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수학 지도의 세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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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학 지도의 세 가지 원칙

네아이아빠 2 841 2011.05.22 22:51
얼마전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딸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딸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거들고 있었습니요. 지난 주말에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이번 주에 분수 단원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가 어려워할 것을 미리 예상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데, 그래서 2학년 때 잠깐 배운 분수의 개념으로 3학년의 분수 교과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만약 남들처럼 선행학습을 하였다면 이 정도의 문제를 척척 풀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선행학습을 위한 시간은 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다른 놀이나 공부 시간과 맞바꾸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선행학습이 주는 효과를 저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아이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아주 살짝만 도와주면 아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다 보면 난관에 봉착합니다. 엄마가 쉽게 설명한다고 설명하는데도 아이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엄마는 학원의 유혹에 빠지지요. 스스로 가르치는 능력이 모자라다고 자책하는 엄마도 있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가르칠 인내심이 모자란다면서 아이의 이해력 문제로 돌리는 엄마도 있습니다. 물론 모두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엄마의 능력 부족도 아니고 아이의 이해력 부족도 아닙니다. 엄마는 가르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고, 아이는 만질 수 없는 추상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잠깐 혼란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분수의 예를 통해 초등학생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는 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려 드리려 합니다. 이 방법을 터득한 후 더 이상 자책하지도, 아이를 원망하지도 않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수학은 분수에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학년 과정에서 다루는 분수의 사칙연산은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입니다. 분수는 2학년 때 개념을 다루고 3학년 때 좀 더 확장된 개념을 배우는 데, 이때 제대로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2학년에 처음 분수를 배울 때는 반드시 사과를 잘라보길 권합니다. 아이에게 사과와 과도를 주고 직접 반으로 잘라보라고 하세요. 처음 한 개와 잘라서 만든 두 개 중 어느 것이 큰지를 물어보세요. 두 개는 하나보다 많기는 하지만 처음 것보다 크지 않다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봐야 합니다. 둘로 나눈 사과를 다시 반쪽으로 나누어 보세요. 그 네 조각 중의 두 조각을 붙이면 처음 자른 사과 반쪽과 같다는 것을 아이가 직접 만지고 보며 느낄 수 있습니다. 1/2과 1/4의 개념에서 나아가 1/2과 2/4가 같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피자 그림만 보여주며 분수를 가르친 것과는 개념 이해에 매우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념을 익혀도 막상 ‘8은 12의 □분의 □입니다’의 빈칸을 채우지 못합니다. 이것이 3학년 때 다루는 분수의 확장 개념입니다. 이럴 때는 색종이가 유용합니다. 아이에게 색종이를 12 조각으로 나눌 수 있게 선을 그어보라고 합니다. 이미 곱셈구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12등분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 중 8조각에 색칠하거나 가위로 잘라보게 합니다. 그것이 전체의 몇 분의 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비교적 쉽게 아이는 2/3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를 이해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지요. 이와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연습하여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색종이를 이용하는 대신에 바둑알을 이용해도 됩니다. 바둑알 12개로 바닥에 직사각형을 만든 다음, 자를 이용해 8개를 살짝 띄어 놓고 몇 분의 몇인지 생각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이런 문제를 가르칠 때 대개 12개의 사물을 일렬로 그려놓고 설명하는데, 이럴 때 아이는 분수에 대해 큰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개념이지만 아이가 느끼기에는 2학년 때 배운 분수 개념과 전혀 다릅니다. 큰 것을 쪼개어 잘게 나누는 것과 일렬로 늘어선 여러 개를 몇 개의 묶음으로 가르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니까요. 초등학생에게 분수는 고등학생의 미분 적분에 비교될 정도로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그렇게 우리 딸은 색종이를 조각조각 나누며 분수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익힘책 문제를 스스로 마저 풀었습니다. 나는 힘들여 가르치지 않았고, 그저 색종이를 잘라보며 그 개념을 스스로 터득하기를 옆에서 기다려 준 것 뿐입니다.

오늘은 분수의 예만 들었지만 다른 단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 수학 지도의 세 가지 원칙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기,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게 만들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등이 그것입니다. 분수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색종이를 잘라 본 것은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게 만들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jkim 2014.02.16 22:04
정말 귀한 교육이네요... 분수가 어렵다는 것을 지금 공감합니다..
스누피 2016.04.22 01:12
좋은 팁 얻고 갑니다.~^^
 아이들 나이와 성품과 기질,
모든 영역 발달의 빠르고 느림,필요와 절제,인내,지혜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여유롭고 너그럽게..깊이있게
멀리...바라보고 지도하는 주님의 눈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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