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들여다보기] 부모·교사·아이들, 흔들리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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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들여다보기] 부모·교사·아이들, 흔들리며 성장한다

네아이아빠 0 2,016 2011.08.18 22:26
아이들의 생명력을 좀먹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육문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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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 수업.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 현장은 상당히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특성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정규학교 형태의 대안 중·고등학교들이 30여 개에 이르고, 비인가 초·중등 대안학교들은 100여 개가 넘는다. 초중등교육법 60조에 신설된 조항에 따라 ‘대안학교’로 인가 받은 몇몇 학교의 경우 오히려 대안학교라 보기 어려운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대형 교회에서 설립한 이른바 ‘기독교 대안학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그중에는 미국 유학이나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공동선 같은 공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대안학교라 정의한다면, 대안학교로 꼽을 수 있는 학교는 자칭 대안학교의 절반 정도에 그칠 것이다.

한편 아예 학교를 벗어나 홈스쿨링을 시도하는 가정들도 있다. ‘교육=학교교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삶이 곧 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홈스쿨러 가운데는 학교교육 방식을 그대로 집에서 답습하는 경우도 있어 홈스쿨링이 곧 대안적인 교육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학교 안이든 밖이든 삶과 동떨어진 교육, 아이들의 생명력을 좀먹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육문화가 대안교육의 알맹이가 아닐까. 산업사회의 일꾼, 국가의 충실한 신민을 길러내기 위해 200여 년 전에 기획된 근대 학교제도가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미를 잃어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대안교육도 근대 문명의 병폐를 극복하고자 나타난 다양한 대안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든 대안운동들이 그러하듯 대안교육도 잘 포장되어 슈퍼마켓 진열장에 놓여 있는 상품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 그 본질에서 완성품이 아니라 미완성품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원자들이 모집 정원을 웃도는 곳이 많다. 어떤 학교는 재수를 해서라도 들어가려는 아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대안학교조차 경쟁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관심이 높아가는 만큼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도 많다. 대안학교는 문제아를 위한 곳이다, 또 한편에서는 엘리트 학생들을 위한 곳이다, 이런 오해들이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이다. 어린 시절을 아이답게 보내기를 바라는, 청소년기를 시험공부에만 파묻혀 시들시들하게 보내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학교에 아이를 맞추려 하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학교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없는 곳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놓고 함께 풀어가고자 노력하는 곳이 대안학교다. 공교육이 오늘날 이렇게 반신불수 지경에 이른 것도 시험문제만 쳐다볼 뿐 정작 삶의 문제는 외면하는 데 있음을 알기에, 대안학교는 학교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을 배움의 기회로 삼고자 애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왕따나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이를 계기로 우리 안의 폭력성을 성찰하면서 공동체성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그런 뜻에서 대안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만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학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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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체험학습
대안교육 운동이 국가 주도의 학교교육을 상대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안학교들이 학교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운영상의 안정을 꾀하다 보니 학교 틀을 모방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상 대안학교와 사립학교의 경계는 희미하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재정을 수업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중산층을 위한 대안으로 한정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특히 대형 교회나 종단에서 설립한 기독 대안학교들 중에는 국제학교를 표방하거나 일반 사립학교와 유사한 학교들이 많다.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과 수업료를 받고 있어 귀족학교로 비치기도 한다. 한편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들의 경우 작은 공간의 월 임대료를 부담하기도 버거워한다. 대안교육 현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대안교육의 역사가 10여 년이 훌쩍 넘으면서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가거나 사회로 나오고 있다. 몇몇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일류대에 진학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는 대안교육의 본래 정신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심지어는 일류대에 가기 위한 코스로 특목고 다음으로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조차 생겨났다. 입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압박 때문에 학교 교육철학이 위협받기도 해서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경우 입학 때 아예 입시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못 박기도 한다.

대안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함께 쓴 책을 보면 대안교육의 세례를 받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담겨 있다. “어른들만 불안한 줄 아세요?”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게 더 무섭다!” “우린 온실 속의 화초였나?” 부모도 교사도 아이들도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서로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 대안교육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성찰의 내공은 상당하지만, 대안교육이 세상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을 지켜봐야 그 성과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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