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홈스쿨을 하자고 마음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은 교회에서 성장했고 우리보다 몇 개월 먼저 결혼해서 출산한 열정계명 가정으로부터 자연주의 출산을 소개받고 자연주의 출산으로 출산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후로 우리 두 가정은 자주 만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야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말씀으로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유대인 교육, 하브루타 등 책 나눔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홈스쿨에 관심이 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예배하고 기도하고 책나눔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각 가정에 둘째가 태어나게 되면서 몇 개월 동안 모임이 흐지부지 되기도 하였다. 책나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홈스쿨을 하자고 했지만 정보도 많지 않았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나름 우리가 커리큘럼을 짜보자고 해서 이리 저리 생각을 해봤지만 아이들도 어리고 주변에 홈스쿨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서 막막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홈스쿨 베이직 세미나를 알게 되고 참석한 것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되었다. 홈스쿨 베이직 세미나에서 좋은 강의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건 홈스쿨을 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연결되었다는 것과 홈스쿨에 관한 책과 자료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이번 홈스쿨 컨퍼런스를 참석하게 되면서 기대가 있었다. 전국에서 홈스쿨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마쵸스키 목사님 및 강사님들의 특강이 기대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좋았다. 마쵸스키 목사님은 차분하게 홈스쿨에 관한 영적인 원리를 이야기해 주셨다. 직접 여섯 명의 자녀를 기르시면서 저술활동을 하시는 목사님의 말씀은 웬지 권위를 인정해드릴 수 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 배운다는 생각으로 말씀을 잘 받아들였다. 중간에 식사대접을 했는데 그 때 가까이서 뵙고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선택강의는 진로강의를 들었는데 황금주 원장님의 경험이 담긴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 평소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아쉬워던건 아내랑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을 보느라 강의를 절반 정도 못들었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들은 강의라도 감사하다.
조별나눔시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먼저 홈스쿨을 했던 가정들과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홈스쿨의 모양은 각자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 가정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께서 허락한 독특한 홈스쿨 방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정답을 찾기보다 내 가정에 맞는 방식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선배와의 만남도 큰 도움이 되었다. 김성일 선배님과 대화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자녀를 어느 가정에 보내면 가장 잘 키울 수 있을까 살펴보시다가 우리 가정에 주신 것이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홈스쿨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에게 베스트는 우리인 것이다. 그 말 믿고 힘내라는 말이었다. 정말 맞는 말 같고 큰 위로를 얻었다.
홈스쿨 컨퍼런스에서 아쉬웠던건 예배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다함께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녹여내고 다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숙소와 식사도 훌륭했다.
끝으로 이 큰 행사를 준비하신 박진하 소장님과 간사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교회 부서 수련회 하나 준비하기도 신경 쓸 일이 엄청 많은데 컨퍼런스를 준비하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이 든다. 소장님과 관계자분들의 헌신 덕분에 좋은 컨퍼런스를 경험할 수 있게되어서 감사하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