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신민재 특파원 = 중국에서 무성의하고 일률적인 공교육에 대한 믿음을 잃은 일부 학부모 사이에 '홈스쿨링(재택학습)' 바람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4일 전했다.
중국 신화망은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일곱 가정이 공교육 과정을 포기하고 한 시골 마을의 폐교를 수리해 함께 생활하며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사연을 소개했다.
이곳의 학생 10명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또래들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글쓰기, 수학, 영어 등 일반과목 이외에 논어, 맹자, 중용 같은 사서오경(四書五經)을 공부한다. 또 매일 2시간 이상 야외에서 뛰어노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학생들은 시험을 보는 대신 부모와 함께 벽에 페인트칠하기, 교실 꾸미기, 채소 가꾸기 등을 해야 한다.
아버지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내고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어머니들의 몫이다.
한 학부모는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은 무조건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부모와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게 제일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부모 중에는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귀국자와 중국의 명문대 졸업자도 있다.
명문대 출신의 한 학부모는 "지난 20년간의 삶을 돌아보면 수업과 시험의 연속이었다"면서 "내 아이들도 주입식 교육 아래서 고득점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되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이곳의 부모들은 자녀가 검정고시로 필요한 학력을 모두 취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변의 우려에 대해 대학원 졸업생들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자신들의 교육방식이 자녀가 진로를 선택하는 데 더 유익하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자녀를 1년에 2~3개월씩 인근 시골 초등학교에 보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신화망은 최근 중국에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이 인터넷상에 홈스쿨링연맹을 설립해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청두(成都) 등 20여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장 펑구이린(馮桂林)은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히 현행 교육·입시제도에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당국에 학교 교육의 개선점에 대한 과제를 안기고 있다"면서 "홈스쿨링 역시 학생들이 성장하면 부모가 계속 교사 역할을 하기 어렵고 이들이 앞으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지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