장’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인성 지도에 힘써요”

          -        홈스쿨링 어떻게 시작했나    -

포항에 사는 김다윗씨(47)네는 매일 북적북적하다. 러시아 출신의 아내 김다리아씨(27)를 비롯해 필립(17), 다니엘(15), 아나스타시아(8), 다윗(6), 마리아코냐3) 그리고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 에클레시아까지 여덟 명의 대가족은 마치 하나로 묶인 듯 24시간을 함께 한다. 고등학생 큰형도 초등학생 셋쨰도 모두 학교를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심성 곱고 똑똑하게 자라 주위에서 성공적인 홈스쿨링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 가족은 얼마 전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성악을 전공한 독실한 크리스천 김다윗씨는 15년 전 성악가로서의 성공과 목회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다. 그것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수석이라는 주위의 기대를 한껏 받으면서 말이다.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한 유학 생활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는 오래지 않아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일과 공부에만 몰두해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것. 그는 성공에 심한 회의를 느꼈다. 게다가 이혼을 겪으면서 목회자로서의 길에도 확신이 서지 않게 됐다.


그 후 성악가의 꿈을 접고 목회 활동에만 전념하던 중 러시아에서 지금의 아내 다리아씨를 만났다. 의대생이었던 그녀는 김씨와 그의 두 아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선사했다. 그리고 네 명의 아이를 낳아 여덟 가족 대식구를 이루었다.


김다윗씨는 인생의 역경을 겪는 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자연스레 아이들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오히려 꿈을 빼앗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빛마저 잃게 된다고 느꼈기 때문. 게다가 초중고등학교 12년의 교육 기간은 불필요하게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래서 시작한 홈스쿨링. 그렇지만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        홈스쿨링 운영 방식 & 6남매 일과표 –


“처음에는 과연 잘하는 것일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주위에서도 걱정을 많이 들었어요. 많이 배운 사람이 왜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이 생겼어요. 입시와 사교육에 시달리는 다른 부모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보니 정말 홈스쿨링하길 잘 한 것 같아요.”


김다윗씨네 가족은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며 보낸다. 식구가 많은 탓에 청소, 빨래 등을 하고 나면 벌써 점심. 밥을 먹고 식구 모두 나갈 채비를 한다. 한동대학교에 있는 김다윗씨 사무실로 향하는 길. 온 식구가 차에 가득 타고 학교에 간다. 걸리는 시간은 20여 분. 아이들은 김씨의 사무실에 이르자 신발을 벗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빠의 사무실은 신나는 놀이방으로 바뀐다. 빨간 카펫이 깔려 있는 바닥에 누워 아나스타시아와 다윗은 뒹굴거리며 책을 본다. 다리아씨는 그런 아이들 옆에 앉아 막내 에클레시아를 돌본다. 아이들과 어머니가 자리를 잡으면 김씨와 큰아들, 작은아들은 살며시 방문을 닫고 맞은편 사무실로 향한다. 또 다른 사무실 문이 열리자 세 개의 책상과 책장이 보인다. 여기는 김다윗씨의 사무실 및 큰아이들의 도서실. 항상 모든 가족이 함께 다니지만, 애들 공부의 효율성을 위해 공간을 나눈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정해진 것이 있다면 아이들 잠자는 시간.


“지금 아이들은 한창 성장할 때예요.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제대로 클 수가 없지요. 그래서 많이 재우는 편입니다. 적어도 8시간은 자게 하지요. 잠자는 시각도 아이들의 성장판을 자극한다는 밤 11시 전에 자게 합니다. 그러면 보통 8시에 일어나요.”


그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알아서 공부하기 때문. 오히려 그래야지 공부의 효율도 높다고 설명한다. 그는 단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파악할 뿐이다. 여섯 명의 아이들 각자의 재능을 발견해 맞춤식 교육을 하는 것.


-        자유롭지만 질서 있는 교육법 –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요.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은 클래식 기타를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둘째는 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성악을 좋아하고 소질도 있더라고요(웃음). 큰딸인 아나스타시아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도화지, 색연필을 사줬더니 꾸준히 그려요.”


그는 아이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거장’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인성 지도도 한다. 그가 생각하는 ‘거장’은 자신이 행복하고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어린아이라도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윽박 지르기만 하면 아이들의 인성이 왜곡된다고 말한다.


필립은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다니엘은 준비 중이다. 아이들의 꿈이 선교사라서 대학 진학이 필요하기 때문. 그렇다고 입시 전문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영어 공부법은 좀 특별하다. 성경으로만 공부하는 것. 필립은 1000쪽이 넘는 영문 성경의 마가복음을 다 외운다. 아이의 아버지는 성경공부만으로 다니엘이 검정고시 영어 과목에서 100점을 맞았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다른 과목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와준다. 그렇지만 부모가 다 가르칠 수는 없다. 수학, 과학, 역사 등은 좀 더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 이 과목들은 과외를 받았다. 그렇다고 돈 내고 받는 과외가 아니다. 김다윗씨에게 성악을 배우는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자진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형, 누나들이라 더 쉽게 배우고 같이 축구도 해서 ‘체육’ 과목까지 해결한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된 아나스타시아는 요즘 글씨를 배우는 데 한창이다. 물론, 글씨 공부도 본인이 원해서 익히는 것. 공부 교재는 김씨가 직접 만든 것으로 성경 구절로 한글과 영어를 같이 가르친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익히도록 해서 단어 지식을 늘리기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둔다. 그리고 그 구절의 느낌까지 그리게 해 심상 발달도 돕는다. 똑 같은 구절로 다리아씨도 그림을 그려, 서로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한다. 김씨는 교육을 위해 아이들의 TV 시청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육 방송, 케이블 채널인 JEI 재능방송 등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고. 영화도 자주 보는데, 덕분에 아이들의 언어 구사력이 높아졌다.


다윗, 마리아코냐 그리고 막내 에클레시아의 ‘담임선생님’은 다리아씨.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주 ‘업무’지만, 한글, 영어, 러시아어로 된 그림책을 읽어줘 한글은 물론 외국어와 친숙해 지도록 도와준다.


-        홈스쿨링 하면서 사회성 키우기 –



홈스쿨링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사회성. 아이들도 한번쯤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큰아들은 초등학교를 4학년, 작은아들은 2학년까지 다녔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다시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어요. 교회도 다니고 다른 가족들과 성경 모임도 가져요. 거기서 또래 애들과 어울리지요 그렇다고 아이들의 사회성 때문에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현재 학교 교육으로는 올바른 사회성을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학우를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보는 현 교육 체제에서는 오히려 사회성이 왜곡된다고 봅니다. 사회성은 학교를 통해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큰아들인 필립은 지금 대입 준비 중. 작은아들인 다니엘도 곧 검정고시 고등 과정을 시험보고 형과 같이 대입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둘 다 목사나 선교사가 꿈이지만 일단 대학교 학부는 각각 클래식 기타와 성악을 전공할 거란다. 그래서 큰아들은 현재 클래식 기타 학원을 다니고 작은아들은 아버지에게 매일 성악 레슨을 받는다. 큰아들도 김씨가 직접 기타를 가르쳤지만 지금은 전문 학원에 보낸 것. 김다윗씨는 둘 다 잘 돼서 한국 사회의 ‘귀감’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어린아이들은 그저 당분간은 착하게 자랐으면 하고 바랐다.


-        김다윗씨 부부의 스페셜 어드바이스 –


하나_부모의 삶이 중요하다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부모의 행동을 아이들이 그대로 배우게 된다. 아이들의 역할 모델이 부모인 셈. 부모의 삶이 건강하고 바람직하면 아이도 그대로 부모를 닮게 된다. 바로 이것이 홈스쿨링이다.


둘_목표가 있으면 가는 길이 쉬워진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면, 그것을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된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기 때문.

셋_아이들을 관찰하여, 적성에 맞는 공부를 독려하라

아이가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장래에 모든 직업을 선택할 수도 없다. 어렸을 때, 아이가 잘 할 수 있고 관심을 보이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예체능의 경우 아이의 소질 개발이 중요하다.


넷_절대 강요하지 마라

강요하면 학교 교육과 다를 게 없다. 억지로 공부시키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공부를 멀리 할 수 있다. 스스로 호기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율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그러면 공부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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