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10문 10답

네아이아빠 2011-06-04 (토) 01:19 7년전 564  
https://www.imh.kr/b/B19-347
-<이 글은 격월간 민들레 3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이신영, 『오뚱이네 홈스쿨링 이야기』(민들레) 저자
 
1. 홈스쿨링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요?
첫 번째로 힘들었던 것은 저희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학교 선생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저희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거든요. 특히 가족의 경우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요. ‘남이 뭐라든 나만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훨씬 더 힘들어 했지요. “너, 왜 학교 안 갔니?”라는 질문을 받는 게 싫어서 낮에 외출하거나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한동안 꺼려했거든요. 심지어는 할머니 댁에 가는 것도 두려워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홈스쿨링의 좋은 점들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생기는 자신감이랄까 믿음 같은 것이 저희를 여유롭게 만들었거든요.
두 번째로 힘들었던 것은 초기에 겪었던 감정적인 풍랑이지요. 막상 홈스쿨링을 시작하면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도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새로운 생활 방식, 주위 사람들의 시선, 불확실한 미래, 게다가 슬몃슬몃 고개를 쳐드는 선택에 대한 의구심…, 뭐 이런 것들 때문이지요. 감정적인 혼란은 부모와 아이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아이는 무기력함에, 부모는 조급함에 빠지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기를 바라지요. 학교를 다닐 때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잘하기를, 한 시간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반면에 아이는 몸도 마음도 축 늘어집니다. 학교 시간표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삶, 자신에게 온전히 주어진 하루하루를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아이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부모는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니 갈등이 빚어지고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 와중에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아이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무조건 기다려주는 거지요.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기적처럼 말이지요.
세 번째로 힘들었던 것은 게으름의 문제입니다. 감정적인 풍파도 이겨내고 홈스쿨링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면 게으름이 슬슬 고개를 쳐들지요. 게으름은 홈스쿨링의 가장 큰 걸림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찮고 힘든 것은 모두 뒤로 미루고 쉽고 재미있는 것에만 몰두하게 될 수도 있고, 긴장감이 전혀 없는 생활 속에서 만사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기가 쉽거든요. 여유롭게 살면 좋지 뭘 그러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여유로움과 나태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값진 일이지요. 여유로움은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에서, 그리고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방향으로 그 과정들을 꾸려나가는 것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죽을 때까지 씨름해야 할 게으름의 문제를 아이들이 극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극복한다기보다는 게으름과 잘 사귀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인 듯 싶습니다. 때로는 알고도 져주는 친구 사이처럼 말입니다.
홈스쿨링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거창한 일과표를 만들기 일쑤지요. 학교 시간표처럼 하루를 시간 단위, 분 단위로 나눠 해야 할 일들을 빡빡하고 촘촘하게 나열하는 그런 일과표 말입니다. 하지만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만든 일과표가 오히려 아이들을 게으름 속에 빠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지요. 그런 일과표들은 애초에 지키기가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게으름과 친구가 되려면 아주 느슨한 시간표가 효과적입니다. 시간 단위가 아니라 하루, 또는 일주일, 한 달을 단위로 해서 계획을 세우는 거지요. 오늘 꼭 해야 할 일 한두 가지를 적어 놓는다든가, 일주일 동안 각 과목마다 공부할 분량을 정해둔다거나, 이번 달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든다거나…,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여유를 만끽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기 쓰기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이 세운 계획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게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마지막으로 힘들었던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와도 관련이 되겠지요. 홈스쿨링 초기에 겪었던 문제들-학교와의 관계나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안교육에 관한 책이나 잡지를 통해 도움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자 하루하루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재미있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주위에 같은 길을 가는 사람도 없고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지방에 살고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도 생기고 저희 가족의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도 갖게 되었지만 다른 홈스쿨링 가정이나 대안학교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동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구요.
홈스쿨링 합법화가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홈스쿨링이 합법화되어 시, 도별로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홈스쿨링센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홈스쿨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상담도 해주고, 공동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홈스쿨러들과 부모들의 모임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법적인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홈스쿨링 가정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로를 돕는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요즘 들어 홈스쿨러들과 대안학교와의 연대, 홈스쿨러들끼리의 연대가 활발하게 생겨나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공부했나요?
사실 아이들이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이 공부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학과 공부에 국한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홈스쿨링 초기에 아이들이 욕심을 잔뜩 부린 거창한 일과표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이미 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저희 아이들은 정신이 맑은 오전 시간을 택해 하루에 두 과목씩 공부했습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시험 과목들을 공부했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더 배우길 원하는 과목들을 택해 공부했지요.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했는데 그렇게 하면 공부의 흐름이 끊어지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단원 또는 한 장, 이런 식으로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정해놓고 공부를 했습니다. 운이 좋아 짧은 단원을 만나는 날은 30분만에 하루 공부가 끝나기도 하고 재수 없이(?) 긴 단원이 걸리는 날은 두세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전체적인 맥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량을 정해놓고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이나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 아이들의 경우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책과 교과서를 이용해 공부했지요. 서점에 가보면 교재로 사용할 만한 교과서나 참고서들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선택하기가 곤란할 지경이지요. 홈스쿨링 초기에는 주로 제가 교재를 골라주곤 했는데,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편집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호불호가 달라지더군요. 아이들 스스로 교재들을 비교해보게 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사교육비가 많이 들지는 않나요?
홈스쿨링을 하면서 든 비용은 한 달에 40만 원 정도였습니다. 오돌이는 바이올린을 배웠고,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뚱몰은 일본어 학습지를 신청해서 봤지요. 그리고 둘이서 같이 검도를 배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화실에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에(초등학교 저학년 때 오돌이가 일 년 남짓 피아노 레슨을 받은 것과 오돌과 뚱몰이 같이 몇 달 동안 미술학원에 다녔던 것이 전부입니다) 처음에는 상당한 지출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들이 과외비와 학원비에 들이는 돈에 비하면 기꺼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의 쓰임새겠지요. 아이들이 진짜 배우길 원했던 것들이고 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의미 있게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돈이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는 데 사용됐다면 무지하게 아까웠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군요. 저희는 그런 대로 감당할 수 있었지만 사교육비 문제로 홈스쿨링을 주저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홈스쿨러들이 국가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것만큼의 돈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현실이니, 스스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주위의 마음에 맞는 가정(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과 연합하여 품앗이로 가르쳐주는 방법도 좋겠고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다면 스스로 돈을 벌게 하여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4. 검정고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검정고시 문제는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들이 한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검정고시를 곧바로 보게 할 것인가, 대학에 가야 할 필요가 생겼을 때 보게 할 것인가, 아니면 학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에 아예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고 바람직한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각 가정의 현실과 아이들의 바람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겠지요. 현실과 적당히 타협했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지만 저희는 첫 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 오돌이는 5개월, 뚱몰은 3개월 정도 공부하고 고입 검정고시를 봤는데 별 문제 없이 합격했습니다. 검정고시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학력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주 쉽고, 문제은행식 출제이기 때문에 전에 나왔던 것들이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교과서를 한두 번 꼼꼼히 읽고 기출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면 누구나 무리 없이 합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돌이 경우에는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영어와 국어를 제외한 나머지 교과서들을 2번 정도 읽고 시험을 쳤습니다. 뚱몰이 경우에는 중학교를 한달 반밖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많았지만 교과서를 모두 읽을 만한 시간이 없어서 먼저 기출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그리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취약한 과목(수학, 과학, 가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지요. 사회와 도덕은 특별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점수를 얻곤 했는데 뚱몰이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두 아이 모두 영어는 영어 일기를 쓰는 것으로, 국어는 책을 읽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들을 함께 공부하다보니 저도 본의 아니게 고시 전문가가 되었는데, 시험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문제를 잘 읽는 것입니다. 문제 속에 이미 답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적어도 두세 번 되풀이해서 찬찬히 문제를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출 문제를 푼 뒤에 틀린 문제들만을 따로 정리해두었다가 틈틈이 들여다보면 좋겠지요.
 
 
5. 학교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었나요?
오돌은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퇴를 했고, 뚱몰은 의무교육 대상자였기 때문에 취학의무 유예신청을 했습니다. 오돌이의 경우, 먼저 담임 선생을 만나 학교에 더 이상 다닐 뜻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담임 선생의 설득과 회유가 있었지만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는 자퇴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교육청에 제출하는 자퇴원에 첨부하도록 되어 있는 학부모 의견서를 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솔직하게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유를 썼는데 학교 측에서는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면서 왜 학교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썼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더군요. 저희가 쓴 의견서가 학교와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말도 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다시 써달라고 하고, 저희는 솔직한 의견을 썼을 뿐인데 그럼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냐면서 다시 못 쓰겠다고 하고…. 그 와중에 좋지 않은 감정이 섞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결국 다시 쓰지는 않았지만 좋지 않은 모양새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더군요. 참고로 오돌이의 자퇴원에 첨부했던 학부모 의견서를 덧붙입니다.
 
<학부모 의견서>
학교생활을 통하여 지식을 배우는 것은 2차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1의 목표는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의 만남을 통해 인격을 함양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가 이 학교로 전학온 지 5일 만에 지금의 학교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아이의 자아에 너무 큰 상처를 입히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구성원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비인격적인 관계만 유지되는 그런 학교생활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저희 아이를 학교에서 나오게 하였습니다. 귀 중학교의 발전을 기원하며, 그동안 저희 아이를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뚱몰이 때는 오돌이 때의 경험을 거울삼아 되도록이면 학교와 부드럽게 문제를 풀고자 노력했습니다. 담임 선생을 만나 부모의 입장으로서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아이가 학교 다니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잠시 학교를 벗어나게 해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요. 담임 선생이 잘 이해해주어서 취학의무 유예신청서를 써내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이 났습니다. 신청서에도 학교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어 썼지요. 취학의무 유예는 1년씩 가능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다시 연장하여야 하지만 뚱몰은 1년이 지나기 전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기 때문에 검정고시 합격증을 학교에 제출하는 것으로 학교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습니다.
 
6. 아이들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요?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집에서 공부하면 아이들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회성’에는 대개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거나 적당히 남과 타협하는 것에 능한 것을 사회성이 좋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는 힘(또는 경쟁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를 놓고 개인의 사회성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진정한 사회성이란 자기 자신과 바른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물들, 더 나아가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에서 통용되는 ‘사회성’의 잣대는 아주 협소하거나 왜곡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능력’으로 포장되곤 하는 경쟁심은 가장 반사회적인 덕목이 아닐까요?
홈스쿨링을 하면 다양한 성향과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을 탐색할 시간과 기회가 많아집니다.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나와 다른 존재를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저는 홈스쿨링이야말로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7. 홈스쿨링의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부쩍 성숙해지지요. 부모는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우게 되고요. 가족 구성원 전체의 성격이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지는 것도 놀랄 만한 변화입니다. 공부 면에서 보자면 홈스쿨링이 학교 공부보다 훨씬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배움에 대한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높습니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도 공부에 더 열심이지요.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독서와 체험학습이 가능하며,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짤 수 있는 것도 홈스쿨링의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학교’라는 이름으로 강요되었던 것들-시험, 성적, 규칙 같은-에서 아이들이 해방되고, ‘학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서 앗아갔던 각자의 개성과 재능과 권리를 아이들이 다시 향유하고, 그리고 경쟁하지 않고도 사는 법을 모색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홈스쿨링의 좋은 점일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홈스쿨링을 하면서 가족의 유대감이 돈독해졌다는 것입니다.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으니 자연히 서로에 대해서-감춰 두었던 비밀을 물론이고 평소에는 몰랐던 더러운(?) 성질까지 속속들이-잘 알게 되고 서로의 본전이 다 밝혀지고 나니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자신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은 인간들이지만 밑바탕에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고 애쓰고 최소한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자 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게 되면서 신뢰감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볼 장 다 본(?) 사람들끼리만 가질 수 있는 동지의식, 또는 희망일 수도 있겠지요. 여하튼 그런 마음들이 저희 가족을 끈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대로 ‘믿음 공동체(Circle of Trust)’가 된 것이지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민감할 시기라 할 수 있는 사춘기의 두 딸과 맺은 친밀감과 경험의 공유는 저와 아이들이 평생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것은 저희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8.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었나요?
학교에 보내건 보내지 않건 간에 자식의 미래가 탄탄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일 겁니다.(무엇이 탄탄한 미래인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런데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안의 끈을 가만히 잡아 당겨보면 그 끝에는 흔히 ‘믿음의 부재(不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앞날을 불안해하는 것만큼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가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덜 느끼는 것은 부모를 그만큼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홈스쿨링은 스스로 선택했지만 부모가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주고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결국 아이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믿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자신을 믿는 것보다 학교를 믿는 것이, 관습을 믿는 것이 더 편하고 쉬운 세상살이에 쫓겨 우리는 어느새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본능적인 직관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홈스쿨링이 아이를 위한 교육 방법의 하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면서 저를 위한 교육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를 믿고,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고 오늘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은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이가 어느 자리에 있건 간에 부모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아이의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9. 부모가 잘 가르칠 수 있는지요?
사회성의 문제 다음으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홈스쿨링 초기에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이 혼자 공부하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지요(특히 뚱몰의 경우에). 그래서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야단도 치고, 협박도 하고, 적당히 회유도 해가면서 공부를 시켰습니다. 학교 선생님처럼요. 그런데 제가 가르칠 때마다 아이도, 저도 서로 감정이 상한 채로 공부가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아이와 저 사이에 지식을 매개로 한 권력관계가 작동한 것이 주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단지 엄마의 의견을 듣는 것인데, 저는 ‘나는 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너는 내가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한 치의 의심도 갖지 말고 믿어라’ 하고 윽박질렀으니까요. 아이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거부했고, 아이의 거부감은 배움에 대한 호기심의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아이는 가령 ‘1 더하기 1’ 같은 간단한 문제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엄마는 ‘어떻게 이걸 모를 수가 있니?’ 하고 점점 더 화를 내고, 아이는 주눅이 들어서 더 헤매고…. 몇 번의 악순환 끝에 저는 홈스쿨링이 가정을 학교로 삼아 부모가 교사 노릇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정이 학교라는 틀로 변하고 부모가 선생님 역할을 하는 순간, 우리가 그토록 치를 떨었던(?) 학교의 온갖 모순과 억압과 불합리가 가정 안에서 그대로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 뒤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이 혼자 공부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대신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엄마의 도움을 구하기로 약속했지요. 한데 거의 물으러 오지 않더군요. 악몽(?)이 되풀이될까봐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분명히 모르는 게 있을 텐데…’ 걱정이 되긴 했지만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저러는 거겠지. 때가 되면 다 이해할 거야’라고요.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학과 공부에 관해서는 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겠지만 그 밖의 다른 부분들에서는 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셈이지요. 아이들과 친밀해지면서 저와 남편의 인간관계, 사회적인 처신, 경제 상태 같은 것들을 아이들도 알게 되었는데, 저희 부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이들의 충고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는 달리 순수하고, 기본에 충실하고, 공평한 시선으로 세상을 봤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것이 더 옳다는 걸 인정해야 했지요.
홈스쿨링을 할 때 가족 구성원들의 학력이나 성, 연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기가 가진 것을 같이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할 뿐이지요. 이제 저는 ‘가르친다’는 말을 ‘함께 나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가르침은 ‘일방적인 강제’일 수 있지만 나눔은 ‘자발적이고 쌍방적인 의사 교환’이기 때문입니다.
 
10. 오뚱이네만의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시간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여행을 하고 이런저런 공연도 보러 다니고, 전시회장이나 미술관도 돌아다녔지요. 여행은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화 체험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먼 곳으로 떠날 필요는 없겠지요. 아이들이 일상에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일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와 무관해 보이는 세상사가 결국엔 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겠지요.
저희 식구들이 함께 한 일들로는 저녁 운동과 자기 전에 돌아가면서 영어 성경 읽기, 주말에 영화 보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기에 오히려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마다 관심 있는 분야(뚱몰은 영화, 오돌은 고고학, 저는 여성학, 오돌 아빠는 과학)의 쉬운 이론서나 자료들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 밖의 것으로 오돌이는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책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봉사 활동이지요)을 했고, 오돌과 뚱몰이 함께 동네 초등학생들과 영어 동화 읽는 활동을 했습니다. 오돌이 대표교사고 뚱몰은 분위기 띄우는 역할을 하는 새끼선생(?)이었는데 자신들의 모토, ‘즐겁고 재미있는 공부’를 실현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반응도 좋았고 그 일로 약간의 용돈도 벌었지요.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가장 미흡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노작교육입니다. 음식 만들기라든지 옷 만들기, 공예나 목공 또는 텃밭 가꾸기 같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를 자기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말입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고, 자연과 교감하고, 세상의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이런 교육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시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 이 부분을 한번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은 쉬 잊혀지고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는 게 세상사지요. 홈스쿨링도 예외는 아니라서 이야기를 쭉 풀어놓고 보니 홈스쿨링에 대해 좋은 말만 썼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저는 홈스쿨링이 누구에게나 최선의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저희 아이들에게는 최적의 교육 방법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최적의 교육 방법을 넘어서 저희 가족에게 최적의 삶의 양태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최적의 조건이 최선이 될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이 최선이다’ 또는 ‘홈스쿨링이 최선이다’는 틀에 우리 자신을 가두지 말고 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늘 품고 산다면 언젠가는 각자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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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홈스… 2011-09-19 (월) 11:21 6년전
믿음의 부재(不在)라는 말이 참 와 닫네요. 제가 지금 불안해 하는 끈을 잡아 당겨....믿음을 정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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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 2011-10-08 (토) 08:33 6년전
많은도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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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2011-11-30 (수) 20:08 6년전
저는 중등호스쿨을 마치고 고등홈스쿨을 해야하는 시기에 아이를 학교에보낼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중에 있는 맘입니다. 친구들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지요. 근데 오뚱이네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길을 선택한 것이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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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인 2011-12-03 (토) 23:44 6년전
읽는동안 행복했습니다. 저도 꿈꾸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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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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