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진학 3인의 홈스쿨링 스토리 “원하는 공부하려고 교실 대신 옆길로 샜죠”

네아이아빠 2013-04-08 (월) 14:47 5년전 358  
https://www.imh.kr/b/B19-460
《 교과서에 매달리는 대신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꽉 막힌 분위기의 학교가 싫었다! 중고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홈 스쿨링’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공교육이 전인교육, 또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처럼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반드시 학교에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홈 스쿨링으로 공부해서 한국방송통신대에 들어간 이강일(17) 황해담(14) 문준혁 군(17)은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모든 학생이 홈 스쿨링을 선택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의 교육제도가 무엇을 놓치는지 살펴보게 하는 반면교사라고 지적한다. 》


○ 하고 싶은 일을 더 중시

영어영문학과 17세 이강일
이 군은 경북 울릉군의 울릉역사문화체험관에서 일한다. 올해 8월 방송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다. 경북 칠곡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중학교에 가지 않았다. 농사짓는 일이 더 좋아서 평범하지 않은 길을 택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그는 경기도와 대전을 돌아다니며 주말농장에서 일했다. 도시인들이 주말에 와서 농사를 짓고 자리를 비운 주중에 밭 갈고 거름 주는 일을 했다. 4년 가까운 기간, 밭에서 굴착기도 몰았다. 나무를 직접 다듬어 집과 가게도 꾸몄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밀을 제과점에 납품했다.

이 군은 집에서 막내다. 형 2명과 누나는 모두 명문대나 의과대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건축업을 했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그 역시 공부를 잘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정규교육을 포기했다.

지난해에는 부모를 따라 울릉도에 갔다. 민간기금으로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근무했다. 섬에 들어갈 때는 공부에 집중할 생각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남긴 적산가옥을 관리하고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여 지원했다.

이 군은 “중고교에서 교과서로 배워야 하는 내용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길을 선택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일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좋아하고 잘하는 공부에 집중

일본학과 14세 황해담
황 군은 올해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뒀다. 그는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학교교육을 중단한 사례에 해당한다.

또래에 비해 지능 발달이 더 빨랐던 아들. 어머니 유복희 씨(40)는 영재교육 과정과 대안학교를 1년 넘게 직접 살펴보다가 홈 스쿨링을 골랐다. 아들이 가진 능력을 집에서 직접 길러주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집에서 학교의 한 학기 과정을 3개월 정도에 마쳤다. 재학 중인 학생에 비해 2배 정도 빠른 셈이다. 꼭 필요한 과목을 빼고는 하고 싶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학습은 하루 3∼4시간이면 충분했다.

지금 황 군은 일본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중국어까지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중국어는 순천향대 부설기관인 ‘공자아카데미’에서 배웠다. 전공 대학생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 자신이 좋아하고 또 잘하는 어학에 집중한 결과다.

성적이나 시간의 압박을 받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점도 중요한 수확이었다. 유 씨는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서 힘겹게 공부할 때 집에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중고교를 다니지 않았다. 명문대에 입학한 것도 아니다. 대학 졸업장과 공인어학성적 같은 ‘스펙’을 바탕으로 기업체에 취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할 만한 길이 넓다고 본다.

황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할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진학을 위한 시험에 매달리고 싶진 않았다. 방송대에서 열심히 공부한 뒤 대학원에 가거나 유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 가지 길만 배우면 답답해요

문화교양학과 17세 문준혁
문 군은 문화교양학과 3학년이다. 학교교육의 딱딱한 틀이 잘 맞지 않아서 홈 스쿨링을 선택했다. 이는 문 군과 부모님이 지금도 기억하는 경험에서 잘 드러난다.

초등학교 1학년 방과후 미술수업에서 선생님은 “말을 그려보자”고 했다. 네 발로 서 있는 말을 칠판에 그렸다. 문 군은 고민했다. 서 있는 말은 조금 밋밋하지 않을까, 힘차게 뛰어가는 말을 그려보면 어떨까.

친구들과 다르게 말을 그렸다가 선생님에게 혼났다. 갈기와 꼬리가 바람에 흩날리는 역동적인 그림을 두고 선생님은 “왜 시키는 대로 그리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그는 이 일로 방과후 미술수업을 그만뒀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집에서 공부했다.

검정고시를 위해 주요 과목을 공부했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기타를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으니 교과 공부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판단했다. 방송대 전공 역시 철학 역사 미술 고전 영화 등 다양한 교양영역을 배울 수 있는 문화교양학과를 택했다.

문 군은 “내 마음대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친구와도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며 “중학교에 진학했다면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홈 스쿨링을 하는 학생이 미국에서는 200만 명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커지면서 획일적인 교육을 마다하는 이가 늘어난다고 추정한다.

김영인 방송대 교수(청소년교육과)는 “방송대는 입학과 학사과정에서 여유가 많아 홈 스쿨링을 거친 학생이 많이 입학한다”며 “인간다운 성장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겠다는 노력이 갖는 의미를 제도권 교육에서도 적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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