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조언을 구하는 아이, 부모를 거부하는 아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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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조언을 구하는 아이, 부모를 거부하는 아이, 왜?

네아이아빠 0 1,327 2011.05.29 22:18
결혼 초 저는 아내와의 대화에 무척 서툴렀습니다. 말싸움도 잦았구요. 실은 싸움이라 할 것도 없었습니다. 대개의 가정에서 그러하듯 남자가 말로써 여자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싸움의 시작과 끝은 대개 여자의 말로써 시작되고 종결됩니다. 남자가 마지막에 한 마디 거들면 싸움은 다시 원점이 된다는 것을 남자들은 경험으로 압니다.

남자들은 대개 여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조차 힘들어 합니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여자의 말을 남자들은 극히 싫어합니다. “여보, 너무 속상해. 기범이 엄마가 미워”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면 대개의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속상한 원인을 밝히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내가 속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거나, 해결책이 빤히 보이는데도 했던 말을 반복하면 남자는 짜증을 냅니다. “기범이 엄마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그냥 당신이 참어”,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이런 말을 하게 되고, 이 말은 부부싸움의 시작이 됩니다. 바깥 싸움이 내전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이제는 이런 일이 잘 없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화법, 자녀 교육, 부부 문제, 심리학 등 여러 공부를 하면서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대화하는 목적부터가 다르다는 것을요.

남자는 전달하고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문젯거리가 있어야 대화가 원활합니다. 별일 없이 남자 둘이 앉아 한가로이 차 마시는 광경은 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고민 많은 후배가 선배를 불러내어 술 한 잔 하며 고민을 말할 때 남자는 기쁜 마음으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술값까지 냅니다. 무언가를 해결했다는 기꺼운 마음에 비용까지 계산하는 것입니다.

반면 여자는 가슴속의 감정을 털어놓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일단 감정을 발설하고 맞장구쳐주기를 원합니다. 아내가 속상하다고 말하면, 그랬구나, 속상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받아주고 맞장구쳐주면 끝날 일입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아내는 다시 건강한 정신 상태를 회복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합니다. 여자는 공감과 관계 유지를 위한 대화가 주된 목적이니까요.

남녀의 대화 목적이 다른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생물학적 ‘차이’일 뿐입니다. 남녀의 문제는 대개 차이가 있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불행한 것입니다. 부부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을 대개 성격 차이라고 하지만 성격의 차이가 없는 부부는 없습니다. 가족 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를 통해서 이미 드러났듯이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가장 큰 문제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차이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었으며, 대화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대화의 오류는 부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부모 자녀 간의 문제 역시 거의가 대화로부터 비롯됩니다. 잘못된 대화 방식이 부부를 이혼에까지 이르게 하듯이 서투른 대화가 부모 자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듭니다. 관계의 소원함은 필연적으로 영향력의 약화를 낳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엄마는 스스로 존재감을 잃고 무기력해집니다. 올바른 대화법은 자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남자는 해결을 위한 대화가 중심이고 여자는 공감을 위한 대화가 일상적입니다. 이것은 남녀 간의 차이이면서 각각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자가 엄마가 되어 자녀와 대화할 때는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립니다. 평소 여자들끼리 모여서 그렇게 잘하던 공감의 대화가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사라집니다. 마치 남자처럼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강해집니다.

“아, 심심해”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마는 “그럼 나가서 놀다 와”, “책 읽으면 되지” 이렇게 해결책을 말합니다. “학교 가기 정말 싫다” 아이가 이렇게 중얼거리면 “학생이 학교 안 가고 어딜 가게?” 이렇게 훈계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지속되면 아이는 엄마에게 말을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엄마에게서 돌아올 대답이 너무나 빤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내 말을 평가하여 잘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누군들 다시 대화를 하고 싶겠습니까. 부모가 공감의 대화를 주로 할 때 아이는 늘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부모가 늘 해결책을 제시할 때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부모의 해결책을 거부합니다. 공감은 존중의 표현이고 해결은 나에 대한 무시의 표현이라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녀의 양육만큼은 엄마가 아빠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에게는 남자에게 부족한 공감의 유전자가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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