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천재 남매 키워낸 보통 엄마 진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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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으로 천재 남매 키워낸 보통 엄마 진경혜

관리자 0 2,492 2007.01.16 09:37
홈스쿨링으로 천재 남매 키워낸 보통 엄마 진경혜

아홉 살 나이로 미국 최연소 대학생이 된 아들과 열 살에 대학에 입학한 딸을 정규 학교 수업이 아닌 홈스쿨링으로 키워낸 엄마 진경혜씨는 말한다. 홈스쿨링을 좋은 대학 가는 목적으로 시작하면 그 참의미는 사라진다고. 천재라 불리는 남매를 키운 진씨의 교육 철학과 고민 그리고 한국 어머니들에게 전하는 조언.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를 키워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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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연락하고 싶다고 아들의 대학 총장실로 전화를 거는 사람, 어떻게 휴대폰 번호를 알았는지 통화가 되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리는 부모가 있을 만큼 진경혜씨(46)는 미국에서도 유명인이다. 2000년 아들 쇼 야노(16)가 아홉 살의 나이로 미국 로욜라 대학에 입학한데 이어 2006년 딸 사유리 야노(11)가 열 살에 트루먼 대학에 입학하자 사람들은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를 키워낸 한국 여성 진씨를 주목했다.

정규 학교 수업이 아닌 홈스쿨링으로 학습한 남매는 지적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회성이 높고 신중하며 성숙한 사고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 진씨가 발휘한 마술 같은 교육법은 무엇일까.

지난 11월 말 저서 「아이의 천재성을 키우는 엄마의 힘 」 홍보차 고국을 방문하고 미국 시카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가 한국에서 직접 만난 어머니들에게 느낀 점과 더불어 자신만의 교육 노하우를 전해왔다.

“저자와의 만남에 몇 분이나 올까 생각했는데, 족히 30분은 오셨더군요. 특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아기를 등에 업고 뒷자리에 앉아 열심히 제 말을 받아쓰던 어머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나같이 자식을 잘 기르고 싶은 소망이 담긴 질문을 주시니 그분들의 아이가 소원대로 잘 컸으면 하는 기도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어요.”

진경혜씨는 듣던 대로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이 대단하더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의 이런 열정이 한국을 세계 굴지의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 됐을 거라고 말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가족 모두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겼다. 몇몇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쇼는 제작진의 친절과 배려에 감동했고, 사유리는 미국에 돌아가자마자 한국 어린이 동화를 읽기 시작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 가츠다 야노씨는 다음 방문 때는 어떤 음식을 먹을지 벌써부터 즐거워하는 눈치란다. 서울에서 태어난 진씨는 198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오하이오 대학에서 미술과 미술사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유학 시절 만난 일본인 남편 사이에 아들 쇼와 딸 사유리를 두었다.

천재 남매로 불리는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고 하자, 진씨는 몇 달 전 오른쪽 팔을 다쳐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를 받았는데, 어느 날 무심결에 오른손으로 물건을 들려고 했더니 두 아이가 동시에 달려들어 물건을 빼앗고 엄마를 꾸짖은 일을 들려주었다. 내 자식이었지만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했다고.

천재로 판명이 난 뒤 유명세를 치르고, 굴지의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순간을 꼽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천재이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는 그녀의 교육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교육이 최우선이 되어야

“ 배움에 대한 열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공부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목적이라고 여긴다면 대학 입학 후의 모습은 어떨지요? 회사에 취직을 하고 난 후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생산적인 사람이 앞서가겠지요. 반면 배우는 데 열정이 없는 사람은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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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의과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아들 쇼는 새로운 단백 물질을 발견해 특허를 신청하는 등 앞으로 신경학 연구와 환자 치료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작년에 트루먼 대학에 입학한 딸 사유리 역시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진씨는 어떠한 형편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큰 교훈을 준 어머니의 가르침과 미국 사회의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교육 철학을 쌓았다. 아이의 인생에 자기의 행복과 인생을 걸지 않는 미국인들의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삶의 태도에서도 배운 점이 많다. 자녀 교육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비결을 궁금해하자, 진씨는 다양한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고 했다.

미술 관련 잡지 두 권, 미국 의학협회 관련지 한 권, 아들이 읽는 과학 잡지 세 권과 부부가 읽는 다소 쉬운 과학 정보지 두 권, 여기에 3종류의 신문을 받아보고 이외 한국계 신문을 포함해 인터넷으로 등록해서 읽는 매체도 여러 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흥미를 갖게 해주는 데에 이만한 것이 없단다. 좋은 기사는 항상 메모를 하거나 컴퓨터에 저장해두는데 이번 책을 쓰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가 흡족해하는 얼굴은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실망하는 모습 역시 저절로 알 수 있을 거고요. 아이의 기쁜 얼굴과 실망한 얼굴은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도 느껴지는 법이잖아요.”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을 최고의 교육 덕목으로 삼아온 그녀에게 아이의 행복에 대해 묻자 당연하다는 듯 이런 답을 주었다. 진씨는 긍정적인 생각, 좋은 인간관계, 사회적 지능, 내면의 독립성, 에너제틱 창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짚어줬다. 그중 인상적인 제안은 “정말 잘했어”라는 칭찬은 하지 말라는 것.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다다익선인 줄로만 알았던 우리에게는 다소 파격적이다.

“칭찬은 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또 적당히 했을 때 큰 효과가 있어요. 저희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판단으로도 들릴 수 있는 칭찬만 주기보다는 결과에 관계없이 열심히 한 것에 더 큰 격려를 보내는 편입니다. 그러나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는 꼭 칭찬을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칭찬은 더 필요하죠. 다만 조절을 잘해서 써야만 칭찬의 참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진씨의 책 표지에는 정작 본인의 얼굴은 없고, 쇼와 사유리 남매가 등장한다. 그녀의 진면목은 바로 이 두 아이가 고루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뒷받침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고 올바른 일에는 목청을 돋워서라도 제 권리를 찾는 점은 둘 다 엄마를 쏙 빼닮았지만, 오빠에 이어 홈스쿨링을 택한 사유리는 어쩔 수 없는 쇼의 비교 대상이 됐다. 능력도 개성도 성별도 각기 다른 남매를 적절히 조율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할 때는 TV를 꺼두어도 좋다

“사유리에게는 아직도 조금 미안한 점이 있어요. 워낙 이해력이 남다른 오빠를 둔 덕분에 사유리의 장단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쇼에게 가르친 대로 가르친 적도 있고, 또 성별의 차이를 무시하다시피 했거든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와 여동생이니까 경쟁이 없을 거라는 예상은 큰 오산이었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죠.”

사유리는 쇼로부터 화학과 물리를 배웠다. 오빠는 동생에게 ‘너는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냐’는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고, 동생은 오빠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는 점에 감사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오빠를 발로 차는 등 장난스러움은 여느 집 아이와 다름이 없지만 말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남매가 이렇듯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데에는 대화가 단단히 한몫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TV를 켜지 않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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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식물원 나들이, 양로원 봉사활동 등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진경혜씨 가족. 늘 같이 있지만 언제나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조용한 성격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일만 생기는 곳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밖에서 일어난 일을 아주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매주 화요일이면 쇼는 아버지와 함께 노숙자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 아버지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봉사원과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혹 눈이 마주치면 꼭 인사해라.

그들의 형편에 동정심을 갖지 말고 그들과 너를 비교해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은 더욱 하지 마라. 너의 조그만 힘이 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만 감사해라”라고 들려주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남매의 남다른 성장을 이룬 또 하나의 키워드는 아닐까.

“저희는 아이들에게 미국이 그들의 조국이라고 가르칩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가르칩니다. 쇼와 사유리는 홈스쿨링 과정에서도 역사를 배웠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문화적 다른 점도 익히 알고 있어요.

이번 한국 방문 때도 바쁜 일정을 쪼개 충남 공주에 다녀왔어요. 대부분의 일본인도 자신의 왕족 문화는 백제에서 시작된 것을 알고 있고 또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가 미술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예술품을 통해 한국 문화가 일본에 끼친 영향도 잘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홈스쿨링의 전령사처럼 알려진 진씨. 하지만 그녀는 홈스쿨링은 모든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특히 좋은 대학을 가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하면 홈스쿨링의 참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부모의 신념과 가치관을 아이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녀의 예쁜 점만 보거나 객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부모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사실은 쇼가 어렸을 때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준비했어요. 그러던 차에 쇼가 천재라는 판명을 받고, 사유리가 태어나면서 지금껏 홈스쿨링 선생님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희생을 한 것은 없어요. 어쩌면 제게는 맞는 직업이었을지도 모르죠. 별 불평 없이 재미있게 해낼 수 있었으니까요. 아마 남편의 사랑이 아주 큰 몫을 해주었을 겁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엄마가 이 세상에 최고나 되는 것처럼 여기니까요.”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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