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에도 배울거리는 많습니다”

네아이아빠 2012-06-24 (일) 01:19 6년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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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홈스쿨러들은 정해진 교과공부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을 접한다. 사진은 대안공간 민들레의 ‘자비로운 말과 글’ 수업 중 학생들이 <이것이 공부다>의 저자 이한씨 초청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제공

학교 선택 안 한 이유는 다양해
“종일 뭐하냐?” 질문 많이 받아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시골의 작은 중학교에 다녔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친구들끼리 누구는 누구를 소외시키고, 누구는 소외를 당하며 살고 있더라구요. 나는 왜 당당하지 못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중3 때 홈스쿨 하는 친구를 만나면서 홈스쿨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님께서 ‘너무 힘들면 안 가도 된다’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지난 6월1일 저녁 7시. 대안교육연대 등이 마련한 ‘홈스쿨러 부모들을 위한 기획 강좌’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성인이 된 윤둥실(23)씨의 진솔한 경험담이 소개됐다. 30여 명의 청중들은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면서 주관이 뚜렷한 성인으로 자란 윤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의응답 시간, 한 학부모가 질문했다.
“둥실씨가 참 부럽습니다. 근데 우리 아이한테는 일종의 ‘이상’입니다. 학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고, 도시에서 사니까 공부에 대한 강박도 있거든요. 누구나 농사를 지으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홈스쿨링’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부모님께 교육을 받는 재택교육’이다. 하지만 최근 늘고 있는 ‘도시형 홈스쿨러’들은 부모님에게 교육을 받는 일이 드물다. 이들한테는 ‘학교 시스템이 아닌 곳에서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선택하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저요? 바쁘고, 행복하죠!”
지난 6월5일 대안교육공간 민들레에서 만난 류호철(13)군은 무척 활기차 보였다. 학교를 다녔다면 지금 중학교 1학년. 하지만 류군은 초등학교 졸업 뒤 중학교 진학을 안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수업이 지루해졌다. “수학은 대체 왜 배우는 거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방정식을 배워도 일상에서 하나도 안 쓰더라구요. 이렇게 실용성 없는 걸 왜 배우지 싶었습니다. 중학교 다니는 친형이 들려준 학교 얘기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공부하고, 싸우고, 공부하고, 싸우고…. 또 성적으로 사람을 줄을 세운다는 것도 정말 싫었습니다.”
무작정 학교를 나오기로 한 건 아니다. 부모님과 상의한 뒤 6학년 1학기 때부터 대안학교나 대안적인 공간 등을 알아봤다. 결국 찾은 곳이 민들레였다. 류군은 민들레를 중심으로 영화, 글쓰기, 자전거 수업 등에 참여하고, 다양한 친구들과 소모임 활동도 한다. 스스로 선택한 활동들을 하며 ‘즐거운 피곤함’을 맛보고 산다. 류군은 “‘로드스쿨러’로 불러달라”고 했다.
“‘홈’이라는 말이 붙어서 그런지 마치 집에 틀어박혀 부모님이랑 공부만 하는 느낌이잖아요. 저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게 꿈입니다. 세상에 나와서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가운데 뭔가를 배우는 거죠.”
 
 
도시형 홈스쿨러들은 정해진 교과공부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을 접한다. 류호철군이 ‘자전거대행진’에 참여한 모습이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제공
 
도시형 홈스쿨러들은 정해진 교과공부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을 접한다. 김문주양이 기타를 배우는 모습이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제공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아무개(12)군이 학교에 다녔다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다. 김군은 한 번도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대학에서 조경 설계 분야를 전공한 엄마 최아무개씨는 처녀 시절, 취업을 하려고 한 회사를 찾았다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여기 빈 땅이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설계를 해 보세요.” 단답형 문제에 익숙한 공부만 해왔던 터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자신을 보면서 “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틀에 맞춘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엄마는 워킹맘이다. 김군은 낮에 보통 혼자 있다. 태권도, 가야금 등 학원을 다니며 취미생활을 한다. 영어나 수학 등은 혼자 문제집을 풀며 공부한다. 잘 모르는 건 엄마가 도와준다.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한 학원에 꾸준히 다니면서 친구들도 생겼다. 김군은 “애초에 엄마 의견에 동의한 거라서 특별히 불만이 없고, 지금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도시형 홈스쿨러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학교교육에 의문을 품으면서 진학을 안 한 사례부터 부모의 뜻이 강해 혼자 공부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나간 경우도 있다. 문제는 세상이 이 개별적인 상황들을 단 하나의 시선과 잣대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도시형 홈스쿨러들의 부모와 자녀에게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다. 부모 스스로 홈스쿨링 자체에 대한 자기 확신보다는 막연한 환상만 품었다가 후회하는 일도 많다. 최아무개씨는 “부모님들 스스로도 홈스쿨러라고 하면, 유기농만 먹는다거나 뭔가 엄청나게 대안적인 것들을 한다고 거창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나는 홈스쿨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고, 힘을 빼고 아이를 키운다”고 했다.
지난 6월5일, 민들레에서 만난 홈스쿨러 김문주(14)양은 민들레 식구들과 떠날 여름여행 기획에 바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던 김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공교육 학교를 다닌 뒤 2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대안학교에 갔다. 대안학교 중등과정이나 일반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초등 졸업 뒤 홈스쿨러로 산다. 대안학교 중등과정에는 학생수가 적었다. 나와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공부하고 싶었다.
김양은 류호철군처럼 하루를 만족스럽게 돌아본다. 김양은 자기 주관이 뚜렷했다. 홈스쿨러가 된 뒤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 “네 일이니까 알아서 해.” 엄마는 딸에게 선택하고 책임질 권리를 줬다. 한동안은 박물관, 극장 등을 다니며 충분히 쉬었다. 처음에는 공부도, 노는 것도 몰아서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습패턴을 찾아갔다. 김양은 “아직도 시행착오중”이라고 했다.
“‘뭐하고 사냐?’ 이렇게 물으면 ‘나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산다. 그럼 너희는 뭐 하고 사는데?’ 이렇게 말합니다.(웃음) 저 나름대로 계획해서 잘 살고 있고, 무척 행복합니다. 아침에 잠도 푹 자고, 제 스케줄을 제가 관리하면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홈스쿨을 생각하는 친구들이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때론 설렁설렁 살 필요도 있거든요.”
김문주양의 이야기가 모든 도시형 홈스쿨러의 모습은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홈스쿨러 김아무개(16)양은 소통할 사람이 그립다. 김양의 하루는 아침 8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시작한다. 집에 와서 씻은 뒤 그날 할 일을 적어본다. 인터넷 강의 듣기, 역사 공부, 학습일기 쓰기 등 자기주도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수학, 발레 등 원해서 다니는 학원도 있다. 얼마 전부터 한 대안문화 공간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공부하는 재미를 맛보고 있다. 공간에는 일반학교, 대안학교, 홈스쿨러 등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다. 이 공간을 통해 김양은 “공교육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한 생각만 할 거라는 편견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양은 대안학교 진학을 준비중이다.
“후회하는 건 아닙니다. 근데 혼자 인강으로 하는 공부가 재미없더라구요. 홈스쿨을 결심했다면 왜 학교를 나오려는지도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무 계획 없이 보내면 짜증, 후회 나아가서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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