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잡으려다 아이 성격 버리는 부모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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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잡으려다 아이 성격 버리는 부모들에게

네아이아빠 0 1,261 2011.06.21 21:58
습관이 되지 않은 행동을 하려면 엄청난 정신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좋은 습관은 정신 에너지를 절약하여 보다 창조적인 곳에 쓸 수 있게 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매번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큰 에너지 낭비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문제는 습관 교정에는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치아 교정에도 1,2년 걸리는데 습관 교정을 단기간에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습관 교정이 치아 교정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습관은 뇌의 회로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인도 자신의 좋지 않은 습관을 바로잡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생각만 반복할 뿐 막상 바로잡지 못하는 습관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참 쉽게 말합니다. 좋은 성격, 좋은 공부 습관을 매우 쉽게 기대하고, 그 기대가 어긋나니 매일 힘들어 합니다. 좋은 공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언뜻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어른에게조차 벅찬 일입니다. 공부를 못하고 싶은 아이는 없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공부를 꼭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아이 역시 매우 드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공부가 비록 노는 것보다야 재미가 없지만 죽기보다 싫을 정도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아이들의 느낌입니다. 문제는 속도죠. 그 속도만 제대로 조절해도 우리 아이들이 평생 공부에 담을 쌓고 사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초중고 시기의 공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타고난 재능은 결코 20대를 넘어서까지 지속되지 않습니다. 정말 공부가 필요한 시기는 그 이후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학교 공부를 잘할 수는 없지만, 공부 그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어렸을 때의 부정적 공부 경험으로 평생을 공부 무기력증으로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나는 공부 못해’, ‘나는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라고 스스로 단정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공부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게 포기해도 되는 것인가요. 배움을 놓아버리고 살아가는 삶이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아이에게 맞는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몫입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아이는 매우 드뭅니다. 공부 습관을 갖추는 데는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다만 아이의 성향에 따라 비교적 쉽게 익숙해지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 습관이 들기까지 지난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 개인차는 부모가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왜 우리 아이는 공부하기를 이토록 어려워할까 안타까워하는 부모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답답해하고 절망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공부 문제로 아이보다 더 아픈 부모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자녀는, ‘너 때문에 산다’,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넌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자녀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저 역시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아내를 만나 운명 같은 딸을 낳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게 아내는 인연이요 자식은 운명이며, 그런 까닭에 부부는 운명을 공유한 인연인 듯합니다.

모에게는 오직 자녀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만 있습니다. 부모가 선택하여 자녀를 낳은 것이지 자녀가 선택하여 부모를 고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위험부담이 있고, 선택은 그 위험부담까지 함께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게 어른입니다. 선택은 했지만 위험부담은 감당하기 싫다는 것은, 종일 놀고 싶은데 공부는 잘하고 싶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딱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는 탓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할 운명이라는 생각 없는 자녀 교육은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학습 습관을 위한 학습 관리만 하더라도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짧아도 1~2년은 걸리고 대개 4~5년은 걸립니다. 게다가 특히 놀기 좋아하고 행동하기 좋아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때 부모가 만족할 만한 학습 습관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말귀를 좀 알아들을 때쯤 되면 사춘기가 되어 엉뚱한 데서 갈등이 생깁니다. 공부 기회를 영영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럴수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근본 역할은 아이의 성적이 아니라 성격 형성에 있다는 겁니다. 성격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타고난 성격을 해치지 않으며 아이의 성격에 따라 학습 습관을 지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또 물으시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구요. 글쎄요. 제가 지금까지 이곳에 글을 연재한 내용을 보시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게 있을 겁니다. 그것을 발견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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