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컨퍼런스 간증(목윤희)

나눔

2013 컨퍼런스 간증(목윤희)

네아이아빠 0 4,738 2013.02.05 23:18
안녕하세요. 저는 꿈샘홈스쿨의 유일한 여선생이자 여학생인 목윤희라고 합니다. 저희가정은 남편과 10살, 8살, 3살된 세 남자아이가 있고요. 남편은 경기도 광주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준비기간이 좀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홈스쿨을 시작한 것은 큰아이 취학통지서를 받기 좀 전부터였고요. 그래서 만 2년이 조금 넘은, 여전히 넘어지고 깨지고 있는 새내기 홈스쿨러입니다.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홈스쿨을 시작했는데 처음의 그 비장한 각오때문이었는지 셋째는 저절로 태교도 되고 초반 몇 달은 정말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선배들이 좋다고 하는 건 다 따라했던 것 같습니다. 가정예배, 순종훈련, 성품공부, 말씀 암송... 처음에는 좁은 길을 걷는거라고, 그래서 힘들지만 복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기만 했었습니다. 실제로도 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생각보다 훨씬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속으로 내가 대단히 고상하고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교만함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보다 제 의와 의지가 더 커졌습니다. 경건의 모양은 있었지만 능력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홈스쿨을 시작한 것은 공교육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경적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였는데 죄인인 저는 저도 모르게 금새 교만해지고 또 제가 속해있지 않은 것에 대해 정죄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저희 홈스쿨에도 여러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선생님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두 번째는 그 선생님의 그 학생이라는 것.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온유하지 못하냐고 성질을 내며 야단을 치고, 너희는 왜 맨날 불평이냐고 투덜투덜 댔더니, 아이들은 온유와 감사가 아니라 성질부리고 투덜대는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말씀에 순종했으니 아이들이 신앙도 좋고 성품도 좋고 그러면서 학습능력도 뛰어난 아이가 되야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 그렇게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더불어 힘들게 고생고생 해가며 너희들을 홈스쿨 시키는 부모에 대한 보답도 해야지 하는 불순한 욕심이 제 속에 많았습니다. 안그래도 목사님 아들인데 유난스럽게 홈스쿨까지 하니, 애들이 애들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실수, 미숙함에도 남들이 학교 안보내서 그렇다 할까봐 애들을 엄청 잡았습니다. 저는 밖에서는 거의 세미 천사 수준인데.. 아이들에게는 복화술로... 조용히 해라, 집에 가서 보자, 학교 보내버린다... 협박의 달인이 되버렸습니다.
 
어린 셋째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형아들의 공책 찢고, 책에 물 쏟고 하는 동안, 하루 한시간도 편하게 차 한잔 못 마시고 엉망인 집안 살림에 늘 부스스한 저의 차림을 보면서, 낙심하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홈스쿨 하면 뭔가 근사하고 세련되고 교양있는 그런 분위기가 연상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형아들 책상 위에 막내가 올라가 앉아있고 막내를 끌어내리면 울고불고 난리치고 막내 진압하는 동안 큰애들 둘은 싸우고... 그러면 저는 또 분을 내고, 남편은 사실상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다른 분들처럼 저도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바뀌고 학교를 보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내가 애를 망치지 싶네하며 낙심하고 괴로워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홈스쿨을 왜 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확신이 있었기에 다 때려치고 싶다가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일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같은 사람이 아이들 학교보내놓고 나면 뭘 하겠습니까. 학교보낸다면 학교숙제니 과제니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 있게 도와야할테고 거기서 또 하나님영광 운운하며 저의 욕심과 체면을 아이들에게 짊어주었을 것이 뻔했습니다. 집에 있을 때, 길을 갈 때, 누워있을 때, 앉았을 때 하나님의 말씀을 전수할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믿음의 가정도 내게는 우상이었구나, 홈스쿨도 우상이었구나, 남편도 나의 우상, 자녀도 나의 우상이었구나. 홈스쿨한다고 이것저것 포기한 나의 모습을 측은히 여기면서 수시로 자기연민에 빠뜨리는 나, 나 자신도 우상이었구나....
그냥 말씀에 순종한게 복이고 그게 성공인데, 아이들이 잘커야 성공이 아니라 매일매일 말씀을 가르치는게 그게 성공인데... 제 안에 심겨져있던 세속적인 가치와 사단이 주는 거짓메세지들이 드러나서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벗겨지는 은혜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 나라 가치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저도 분별이 안되는것 투성이었습니다. 모태신앙에 누가봐도 어려서부터 하나님께 헌신되어 있던 저조차도 거의 십수년을 학교에서 때론 교회에서까지... 세속적인 가치로 세상을 배워오고 말씀과 삶이 일치되지 않는 것이 불편하지도 잘 감지되지도 않았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울고 울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홈스쿨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그 후로 저 역시 성령님과 아이들에게 배우는 학생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홈스쿨하면서 지속적으로 다른 선배 홈스쿨러들과의 교제, 세미나, 계속되는 배움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내 마음과 가정과 교회에 이뤄가야하는지 배우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순종을 가르치는 것 만큼 저도 저의 부모님들과 남편에게 순종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성품훈련은 제가 받고 있습니다. 저만 잘하면 됩니다. 저희학교의 최고 문제아는 사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접니다. 이것이 지난 2년동안의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특별히 제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실수한 것에 대해 처음엔 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거의 몇분 안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장족의 발전입니다. 아주 기특합니다. 내눈의 들보는 그대로 두고 남의 눈의 티끌을 빼지 못해서 안달이었던 제 본성과 치열히 싸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홈스쿨하면서 작년 11월에 저희 둘째에게 처음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건 제가 아주 현란한 말솜씨로 성경을 얘기해주던 때도, 유창하게 기도했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 때문에 낙심이 되어서 방구석에 혼자 앉아 막 울고 있던 때였습니다. 엄마 무슨 일있으세요? 저희 때문에 그러세요? 하고 묻길래...아니야. 선이야. 말씀대로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 그래서 엄마는 지금 예수님이 너무너무 필요해... 라고 말하자.  엄마 힘내세요. 존경하고 있어요. 라고 그 작은 꼬마의 입을 통해 하나님이 위로를 주셨습니다. 그렇구나. 홈스쿨은 단순히 집에서 엄마랑 공부하는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예수님을 알아가고 만나가고 믿음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거구나. 겸손히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용서를 구하며 진정한 가족의 제자화를 이뤄가는 거구나...
 
그래서 저희는 DTS에서 다루는, 하나님의 로드쉽, 영적전쟁, 묵상, 권위 등등의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과 틈이 나는대로 대화를 나눕니다. 어리지만 가능합니다.
저희 아이들이요. 제 눈에는 여전히 미흡한 것만 이따만하게 보이지만 “내가 아직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 같은” 그런 어린 아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고 아마도 저보다는 훨씬 나은 어른이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는 밖에서 제법 칭찬도 많이 듣습니다. 욕 같은건 할 줄 모르고, 순종이 복이라는 건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들어왔기에 허벅지 꼬집어가면서라도 결국 순종을 선택하고 핸드폰 게임등과는 거리가 멀게 여전히 놀이터 흙파고 노는 순수한 아이들 모습이 고맙기만 합니다. 여전히 남들의 평가가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단계는 힘겹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도 많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한가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학원 끝나는 시간별로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너 학교 안다녀서 좋겠다. 진짜 좋겠다...막 부러워들 합니다. 그 맛에 아이들도 홈스쿨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친구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처음 만난 아이와도 잘 놀고 헤어지기 싫어하고 단짝 친구도 있습니다.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믿음이 지난 36년간의 성장보다 최근 2년, 정말로 살아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남편도 홈스쿨하면서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남편의 머리됨을 어떻게 지켜주고 세워주어야 하는지 배우고 저부터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밀한 곳, 작은 소자앞에서의 저의 진짜 모습을 하나님이 부지런히 다뤄가고 계십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악하고 음란한 세상의 거짓메시지가 들어가기 전에 이 세대의 문화를 분별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가정에서 매일 예배 드리면서 하나님을 알아가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선택은 조금도 주저없이 홈스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홈스쿨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해주시는 가족의 제자훈련’이겠지만요.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어린 꼬맹이 하나 내 맘대로 어찌할 수 없고, 내 마음 하나도 내가 감당이 안되는 것을 매순간 뼈저리게 경험하면서... 성령을 스승으로 모시는 실제적인 삶, 그것만으로도 인생성공했다는 감사가 나옵니다. 
 
앞으로도 수도없이 넘어지고 깨어지겠지만 그래도 감사함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그 누구 때문도 아닌 신실하신 하나님 한분 때문입니다. 자격없고 자질없지만 홈스쿨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부르셔야했을만큼 고집세고 죄많은 인생이기에 불러주신 것 잘 압니다. 홈스쿨을 시작하기 전 마음의 두려움을 물리쳐 주신 분, 홈스쿨하면서 제 안의 교만과 욕심, 불순한 동기, 세속적인 가치들을 하나하나 깨뜨려주고 계신 내 좋으신 아버지를 찬양합니다. 제 안에 진짜 자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오신 귀한 동역자분들과 예비홈스쿨러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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