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변한 내 아이… '뜻대로' 존중하되 '멋대로' 방임은 안돼

홈스쿨기사



낯설게 변한 내 아이… '뜻대로' 존중하되 '멋대로' 방임은 안돼

보아스 0 1,948 2015.01.13 12:01

[毒親의 덫에서 벗어난 부모들]

-아들의 자퇴 허락한 아버지
"네 생각이 우선, 뜻대로 하되 결정엔 책임져야 한다" 조언

-자신의 문제를 인정한 엄마
학원·과외에 지친 아들 "엄마 죽이고 싶다" 폭발… 서로 인정하자 갈등 풀려

성장기 자녀의 성적 부진과 탈선 같은 뜻하지 않은 일탈을 마주한 부모들은 '내 아이가 왜?'란 당혹감부터 갖는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가 어느새 '남의 아이'처럼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다. 본지가 자녀에게 해가 되는 부모, 즉 독친(毒親)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지난 11월 20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 '내가 모르는 내 아이' 시리즈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은 "많은 부모는 자녀 일탈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부모 스스로 아이에게 '독친'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빚다가 파국을 맞는 가정이 많지만 자식을 이해하고 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독친의 덫'에서 벗어난 부모 사례도 적지 않다.

'김철민·정한' 부자(父子)

"아빠, 학교 그만두면 안 될까요?"

김철민(51)씨는 10년 전 아들 정한(24)씨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들이 왜 저러나 하는 생각보다 주변 시선이 더 걱정되더라"고 했다. 친척과 지인들은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걱정을 쏟아냈다.

김철민(좌)·정한(우)씨 부자가 정한씨가 재학 중인 서강대 교정을 함께 걷고 있다.
김철민(좌)·정한(우)씨 부자가 정한씨가 재학 중인 서강대 교정을 함께 걷고 있다. 아버지 김씨는“정한이가 중학교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네 뜻대로 하되 결정에 책임을 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정한씨는 초등학교 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자 벽에 부딪혔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처음엔 명랑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로 봐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은 아이로 보더란 것이다.

결국 정한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자퇴를 결심했다. 김씨는 고민한 끝에 '정한이 생각이 우선'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자퇴를 허락했다. 김씨는 아들에게 "너의 선택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을 순 없다. 무모한 선택이란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책임 있게 고민하라"고 말해줬다. 학교를 벗어난 정한씨는 홈스쿨링을 받으면서 틈틈이 필리핀 등지를 다니면서 환경 보호 캠프 등에 활발히 참여했다. 고교 과정의 대안학교를 거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정한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각종 단체에서 청소년 멘토 활동도 하고 있다.

아버지 김씨는 "남들은 마음고생이 많았겠다고 위로하지만 아들이 내 속을 썩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들 뜻을 따른 건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가 '별종(別種)'일까. 그는 아이와 대화를 많이 갖는 편은 아니었다. 대신 평소 아이와 교감하려고 애썼다.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한 날은 아들 방에 들어가 흐트러진 옷가지를 옷걸이에 걸어주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건물 옥상을 생태 마당으로 바꾸는 환경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들에게 왜 사업을 하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부모의 삶에 대해 아이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부모들이 인생 후반부에 아이와 교감하며 잘 지내려면 일찍부터 아이의 시선에 맞춰 교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숙·상호' 모자(母子)

강미숙(41·가명)씨와 상호(14·가명)군 모자는 얼마 전까지 혹독한 '전쟁'을 치르다 화해를 모색해가는 중이다.

아들의 학원 스케줄 짜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일 정도로 아이 공부에 모든 것을 걸었던 엄마 강씨, 중학교에 진학해 '자살 고위험군' 평가를 받은 아들 상호는 지난 1년간 '서로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갈등을 겪었다.

[내가 모르는 내 아이] [9] 낯설게 변한 내 아이…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상호는 중학교에 들어가 벼랑 끝까지 갔었다. 학교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이란 진단이 나왔고, 학교에선 "전문 의료 기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씨에게 통보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학급 반장을 하고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던 아들이었다. 강씨는 아들의 문제를 일시적인 일로 치부했다. 오히려 학원과 과외 수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럴수록 아들의 성적은 더 떨어졌고, 결국 3~4달 뒤 아들의 책과 노트에선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파국을 향해 치닫던 모자 관계는 '서로를 인정하자'고 한발 물러서자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씨는 "초등학교 때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아들이 왜 엄마를 그렇게 미워하게 됐는지 아직 다 이해하진 못했다"면서 "공부로만 내몰았던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솔직히 인정하니 아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부르겠다고 해도, 나중에 모델이 되겠다고 해도 강씨는 '아들이 원하는 것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상호는 "커서 가수가 될지, 모델이 될지 아직 정한 건 아니지만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도 화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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