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10년 홈스쿨링, 어디까지 왔나

홈스쿨기사



국내 도입 10년 홈스쿨링, 어디까지 왔나

네아이아빠 1 2,937 2013.04.25 22:02
박진하 소장은… 경기도 광주에서 네 자녀를 홈스쿨링시키고 있는 홈스쿨링 9년 차 아빠. 재작년 기독교 홈스쿨러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 위해 ‘홈스쿨지원센터’를 만들어 20여 차례의 관련 세미나를 열었고, 2000여명 회원이 홈스쿨링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아임홈스쿨러’를 운영 중이다.
 
본격적인 홈스쿨링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초중학교 과정이 의무 교육인 국내에서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게다가 현재 국내의 홈스쿨링 사정을 몰라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알아야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홈스쿨링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홈스쿨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진하 소장에게 국내 홈스쿨링의 현주소를 물었다.
 
홈스쿨링은 아이를 키우는 하나의 도구_홈스쿨링의 유형은 그 가정의 수만큼 다양하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있고, 홈스쿨 전문 출판사의 워크북, 미국 홈스쿨 교재를 활용하거나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반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부모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아이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를 정하고 실천하는 ‘언스쿨링(unschooling)의 유형도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은 스케줄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교육법을 취사선택하는 ‘유연한 홈스쿨링’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국어.수학 등은 가르치되, 영어, 예체능 등은 품앗이 교육을, 다른 분야는 다양한 지역 단체의 프로그램과 수업 등에 등록해 배우는 식이다. 초등학교 때는 홈스쿨링을 시켰다가도 중등 과정에서는 학교를 다시 보내는 등 홈스쿨링 기간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진행하는 가정도 있다. “지금 제 아이들은 16세, 12세, 8세, 6세인데, 모두 홈스쿨링을 해요. 첫 아이가 7세 때, 다른 아이들보다 말을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렸어요. 그래서 한 살 더 여물어서 학교를 보내고 싶어했는데, 주변에서 왕따당하기 십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학습 속도가 더딘 아이가 있고 빠른 아이가 있는 건데, 같은 나이라고 똑같은 교육을 시킨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진하 소장은 홈스쿨링 강연과 세미나, 책 등을 살펴본 뒤 고민 끝에 아이를 홈스쿨링 시키기로 결정했다. “사실 홈스쿨링을 할 때 학습 부분에 부담을 떨쳐버리기란 어려워요. 구구단은 내가 가르쳐도 미분, 적분은 어떻게 가르치나 고민했죠. 결국 홈스쿨링은 부모가 다 가르치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대신 같이 공부는 해야 하죠. 아내는 큰아이와 함께 세계사, 역사 등을 책을 통해서 배우고, 못하는 수학도 공부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짠 생활 계획을 점검해주고, 확인해주는 코치가 되죠. 집에서 다 할 수 없는 부분은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이라는 교육 기관을 통해 인문고전 공부를 하고 있다. 사회성은 홈스쿨링의 약점 아닌 강점_박진하 소장은 “홈스쿨링의 장점 중 하나는 가정에서 인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을 닫고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이 많아요.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으니, 그 소중함을 모르는 거죠.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다른 홈스쿨러 가정을 만나는 네트워크를 통해 어른들과 대화하는데 익숙해요. 보통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할 것 같다는 오해들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수직, 수평적인 사회성이 골고루 발달돼 있죠. 언니, 오빠, 어른들뿐 아니라 동생들과도 잘 지내야하니까요.”
 
루스벨트, 링컨도 홈스쿨러였다_홈스쿨링을 최근에 생겨난 대안적인 교육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홈스쿨링은 원래 고전적인 교육 방식이었다. 반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공교육은 그 역사가 200년밖에 되지 않는다. “학문과 인성을 가르치던 곳은 원래 가정이었어요. 공교육에 맡겼던 기능을 되찾아 ‘원래 교육으로의 회기’를 외치는 것이 홈스쿨링이죠. 루스벨트, 링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의 30%, 처칠, 퀴리 부인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가 된 사람들이 홈스쿨링을 통해 교육을 받았어요.” 미국이나 한국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홈스쿨링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신앙과 교육을 일치시키는 기독교인 홈스쿨링 가정, 획일화된 교육 방식을 거부하기 위해 탈학교화한 홈스쿨러들이다. 홈스쿨링은 2000년대 초반, 미국 홈스쿨 선교사들이 방한해 홈스쿨링 강연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도 기독교 가정을 중심으로 한 홈스쿨러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 공교육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홈스쿨링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홈스쿨링 가정에 대한 통계 자료는 거의 없다. 대신 공공 기관에서 조사하는 ‘탈학교 하는 학생들’의 수치를 파악해 홈스쿨링 가정 수치를 가늠하고 있다. 2011년 학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한 해 동안 학교 밖을 나간 학생들은 7만6000여명이다. 학교 부적응, 질병, 유학, 이민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홈스쿨링 관련 단체들은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이들도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박진하 소장은 “일반 홈스쿨링 가정과 달리 단체에 등록한 뒤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기독교 홈스쿨 가정의 경우 2000여 가구로 추정되는데, 일반 홈스쿨링 가정까지 더하면 10여 년 전 100여 가구뿐이었던 홈스쿨러 가정의 증가 속도가 꽤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홈스쿨러들의 정보 교류를 돕는 홈스쿨링 단체는 한국기독교홈스쿨협회, 조슈아홈스쿨아카데미, 글로벌홈스쿨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가족들이 코워크를 하는 단체예요. 아이들이 함께 체육, 미술, 음악 등을 할 수 있도록 품앗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홈스쿨 유나이트’라는 축구단, ‘하늘소리 오케스트라’ 등이 유명하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평안(평택-안성)드림’‘고파(고양-파주)네트워크’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들이 늘고 있어요.”
 

Comments

으나으나 2013.06.17 13:29
이번에 안성에서 친구가 목회를 시작해요
평안드림팀을 추천해줘야 겠네요  ^^
아..  한국의 홈스쿨이 여기까지 왔네요  ^^
2005년 처음 홈스쿨을 접할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땐 분당 샘물교회에서 모임하고 나누는것들 곁눈질로 보곤 했는데  ㅋㅋ
늘 수고하시는 박진하 소장님  감사합니다
박진하..  저희 사촌 오빠랑 이름이 같네요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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