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3학년에 다니다가 홈스쿨을 시작한 황예지(13)양은 엄마의 꾸지람 중 가장 무서워하는 게 있다. “자꾸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 학교에 보낸다”는 말이다. 3년 전 홈스쿨을 시작한 박진하(38·한국기독교홈스쿨협회 총무)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다니 대단하다’고 했는데 요즘엔 우리가 오히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학교를 떠난 아이와 부모들이 이처럼 만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홈스쿨을 선택한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홈스쿨러들은 대부분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홈스쿨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아이들의 사회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지적하지만 홈스쿨러들은 오히려 학교의 환경이 자녀의 사회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동생이 아파서 돌보다가 학교에 조금 늦은 적이 있어요. 지각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같은 반 아이가 ‘동생을 죽여버리지 왜 늦었어’라고 말했대요. 충격이었지요. 그때부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게 겁나더라고요.”(경기도 용인 김성일씨)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기에 앞서 성경적 가치관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홈스쿨을 선택했습니다.”(장갑덕 대전 KAIST교회 목사) 미국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학교 교육환경에 대한 불만(85.4%)과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68.2%),종교와 성품 교육(72.3%) 때문에 홈스쿨을 선택했다. 홈스쿨을 통해 실제 자녀와 부모가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가정이 많았다. 4년째 홈스쿨을 하고 있는 황원성(39·CCC 스쿨 대표)씨는 “1년쯤 지나면서 아이가 부모에게 순종하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성품으로 바뀌어갔다”면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라고 놀라워했다. 홈스쿨 4년째인 김수연(46·주부)씨는 “하나님께 늘 회개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면서 “부모와 자식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자녀를 하나님의 제자로 삼는 과정이 홈스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홈스쿨을 선택한 부모 대부분이 자녀를 더 가지기 원한다는 사실. 2남매를 둔 조용준(40·사업)씨는 두 차례 시도 끝에 정관 복원 수술에 성공했다. 조씨의 아내는 현재 임신 8주째. 3년 넘게 홈스쿨을 하고 있는 이은우(43·의사)씨 부부도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2004년과 지난해 2명을 입양했다. 홈스쿨을 접하기 전에는 엄두도 못낼 일들이었다. 이들은 “홈스쿨을 통해 자녀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란 걸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김지방 기자 jeep@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