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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빌리지 전경. |
안드로메다에서 아빠와 함께 비행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 루리는 새별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루리는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새별에게 알려준다. 재활용을 잘 하고 합성세제를 적게 쓰며 나무를 많이 심고 베지 말 것, 동물을 보호하고 물을 아껴 쓰라는 조언 등등….
“잠깐” 새별이 루리의 말을 끊는다. “그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거잖아” 새별이 말한다. “ 그런데 왜 다 알면서 지구가 죽어가게 놔두는 거지?” 루리가 다시 묻는다. “알면서도 지키지 못해서 그래” 새별이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경기도 성남시의 캔 재활용 어린이 체험관 캐니빌리지에 입장하면 만나게 되는 ‘우주인도 지킬 수 없는 지구’라는 제목의 영상물 내용이다.
최근 광물의 가치가 커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캔의 원료인 철과
알루미늄은 지금처럼 쓰고 버린다면 앞으로 200년도 안 돼 고갈될 전망이다. 캐니빌리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3빌딩을 두개 이상 쌓아 올릴 만큼 많은 캔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중 74%만 재활용 된다. 캔은 분리
수거만 잘 하면 100%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나머지 26%는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캐니빌리지는 영상과 놀이 등 각종 체험을 통해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들에게 자원 재활용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금속캔자원협회는 2005년 5월에 120억원을 들여 2600㎡의 면적에 3층 규모로 이곳을 건립했다. 한국금속캔재활용협회는 캔의 회수와 재활용 등을 목적으로 1994년에 설립됐으며 포스코, 중앙제관, 롯데칠성 등 400여개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시관의 안내를 맡고 있는 노들씨(25)는“개관 이래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다녀갔으며 하루 평균 500~600명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노씨는 “평일에는 단체 위주로 방문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개인 관람객이 많다”며 “관람객 1팀이 40명으로 제한돼 20분마다 입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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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을 오리고 붙여 만든 곰 모형. |
전시관에 들어서면 우선 각종 캔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제주도의 학생들이 캔을 오려붙여 만든 곰, 황새, 앵무새 등이 놓여 있다. 전시관이 지방을 돌며
경연대회를 열어 우수한 작품들을 모아 와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미술작품으로 손색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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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을 통해 캐니빌리지의 마스코트 캐니가 캔 재활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3층으로 올라가면 캔을 올바르게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캔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왜 재활용 되어야 하는지, 분리수거 된 캔은 어떻게 재활용되는지를 영상을 통해 설명한다. 각종 영상물에는 홍보관의 마스코트인‘캐니’가 등장한다. ‘캐니’는 캔 모양으로 생긴 녹색의 로봇이다. ‘검소한, 알뜰한’이란 의미의
영어단어 canny와도 의미가 통한다. 캔과 음료수 공장의 설치모형을 통해 캔과 캔음료의
제조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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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식음료의 제작 공정을 보여주는 모형물. |
캔의 유래에 대한 코너에서 안내원은 1795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병사들의 음식을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데서 유래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연구를 거듭한 끝에 1810년 영국의 듀란드가‘캐니스터’라는 금속용기에 음식을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입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펼치는 매직비전을 통해 115년 된 캔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1824년 윌리엄 페리가 북극을 탐험하며 가지고 갔던 익힌 송아지 고기 통조림 캔 하나를 1939년에 따보니 완벽히 보존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2층으로 내려오면 분리배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상점에서 구입한 캔의 분리배출표시를 확인해 재활용을 제대로 하면 컴퓨터 게임에 쓸 코인이 주어진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서 병원에 간 지구가 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는 내용의 영상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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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고 기침이 나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는 지구를 보여주는 영상물. |
모든 영상과 체험놀이 등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다. 작은
테마파크로 봐도 손색이 없다. 재활용 영상게임 등 흥미를 끄는 소재들이 많아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좋아한다. 케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원과 환경의 중요성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캐니빌리지를 관람하려면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월요일은 휴무이다. 단체예약을 받지 않는 주말에 개인이 방문하기에 좋다. 관람료는 없다.
자가용 이용시 판교와 안양 사이 57번 국도를 타고 대한송유관공사 이정표를 보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앞에서 223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이한선 기자 griffi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