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묻습니다. 엄마표 교육의 목적이 도대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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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습니다. 엄마표 교육의 목적이 도대체 뭔가요?

네아이아빠 2 1,400 2011.06.21 22:06
오늘부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공개강연을 통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 드릴 기회가 있었지만, 올해는 개인적으로 바쁜 일정으로 인해 공개강연 일정이 아예 없습니다. 엄마표의 원칙부터 차근차근 말씀 드릴 기회가 없으니 이 자리를 통해서나마 마치 강연을 하듯 기본부터 다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이 코너를 오랫동안 읽어온 분이라면 이미 모두 알고 계실 만한 내용일 테지만, 아는 것과 실천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다시 읽어볼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늘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솔이 부모는 둘 다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솔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연년생 동생이 있었습니다. 한솔이 부모는 결혼하기 전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어서 교육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점점 아이를 가르치는 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흔한 100점 한번 못 받아 온다고, 명색이 학원 강사인데 아무리 가르쳐도 100점이 안 나온다고, 시험을 한 번씩 치를 때마다 전쟁을 치르곤 한다고 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고, 미칠 것 같고, 울고 싶다고까지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제가 보기에는 학업이나 생활태도 면에서 아이에게는 거의 문제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만 조급한 것이었습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엄마도 아이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던 거죠.

시험에서 100점을 못 받더라도 70~90점 사이를 오락가락하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면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습니다. 제 딸도 아직 저 정도의 성적에 머물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성적 때문에 크게 걱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저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십수 년 동안 참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 결과 초등학교 때의 성적이 끝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공부실력은 결국 중․후반기에 드러난다는 것, 초등학교 때는 성적보다 공부 습관을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늦게라도 공부 흥미를 발견한 아이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뒤늦게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그 동안 해왔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인식입니다. 공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호의적으로 바뀌어 가느냐 아니면 점점 싫어지느냐가 훗날 공부의 성패를 결정짓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꾸준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늘 100점 받는 아이가 나중에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사실 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보다는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있게 살아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저는 그것을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약한 부분을 노력해가며 극복할 수 있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매우 평범한 진리인데도, 부모는 너무 가까이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이런 평범한 사실들을 곧잘 잊곤 합니다.

한솔이 엄마처럼 직업이 강사인 부모만 조급한 것은 아닙니다. ‘엄마표’를 실천하는 많은 부모들이 이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까 고민하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기대만큼 되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학원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학원은 일정한 기한 내에 성적을 올려야 하는 의무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성적을 끌어 올려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성적에 별 변화가 없으면 언제 학원 수강을 중지할지 모르므로 강사나 원장은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보기에는 엄마인데, 엄마가 아닌 학원 강사로 다가갈 때 아이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공부는 결국 ‘아이’가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지난 몇 년 간 늘 강조했던 것과 같이, 엄마가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자녀 학습 지도의 근본원칙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들도 이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확실한 기초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기초를 잡으려다 아이까지 잡는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너무 사랑하다보면 집착이 되고, 너무 잘 가르치려다보면 조급하게 됩니다. 엄마표의 핵심은 잘 가르치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동안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공부가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간혹 ‘그건 너무 이상적이에요’라고 하는데, 엄마표로 성공한 거의 모든 분들이 이런 원칙의 결과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다. 그들 말마따나 현실적인 것을 좇다보니 당장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이 연연하다보니, 공부 잡는 엄마표가 아니라 아이 잡는 엄마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엄마표 교육의 근본을 돌아보며, 제대로 실천하는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이쁜미래 2015.11.09 13:10
감사합니다
은시스터즈 2018.01.21 15:17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글을 지금이라도 읽지 않았다면 저도 아이를 잡을뻔했네요.
아이가 엄마와의 공부시간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할 수 있도록 엄마의 태도와 관점의 변화가 제게 필요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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