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지 말란 말이야!



밤 새지 말란 말이야!

ezer 1 3,155 2011.12.14 16:47
2004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한 교육청소년단체들이 처음으로 제기한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도 도입이 만 7년만인 2011년 11월 20일 자정부터 시행되었다. 1백만명에 이르는 청소년 중독자를 만들어온, 연간 매출 10조원 규모로 커져버린 게임산업이라는 폭주기관차에 브레이크를 장착하기 위한 지난 7년의 노력에 작은 결실 하나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업계에서 그렇게 극렬하게 반대해 온 셧다운제도가 과연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줄이며,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인가에 있다.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의 권리침해를 운운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 주장하는대로 셧다운제도는 실효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업계의 이익단체인지, 공공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기관인지 헷갈리는 행보를 해온 문화관광체육부가 셧다운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셧다운제도가 실효성이 없도록 난도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과정을 상세히 지적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관광체육부는 셧다운 적용 연령을 청소년보호법의 근간인 연나이 19세를 무시하고 만16세 미만이라는 어느 법에도 없는 규제연령으로 주저앉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0년 게임백서에는 16세~19세 연령의 19.4%가 밤12시 이후에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16세 미만은 단 3.4%가 접속한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말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16세 미만의 자녀들은 협박을 하든, 설득을 하든 밤12시 이후에 잠을 자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어 밤을 새워 게임을 하는 자녀를 부모가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게임회사에서 자녀를 재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공공성을 무시한 이익집단의 탐욕이 결국 승리한 법이 현행 셧다운제도이다.
결과적으로 셧다운 적용대상은 단3.4%에 불과하게 되었고, 19.4%의 고등학생들은 여전히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 법의 실효성을 태생적으로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문화관광체육부는 온라인게임만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모바일게임과 스마트기기를 플랫폼으로 하는 게임은 제외시켜야한다고 끝까지 주장하여 2년 유예라는 선물을 기업에 제공했다. 그리고 셧다운제도는 회원정보를 수집하는 유료게임 중심으로 극히 제한적인 셧다운제도가 되고 말았다. 업계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문화연대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여성가족부의 정책집행이 일관성이 없이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여성가족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다. 그 비판은 입법과정에서 몽니를 부린 문화관광체육부를 향해 그 시기에 강하게 주장했어야했다.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을 보았으면서도 침묵하다가 반쯤 탄 집을 수습하려는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중독을 치료하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다. 셧다운제도도 시간적 접근성을 일부 제한하는 제도일 뿐이다. 그런데, 접근성에 있어서 모바일 기기나 스마트기기들은 PC보다 훨씬 강력하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업계가 주장해 온 모바일게임 등 제외를 관철시킴으로서 게임중독을 줄이겠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립서비스에 불과했음을 증명해주었다.

셋째, 실명인증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셧다운제도의 핵심인 연령확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 의해 모든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사전에 이용등급을 심의받아야하고, 연령을 확인해서 이용하도록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게임제공자가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이러한 기본적인 법조차 무시해 왔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30%의 초등학생이 15세 이상 등급의 폭력적인 게임에 타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접속하고 있었다. 12세 등급의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하는 초등학생을 PC방은 물론이고, 청소년수련관 등 청소년 여가활동 시설에 설치된 컴퓨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등급제는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되었다.
사실상 업계가 셧다운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셧다운제도 시행에 극단적인 반발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셧다운제도 시행으로 말미암아 업계가 그동안 방치하고 또 조장해 온 게임 접속시 연령 미확인 관행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결국 타인의 주민번호로 접속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셧다운 시행 이후에도 밤 12시 이후에도 게임에 접속을 할 것이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들을 실명확인 없이 들여보내 돈벌이를 하는 기업들에게 그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셧다운제도가 실효성이 있다면 부도덕한 기업의 상술에 책임을 묻는 것,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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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johnny 2011.12.19 00:23
 기업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의 정신과 육체건강을 제대로 보호하지못하는것이나
부모가 자녀를 통제 할수없어(포기) 이런법안을 만들어야 하는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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