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춘기, 사랑에도 의지가 필요한 시기

자녀양육정보


이기적인 사춘기, 사랑에도 의지가 필요한 시기

네아이아빠 2 1,444 2011.05.29 22:19
초등학교 6학년 새롬이는 요즘 한창 남자 가수 그룹에 빠져있습니다. 방안 벽에는 가수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새롬이 엄마는 걱정이 많습니다. 이러다가 공부는 뒷전이고 연예인들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제게 물어왔습니다. 

이 외에도 부모2.0 사이트에는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질문들이 꽤 많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아이,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아이, 이성 친구를 사귀는 아이, 진학 문제에 대해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아이, 말이 너무 없어서 대화가 단절된 가족 등 그 유형도 다양합니다.

각각의 사례별로 일일이 해결책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습니다. 사춘기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의지 없이는 그 어떤 해결책도 소용없습니다. 많은 부모를 만나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자녀와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순식간에 부서집니다. 사춘기 아이와의 문제 해결에는 사례별 매뉴얼이 아니라 사랑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지 못하는 그 어떤 해결책도 사춘기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의사소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공감․전달․무패의 기술이라고 일전에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춘기 시기야말로 부모교육을 통해 배웠던 모든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공감․전달․무패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때입니다.

이미 경험했다고 그것을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사춘기를 겪었고, 그 때의 기억이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사춘기 아이들과 소통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산발적이고 막연한 반면 사춘기의 기억은 매우 또렷합니다. 특히 부모와의 큰 갈등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면 더욱 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부모 자식은 전생의 원수지간이었다는 말까지 할까요. 이제 우리가 부모가 되었지만 부모 자녀의 그때 그 갈등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입장이 바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까요, 부모 입장에서 보니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모순투성이입니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너무 없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반면 사사건건 자신을 간섭한다고 반항합니다. “우리 부모는 저에게 너무 무관심해요”라며 한없는 관심을 요구하면서도, “저는 이제 애가 아니어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며 독립을 시사하는 발언이 많아집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이 시기의 아이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예의가 없습니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고 그렇지 않을 때는 부모의 존재를 성가시게 생각합니다. 바로 이것이 사춘기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인 자기중심성입니다.


사춘기의 자기중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자녀와 의사소통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성을 사귀고, 연예인에게 빠지며,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대해 부모가 간섭할 때는 어른 취급을 해달라고 항변하지만, 부모가 용돈을 주고, 밥을 해먹이고, 학원을 알아봐 주는 것은 매우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부모의 헌신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기보다 부모가 나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도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요.

부모가 보기에 참으로 이기적이고 철없이 보이는 이 행동이 사춘기의 가장 큰 특징임을 이해할 때 비로소 아이와의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도저히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할 때 부모는 경청과 공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많은 부모들에게서 느꼈던 문제 해결 의지 부족의 원인이었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을 때 공감이 어렵고, 공감이 없을 때 그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능합니다.

환절기에는 몸에 탈이 나기 쉽고, 정치적 과도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사춘기는 우리 아이 인생에 처음 맞는 과도기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은 매우 당연하겠지요. 일교차가 클수록 감기에 걸리기 쉽듯이 감정 변화의 기복이 심한 사춘기는 부모도 자녀도 쉽게 상처를 입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피해의식이 심할 때입니다.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피해의식부터 버리면 좋겠습니다. 사춘기는 부모도 자녀도 모두 힘든 시기이며, 굳이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자면 둘 다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사춘기 갈등의 근본 원인이자 가장 큰 특징인 자기중심성을 성인이 되어서도 떨쳐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어른으로 크는 유일한 방법은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며, 이는 부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아이를 이해하려는 의지, 공감을 위한 노력은 아이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건강한 어른이 되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렵지요. 그래서 사랑에도 의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영특유능맘 2011.05.30 20:31
맞습니다. 귀한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haron 2011.09.21 10:38
네 자녀양육에 도움이 되는 칼럼입니다. 즐겨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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