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친(毒親)과 선친(善親) 사이 누굴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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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친(毒親)과 선친(善親) 사이 누굴 선택할 것인가

보아스 0 2,010 2014.12.01 19:10

자식이 학교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도록 달달 볶아대는 부모를 독친(毒親:유독성 부모)이라고 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자식의 장래나 성격에 독이 되어 망친다는 뜻이다. 반대로 자식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취미를 살려주고 편안하게 살펴 주는 부모를 선친(善親:착한 부모)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민석(가명:18)은 올 7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자살 동기는 부모의 상위권 성적 독려를 이기지 못한데 기인했다. 민석은 공부는 평범했지만 드럼 치는 걸 좋아했다. 그의 부모는 대학진학 환경을 위해 강남으로 주소지 까지 옮겼다. 그러나 민석의 성적은 상위권으로 오르지 못했다.

 

민석 엄마의 간섭은 심했던 것 같다. 그가 한강에 투신하기 전 엄마에게 마지막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에 나타나 있다. ‘엄마와는 할 말이 없다.’ 민석이 전 주에 이어 목숨을 끊던 날도 학교에 안가겠다고 하자, 엄마는 “학교안가면 죽여버릴거야”라고 쏴붙였다. 엄마는 극단적인 표현 대신 안가겠다는 까닭을 차근차근 물어보면서 “드럼이나 치며 쉬렴”하며 감쌌어야 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생 상호(가명:14)는 초등학교 시절 우등생이었으나 중학에 들어가서는 성적이 뒤쳐졌다. 상호 엄마는 아들에게 “너한테 들어간 돈이 아깝다”며 돈 들인만큼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추궁했다. 엄마는 돈 타령 대신 “최선을 다 하는데 잘 안 되는구나!”라고 위로했어야 옳다. 그로부터 며칠 뒤 상호는 노트에 “엄마를 죽이고 싶다”고 썼다.

 

미국의 데이비드 카프(27)는 ‘미이크로브로그 플랫폼’ 제작회사 팀블러를 창업해 지난 해 야후에 11억달러(한화 1조2000억 원)를 받고 팔았다. 카프는 물론 명문대를 나오지 않았고 고등학교 조차 중퇴했다. 그는 영재학교인 뉴욕 브롱크스과학교에 다니면서 집에 와서는 컴퓨터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엄마 바버라 애커먼은 아들에게 학교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야단치지 않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취미와 특기를 살리도록 했다.

 

교사로 재직중인 엄마는 아들에게 “컴퓨터가 그렇게 좋으면 학교를 그만두라”며 새 길을 열어주었다. 전형적인 착한 선친 엄마의 모습이었다. 카프는 15세에 고교를 중퇴했고 홈스쿨링으로 고교과정을 마쳤다. 이어 그는 일본으로 가서 전문 프로그래머로 나섰다. 뉴욕으로 되돌아와서는 벤처기업 팀블러를 창업, 1조원대의 벤처 기업가로 컸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는 시애틀의 유명한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였다. 게이츠 회장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나가서 신나게 놀아라” “수영 축구 같은 운동을 하라”고 늘 독려했다. 아버지는 아들과 저녁식사 때 항상 밥상머리 대화를 나눴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1년 남겨두고 취업을 위해 자퇴하려 하자 말리지 않았다.

 

게이츠 회장은 “부모와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인생에 큰 변화를 준다”고 회고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교를 중퇴하겠다고 말했을 때 “학교안가면 죽여 버릴거야”라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아들의 인격을 존중했으며 독창성을 살려주면서 아들의‘인생에 큰 변화’를 주었다.

 

카프와 게이츠도 한국의 독친 엄마나 아빠 밑에서 살았다면, 세계적인 벤쳐 기업인으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성적을 올리라는 독친의 성화에 시달려 취미와 특기를 살리지 못한채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거나, 노트에 “엄마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썼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의 가부장제적 생활문화와 미국의 자유분방한 생활의식은 다르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독친 아닌 선친의 선도방법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이 민석·상호의 비극도 막고 빌 게이츠, 데이비드 카프 같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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