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의 장점

네아이아빠 2012-04-20 (금) 12:11 5년전 185  
http://www.imh.kr/b/B19-431
여성동아 2006년 06월호
 
홈스쿨링 1년, 서경희·김수민 모녀가 들려주는
경북 영천에 사는 김수민양(15)은 집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 민정양(12)과 달리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지난해 3월부터 홈스쿨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도 지금 동생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어요. 한 학년에 학급이 하나씩 있고, 한 반에 학생이 열 명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예요.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가 참 좋았어요. 친구들도 좋고, 가족 같은 분위기도 좋고요.”
그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떠들었다고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선생님이 학생을 막 때렸어요. 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자습을 시켜놓고 컴퓨터에서 야한 사이트를 접속해 보기도 했고요. 그 선생님이 나간 뒤 한 친구가 컴퓨터를 만지다가 야한 사이트가 떠 다들 깜짝 놀랐어요. 그 다음부터 그 선생님이 다녀가면 꼭 그 사이트가 뜨는 거예요. 엄마에게 말했더니 처음엔 믿지 않으시더라고요.”
수민양의 어머니 서경희씨(41)는 “처음엔 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오히려 아이를 나무랐다”고 한다. 그러다 사실인 것을 알고, 학교 측에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비단 선생님들만 문제인 것이 아니었어요. 한 친구가 각 반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1백원씩 달라고 했는데 나중엔 천원을 달라고 하더래요. 수민이는 마지막까지 안 주고 버텼는데, 그러는 와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요. 제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고민을 털어놓기에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죠. 결국 지쳐서 천원을 준 것 같아요.”
 
학교 환경 때문에 중 2 올라가면서 홈스쿨링 결정
서씨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딸이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 3년을 지내다 보면 아이가 선생님의 폭력과 왜곡된 성, 친구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점점 무뎌져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것 같아 겁이 났다고.
생태학 박사인 남편 김성준씨(45)와 함께 서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바르게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수민양이 초등학교 다닐 때 ‘참교육 학부모회’ 활동을 하며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에 관심이 많았던 서씨는 고민 끝에 먼저 수민양에게 홈스쿨링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수민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고.
“처음 2주 동안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아이를 어떻게 할까’ 걱정이 너무 되고, 스트레스도 엄청 쌓였죠. 그러다 저희는 다른 홈스쿨러 부모들처럼 옆에서 공부를 하나하나 가르쳐줄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농사짓고, 생태학습장 운영하다 보면 수민이 아빠와 제가 시간 여유가 별로 없거든요.”
서씨는 여느 홈스쿨러들과 달리 수민양이 혼자 공부하도록 했다고 한다. 대신 부모는 함께 계획을 짜고,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며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었다.
예를 들어 국어공부를 위해 신문 기사와 사설을 스크랩해보라고 제시해준다거나, 수민양이 대금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 무료로 가르쳐주는 곳을 알아내 대금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줬다.
수민양은 처음엔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고 지루했지만 지금은 EBS 교육방송과 교과서, 문제집을 가지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한다. 단과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수민양은 지난해 8월,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금은 8월에 있을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민양은 영어가 가장 좋고, 수학과 과학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서씨는 수민양이 수학과 과학을 혼자 공부하기 힘들어하자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막상 학원을 알아보려고 하자, 수민양이 “책을 한 번 더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고 같은 책을 세 번 정도 반복해서 본 후 “혼자서 해도 이해가 된다”면서 “굳이 학원 갈 필요 없겠다”고 말했다고.
“수민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하겠다고 했던 것은 아마 우리집 형편을 생각해서 그랬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수민이가 그렇게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일이 있은 후 수민이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 내내 가지고 있던 불안과 걱정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죠.”
수민양의 수업은 오전 8시에 영어소설과 영자신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한글 자막이 없는 영어권 영화를 감상하는데, 수민양은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한글 자막 없이 영화를 봐도 영화 내용의 70∼80%를 이해할 수 있는데, 수민양은 “영화를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 엄마 아빠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외화 비디오를 사준 덕분”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신문 사설과 기사를 스크랩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부모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함으로써 독립심 키워
“수민이가 스크랩을 다 하면 저와 함께 토론을 해요. 토론을 하면서 수민이에게 이것이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저는 그저 수민이가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만 할 뿐이에요.”
서씨 부부는 딸에게 공부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공교육을 받으면 공부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는 서씨는, “고등학교까지 6년 동안 공부만 하다 보면 수민이가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홈스쿨링을 결정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수민양은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하고, 오전 공부를 마치면 오후에는 외부활동을 열심히 한다. 화요일(예외적으로 화요일은 오전 오후 모두 외부활동으로 짜여 있다) 오전에는 수공예를 배우고, 오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봉사활동을 한다. 또 수요일에는 문화센터에 나가 오카리나를 배우고, 목요일에는 도서관에 나간다.
“얼마 전까지는 시립국악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청소년 문화교실에서 대금을 배웠는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학원에 간다, 공부를 해야 한다며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바람에 인원 부족으로 대금 수업이 폐지됐어요. 계속 더 배우고 싶은데, 무척 아쉬워요.”
수민양은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초등학생 동생에서부터 대학생 언니, 오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친분관계를 쌓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졌다고 한다. 사실, 서씨는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홈스쿨링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에 사회성이 결여될까봐 제일 많이 걱정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지금은 홈스쿨링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회성뿐만 아니라 독립성 부분에 있어서도 서씨는 몹시 만족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아이 혼자 하는 과정에서 독립성이 저절로 길러지더라고요. 검정고시를 목표로 월별로 계획을 세워 공부할 분량을 나누고, 매일 월별 점검표에 그날 분량을 다 했으면 O, 다 못했으면 X를 표시하면서 혼자서 잘 해내고 있어요. 그렇게 혼자 힘으로 목표를 세우고 해냈다는 사실이 수민이에게 값진 경험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 필요
수민양은 처음에는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없어 심심할 때면 가끔 학교를 그만둔 게 후회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이 돼가는 지금,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어 좋고, 학교 친구들 이외에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수민양의 꿈은 바로 봉사전문가가 되는 것. 원래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홈스쿨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봉사체험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봉사전문가라는 꿈을 품게 됐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에 다니며 공부만 했다면 막연한 꿈을 가졌을 것이고, 분명히 꿈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전 꿈에 대해 막연히 환상만 가지고 있진 않아요. 직접 경험을 해보면서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깨달았거든요. 고민도 더 많이 하게 됐고요.”
오는 8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더라도, 수민양은 곧바로 대학입시를 준비하진 않을 생각이다. 일단 본격적으로 사회 봉사활동을 해보고 나서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씨는 수민양의 그런 뜻에 반대를 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홈스쿨링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 그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홈스쿨링의 특성상 부모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관여하게 된다”며 “최대한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홈스쿨링에서 중요한 것으로 그는 또 ‘부모의 관심과 노력’을 들었다. 더 나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홈스쿨링을 하려고 한다면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중요하지만, 자녀가 더 잘 살기를 원해서 홈스쿨링을 하려고 한다면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보다는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부모가 왜 홈스쿨링을 하려고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숙고해야 해요. 그리고 부모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의 공부는 가르치는 공부가 아니라 이끄는 공부죠. 교육학 책도 읽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구하고, ‘학교 너머’ 같은 홈스쿨 관련 사이트도 한번 찾아보고요.”
 
수민이의 하루 계획표
오전 06:00 기상
06:00 ~ 08:00 운동, 아침식사, 수업준비
08:00 ~ 10:00 영어소설 및 영자신문 읽기
10:00 ~ 12:00 무자막 외국영화 보기, 신문 사설 읽고 스크랩하기
오후 12:00 ~ 14:30 점심식사, 독서
14:30 ~ 18:30 외부활동(봉사 및 취미 활동)
18:30 ~ 22:00 저녁식사, 피아노
22:00 ~ 24:00 독서
24:00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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