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을 높이는 칭찬 (생각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를 위한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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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높이는 칭찬 (생각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를 위한 칭찬)

네아이아빠 4 1,661 2011.07.14 14:02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했는데 점점 싫어하게 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수포자’라는 말도 곧잘 듣게 되는데, ‘수학포기자’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해야 하는 법은 없지만, 잘못된 지도로 인해 수학적 흥미를 잃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선재는 입학 전부터 연산 문제를 척척 풀었습니다. 당연히 엄마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겠죠. “이렇게 빨리 풀다니!”, “정말 잘했네”, “선재는 수학 천재인가 봐”. 선재도 이런 칭찬이 정말 좋아 더 열심히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런 선재가 초등학교 2학년 후반 무렵부터인가 점점 수학에 거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쉽게 짜증을 냈고, 계산 문제도 실수가 잦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모르는 문제를 엄마가 가르쳐줘도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입학 초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선재 엄마는 여전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어렴풋하게나마 추측하건대, 생각하여 푸는 문제를 어려워하는 걸 봐서 사고력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부모의 학력 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자녀에 대한 학습 지도 방식에도 수년 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고력 중심 교육입니다. 계산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고력이 공부 능력을 판가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가면 일명 ‘사고력 문제집’이라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학원에도 수학 심화반이 있고, 여기에선 사고력 문제를 중점으로 가르칩니다. 사고력 문제집을 제대로 풀지 못하거나 수학 학원의 진단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엄마는 불안합니다. 사고력이 중시되는 사회인데 경쟁에서 낙오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의 사고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합니다.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실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아이가 문제 푸는 모습을 눈여겨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쉽게 풀리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만났을 때 아이의 표정이 달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 아이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민하는 표정인가, 짜증나는 표정인가. 그리고 시간을 재어보시기 바랍니다. 고민을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포기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지를 말입니다. 어떤 아이는 1분은커녕 10여초 만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못 풀 것 같은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죠. 이게 곧 사고력의 척도입니다. 그래서 전 강연장에서 학부모님들께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사고력이 몇 초 또는 몇 분짜리 사고력인가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이내 조용해집니다. 심각해집니다. ‘10초 사고력’을 가진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이 약한 건 생각하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생각에 소요되는 ‘심적 한계 시간’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입니다. 독해력이 약한 아이들이 긴 지문이 나오면 읽기조차 싫어하는 것처럼, 사고력이 약한 아이들은 지문이 길거나 조건이 복잡하면 생각하기조차 싫어합니다. 문제를 보고 해결하기까지의 마음속 제한 시간을 초과하면 이내 포기하거나 짜증을 냅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의 잘못된 칭찬 방식 탓도 큽니다. 속도와 지능, 결과에 대한 칭찬 방식이 아이의 심적 한계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정말 빨리 풀었구나”하는 속도에 대한 칭찬, “넌 천재야”와 같은 지능에 대한 칭찬, “잘했어!”와 같은 단순 결과에 대한 칭찬은, 엄마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빠른 시간에 항상 정답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풀리지 않거나, 정답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포기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즐거움은 생각하는 습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등산의 맛을 아는 사람이 등산을 즐기고, 등산을 즐길 때라야 등산의 즐거움을 더욱 만끽하게 됩니다. 피아노를 잘 쳐야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피아노 연주를 즐길 때라야 연주 실력도 늘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아야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야 더 큰 생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빨리 한 것에 중점을 둬 칭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빨리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면 자연스레 빨라지게 됩니다. “정말 빨리 풀었네” 대신에 “문제 푸는 것이 재미있나보구나”, “우와, 이걸 어떻게 생각해냈니?”와 같은 칭찬으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재미있나보구나’는 아이의 내적 만족감을 공감하여 증폭시키는 기능을 하고, ‘어떻게 생각해냈니?’는 아이의 생각과 노력을 인정하여 생각을 즐기는 아이로 만들어 줍니다. ‘많이 연습했더니 이런 문제는 이제 쉬워졌구나’하는 말도 괜찮습니. 빨리 풀 정도로 쉬워졌다는 말이니, 쉽지 않은 문제는 해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은혁이네 2011.07.28 18:33
부모의 한마디 말만으로도  생각의힘이 키워진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오는 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아이에게 잘 적용하며 살아야 겠어요~
비전드림 2011.08.03 23:10
생각에 소요되는 ‘심적 한계 시간' - 정신적 노동이겠지요. 저희 아이도 이 정신적 게으름과 많이 싸우고 있답니다. 
꿈공체 2013.06.28 17:26
끝까지 할 수 있게,생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쪼꼬렛 2019.08.08 00:30
입에서 나도 모르게 왜 빨리라는 말을 하게 될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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