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시험 부담도 없고… 좋아하는 책 읽기부터 시작했죠”

홈스쿨기사



“대학진학·시험 부담도 없고… 좋아하는 책 읽기부터 시작했죠”

박진하 1 2,586 2009.08.20 23:07
■ 독학으로 美 트루먼주립대 장학생 합격 정태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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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중퇴학력으로 독학을 통해 미국 미주리주 트르먼주립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정태민씨.

“대학진학에 대한 압박이나 공부에 대한 부담감,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을 뿐입니다.”

중학교 중퇴 학력에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독학으로 미국 트루먼주립대 장학생으로 합격한 정태민(22·대전시 유성구 어은동)씨.

정씨는 학원수강은 물론 개인과외도 일절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읽기부터 시작한 독학으로 외국유학에 성공한 케이스다.

정씨는 지난 2002년 대전 모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자퇴를 했다. 공부를 못하거나 문제아여서가 아니었다. 학교교육 현실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부모의 권유로 이뤄졌다. 공부 잘하고 소위 ‘범생이’였던 정씨 역시 모범생답게 나름대로의 고민 끝에 부모의 의견을 따랐다.

정씨는 “학교를 그만 두고 홈스쿨을 하자고 했을 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며 “부모님의 얘기를 듣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정영(52) 목사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긴 한데 학교 끝나면 학교 앞 문구점에서 친구들과 뽑기나 게임을 하고 집에 와서도 피시방에 가서 살았다. 학원 끝나면 또 게임하고 하는 아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퇴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자퇴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선 ‘학교안보내고 어떻게 할 거냐’는 걱정들이 많았다. 아버지 정 목사는 대안학교 역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종의 귀족학교나 다름없다고 판단해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다.

정씨는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모여 하는 홈스쿨링을 1년여 동안 하다가 혼자서 공부를 하게 됐다. 집근처에 있는 대학도서관을 찾아 학습지와 미국 홈스쿨링 교재인 강의CD 등으로 독학을 했다. 혼자 공부를 하면서도 정씨는 공부가 재미있었다. 스트레스나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었고 영어도 하고 좋아하는 고전소설 등 각종 서적도 마음껏 읽었다.

여행도 많이 했다. 전국의 유적지와 역사현장은 물론 중국 항일유적지와 백두산 등 해외여행도 했다. 이 과정에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 들을 보고 느꼈다.

정씨는 또한 부모님이 매주 금요일 외국인 유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대화하고 한국문화도 체험케 하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각국의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정씨는 “마음만 먹으면 학습지, CD 등 독학이나 홈스쿨링 교재는 얼마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화상 강의는 물론 각종 시험도 치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씨는 6개월간 미국가정에서 홈스쿨링도 하고 전세계를 돌며 선교활동을 하는 ‘바다위에 떠있는 서점’인 둘로스호에 1년간 승선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결코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자 인생의 값진 재산이 되기에 충분했다.

독학을 하면서 배운 것은 이건만이 아니었다.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운동하고 기타도 인터넷 독학으로 3개월 만에 마스터 하고 드럼도 독학으로 배웠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무엇이든 스스로 공부해서 일정한 수준에 오르게 됐다.

대학에 진학해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던 정씨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인 GED시험에 합격하고 SAT와 TOEFL 시험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 후 지인들의 권유로 올해 응시한 미국 미시시피 주 한 사립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한데 이어 미주리 주 트루먼주립대에도 장학생으로 합격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합격통지를 받고 처음엔 믿기지 않아 밤잠까지 설쳤다”는 정씨는 트루먼주립대에 입학해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선 로스쿨을 전공해 남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목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목사는 “경쟁위주의 한국 교육제도 아래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한국 학생들의 두뇌와 능력은 세계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해 다양한 기회만 제공해준다면 더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순금(51)씨도 “학생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어 교육제도의 틀 속에 묶어놓지 말고 자유롭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부적응 학생들도 경쟁속의 낙오자가 아니라 여건만 조성해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들 정씨의 미국 대학 합격은 “돈 많은 부유층이나 특권층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대학진학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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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검정고시 GED는?

General Education Development Test의 약자로 미국의 고등학교 과정을 대신하는 자격시험이다. 시험과목은 총 5개이며 모두 객관식이다. 대략 50% 이상 맞으면 합격된다. GED시험을 보고 나면 SAT나 ACT, TOEFL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Comments

헵시바 2011.10.08 08:39
귀한 나눔 에 힘을 얻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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