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잘못

홈스쿨토크


내 아이의 잘못

johnny 0 532 2014.07.31 12:41

홈스쿨을 위해 지금 다니는 캐네디언 교회로 옮긴 8년 전에는 아직 은서가 태어나지 않았던 해였다.  일 년 뒤에 은서가 태어난 이후로 은서 또래 여자 아이는 주변에 없었다.  다행히 은서는 오빠들과 동생이 있어서 그랬는지 친구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섯 살 정도가 되면서 부터 친구를 아쉬워하는 듯 했지만 주위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은서와 동갑내기 한국 아이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생일파티를 해준 적도 없었고 은서는 자신이 초대할 친구가 없는 걸 알아서 그런지 생일 파티를 열어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작년 즈음 한국 사람이 정착하기 쉽지 않은 우리 교회에 한인 가정이 등록을 했다.  딸 둘이 있는 집이었고 그 집 둘째와 은서와는 동갑내기 였다.  둘은 금방 친해졌고 그 집 엄마를 닮아 마음이 넉넉한 하람이는 교회에 올 때면 자주 은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왔다.  자신이 갖고 있었던 새 학용품이며 스티커같은 앙증맞은 여자 아이 물건을 박스에 넣고 정성이 가득한 카드까지 써서 은서에게 주곤 했었다.  그 집에 가서 함께 놀기도 하고 우리집에 와서 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서보다는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해했다. 

 

어제도 하람이네와 다른 집이랑 같이 비취에 다녀왔다.  바다냄새도 맡고 작은 게도 잡으면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하람이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엄마가 내게 팁을 주었다. 

 

은서가 하람이에게 "뚱뚱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성격 좋은 하람이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옆집 엄마 보기에는 하람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듯 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고 했다. 

 

하람이가 은서에게 뚱뚱하다(fat)는 말을 들은 날은 저녁도 안먹고 몸매에 신경을 쓰더란다.  아이쿠...

 

하람이네가 원래 아빠만 빼고 모두 튼튼한(?) 외모를 갖고 있긴 하다.  먹성도 좋고 뼈대도 굵어서 더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하람이는 무척이나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다. 

 

비취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 일에 대해서 은서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은서 스스로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 하람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과를 하게 했다.  은서는 나에게 혼난게 서러워서 그랬는지 하람이에게 미안해서 그랬는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한참을 울었다. 

 

은서의 잘못을 들은 순간, 은서가 설마 그런 말을 했을까 싶어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설사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그렇게 말한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을 꺼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이 들었다. 은서가 잘못한 것이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부끄럽기도 했고...

하지만 이럴 때일 수록 ...내 인격이 모자란 것이 아이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 하더라도 놀라고 창피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돌아보고 더욱 겸손해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십대 폭력을 저지른 것도 아닌고 어린 아이들이 그냥 악의없이 한 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난 이 일을 통해서 은서에게 꼭 교훈해 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말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말하는 자신이 자신의 잘못이 작다고 생각해서 바로 그 때 깨달아야 할 것을 깨닫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댓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일들이 쌓이면 소중한 친구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더 크게는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물론 나도 하람이 엄마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을 알고 오히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착한 하람이 엄마는 쩔쩔맸다. 

 

아이는 내 거울과도 같다고 했는데 내가 평상시에 사람들을 외모로 판단하고 쉽게 장난삼아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 겸손히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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