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영성―⑤ 미디어와 영성] 무조건 차단보다 활용 매뉴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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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영성―⑤ 미디어와 영성] 무조건 차단보다 활용 매뉴얼 필요

임종원 0 2,296 2007.08.21 07:17
[생활속의 영성―⑤ 미디어와 영성] 무조건 차단보다 활용 매뉴얼 필요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김익상(분당우리교회 집사·52)씨. 그는 TV 프로그램을 선별 녹화해놓은 뒤 교육자료로 적극 활용한다. 주로 녹화하는 프로그램은 ‘위험한 밥상’ ‘기독교 1000년사’ 등 시사교양물. 온 가족이 함께 녹화물을 보고 토론하는가 하면 부인 엄영란(47)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의 교사와 원생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제공한다. 현재 DVD 교육용으로 만들어놓은 CD가 400여장에 달한다. 김씨의 아들인 태형(17)군은 홈스쿨 등 기독교교육 관련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주최측에 양해를 얻어 전체 강의내용을 녹화한 뒤 DVD용으로 제작,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급해준다. 현재 태형군의 미디어 제작 수준은 준프로급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가정 주부 이영은(42)씨. 사회의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정성껏 의견을 올린다. 악플의 폐해를 줄이려면 선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봉사단이 납치된 직후 악플이 쏟아지자 그는 “아무런 대가없이 힘든 곳에 봉사하러 가는 사람들을 비난한다면 사회의 정의는 세워질 수 없다”는 글을 올려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그는 “정성을 다한 선플 하나가 악플 1000개를 이긴다”며 “악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아 자살하는 연예인도 있었지만 따뜻한 선플 하나를 만난다면 절망의 구렁텅이를 헤쳐나갈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위의 사례처럼 기독교의 영성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TV·컴퓨터 등) 금식 및 절제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온 가족이 격일 또는 며칠을 주기로 집안의 미디어를 절제해 사용하지 않으면 자기조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팻머스문화선교회는 기독인들이 대중문화를 제어할 수 있는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TV·컴퓨터·휴대전화 문자 등 미디어를 굶는 문화금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매년 미디어 금식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문화전문가들은 무분별한 TV 시청이 아이들의 뇌 형성 및 정서발달을 저해시킬 뿐 아니라 가족간 대화를 단절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디어 의존도를 더욱 높이게 되면 ‘인스턴트식’ 지식은 늘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TV나 컴퓨터 없이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디어 환경에 너무 노출되면 하나님을 가까이 하기 위한 기도와 말씀 묵상에 전념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문화전문가들은 미디어를 잘 사용할 경우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삶을 황폐케 한다며 미디어 바로보기 교육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점식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미디어가 오락이나 학습, 신앙생활의 보조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하나님과의 철저한 대면 속에 이뤄져야 하는 QT나 예배가 거룩함을 잃어버리기 쉽다”며 “미디어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태화 안양대 교수는 “미디어 생산자가 균형감각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성·선정성·왜곡된 정보를 소통하게 되면 진실이 오도된다”며 “교회가 미디어를 올바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계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의 부작용을 무조건 차단하려고 하면 기독인이 사회와 유리되고 문화의 변혁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어렵다. 교회는 기독인의 미디어 활용 매뉴얼을 만들 뿐 아니라 신학교나 교회교육 과정에 문화와 미디어 등의 과목을 개설,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한 전문 미디어 사역자들을 배출해나가야 한다. 갓피플 등 기독교 포털사이트들이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칭찬 격려성 댓글인 ‘선플달기’ 운동을 병행해나가야 한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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