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위한 안방 도서관

네아이아빠 2012-08-17 (금) 15:21 5년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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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부모들 마음은 다 비슷하다. 자녀가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좀 더 바란다면 어릴 적부터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바람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놀기 좋아하고 진득하게 앉아서 책 보는 건 지루해한다. 왜 그럴까? 그저 아이들이 저마다 갖고 태어난 습성 탓일까? 요즘엔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책이라면 징그러운 벌레만큼 피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문제이긴 하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몇 해 전부터 헌책방을 운영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니 의외로 아이들에게 책을 억지로 읽히려는 부모가 많아서 놀랐다.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괜찮다고 소문난 그림책 세트를 몇백 권씩 사준다. 아니, 어떤 아이들의 시련은 그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아기가 입말을 떼기가 무섭게 단계별로 짜인 책 읽기 프로그램 학습지를 그 앞에 던져준다. 어떤 부모는 이제 막 ‘엄마, 아빠’를 말하는 아이에게 외국말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때부터 가르쳐야 가장 효과가 크다고 그러는데, 참말인지 알 수 없다. 외국말은 어찌하여 잘 하게 되더라도 아이가 받게 될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 생각하면 맘 아픈 노릇이다.

서정명씨가 탁자에 앉아 책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오히려 요즘엔 너무 많은 방법론들이 난무해서 부모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서정명씨(47)를 만났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게 그거다. 서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한 번도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낸 일이 없다. 큰 아이가 지금 중학생 나이이고, 그 아래 동생은 초등학교 다닐 나이인데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홈스쿨링을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하러 간 때가 평일 오후인데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었다.

“아이 둘 모두 학원이나 학교에 보낸 적이 없어요. 큰 아이는 어렸을 때 유치원에 두 달 보냈는데 작은 아이는 지금껏 집에서만 배웠어요. 다행히 뜻을 같이하는 주변 사람들 몇 분과 함께 홈스쿨링을 계속해오고 있어요. 저는 독서지도 부분을 맡아서 해요. 여러 가지 과목이 있지만 책읽기는 정말로 아이들에게 중요해요. 그래서 제가 사는 아파트 안방 제일 넓은 곳에 이렇게 책장과 탁자를 들여놓고 홈스쿨링 교실로 쓰고 있어요.”

얘기를 듣고 보니 서정명씨가 꾸린 아파트 내부 배치는 보통 보던 것과 많이 다르다. 우선 거실에는 TV와 소파가 없다. 어느 집 거실에나 있을 법한 흔한 장식장 하나 갖추지 않았다. 그 대신 베란다 창문 쪽으로 여럿이 앉을 수 있도록 긴 탁자와 의자를 놓았다. 그것 외에는 달리 가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대부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실에 책장을 놓는 반면, 서씨의 집 거실엔 아무것도 눈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 보이기까지 했다.

책은 모두 거실 바로 옆에 있는 방에 들여놨다. 책장이 있는 방은 서씨의 말 대로 홈스쿨링을 위한 교실로 활용한다. 그래서인지 책들이 분야별로 정리가 잘 돼 있다. 여기엔 아이들과 함께 보는 책들이 많지만 서씨가 관심을 갖고 늘 챙겨보는 책도 함께 사이좋게 자리를 나눠 갖고 있다. 책장은 방 가운데 있는 긴 탁자를 중심으로, 커다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왼쪽과 오른쪽 벽 전체를 다 쓴다. 마치 어느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온 느낌이다. 서씨는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책을 읽고 토론한다. 여럿이 모여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리내어 읽기라고 말한다.

큰 방 전체를 마치 작은 도서관처럼 꾸민 서정명씨의 서재.

“어릴 때부터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렇다고 억지로 들이밀듯이 책 읽는 것은 안 되죠. 어릴 때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좋아요. 스스로 읽는 것도 좋지만 글자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일은 더 없이 좋죠. 어떤 분들은 아이들이 책을 저 혼자 못 읽을 때까지만 읽어주고 그런 후에는 스스로 읽게 놔두는데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정도까지는 가끔씩 시간을 정해서 책을 읽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읽어주기를 통해서 얻는 게 많아요. 그리고 여럿이 모여서 같은 책을 한 목소리로 낭독하는 방법도 그냥 눈으로 책을 읽는 것에 비하면 무척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책장을 둘러보니 특히 한쪽 부분에는 세계문학과 역사 관련 책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것이 보인다. 가장 위에 놓인 <로마 제국 쇠망사>는 2010년에 민음사에서 펴낸 여섯 권짜리 세트이고, 그 옆엔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오른쪽으론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고전만 뽑은 책들이 자리하고, 각종 역사책과 역사를 모티브로 삼아 쓴 소설들이 그 아래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책을 좋아하는 서씨의 취향이 책장에 그대로 드러난다.

“소설은 고전만 오랫동안 봤어요. 다른 분야를 보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접해보니 일본문학은 맘에 들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작가들 책을 찾아 읽는데, 최근에 본 책들 중에서는 강준만 교수가 쓴 한국 근현대사 관련된 책들과 이덕일씨의 역사책들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이덕일씨 같은 경우는 역사 서술 관점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들이 많이 있기는 해도, 그렇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안소영씨가 쓴 책 <책만 보는 바보>(보림·2005년)도 요즘 본 책이네요. 조선시대 선비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에 대한 책인데 정말로 책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더라고요.”

책읽기라는 것을 어떤 사람은 그저 취미로 여기고, 남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는 것일까? 그저 취미생활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다. 서정명씨는 책읽기는 곧 삶의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 독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청소년 시기를 넘어가면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읽더라도 그냥 재미 위주로 쉽게 생각하는 일이 많거든요. 책을 읽는 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는 일이라고 믿어요. 청소년 때는 더욱 그렇죠. 경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지금 사회구조 속에서 마치 동물세계처럼 무자비한 경쟁은 의미가 없어요. 진짜로 삶의 실력을 탄탄하게 쌓은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초연함을 잃지 않아요. 자기 삶을 이해하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 거예요. 그런 힘을 기르는 데 무엇보다 책읽기가 가장 중요하죠.”

글·사진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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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아빠 2013-06-24 (월) 18:42 5년전
진정한 실력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책읽기는 정말 중요합니다 좋은 내용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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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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