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홈스쿨링, 농-스코(Non-Sco)

홈스쿨기사



파리의 홈스쿨링, 농-스코(Non-Sco)

보아스 1 2,464 2015.03.24 09:46

프랑스의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를 어떤 식으로 양육할까? 먼저, 프랑스에는 ‘홈스쿨링’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집에서는 공부 이외의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학교 안 보내기(농-스콜라리자씨옹: Non-Scolarisation, 이하 ‘농-스코’)’ 또는 ‘진짜 성장시키기(앙스트뤼르: Instruire)’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프랑스의 ‘농-스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9년. ‘LEDA(Les Enfants D’Abord : 아이들 먼저)’라는 단체가 설립된 이후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아이들 1천1백만 명 중 3만 명이 ‘농-스코’를 통해 자란다. LEDA의 웹사이트에는 농-스코의 장점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고 있다. 첫째, 부모 둘 중 한 명의 수입으로도 가능하다. 둘째, 학교의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셋째, 학교에선 교사가 1인당 30명을 지도해야 하지만, 가정에선 훨씬 적은 수의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다. 넷째, 평균 이상의 아이들에게 맞추어진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생활 리듬과 개성을 고려한 맞춤식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농-스코’를 지향하는 부모들은 아이들 개개인마다 생활 리듬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는 맞춤 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농-스코’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미술관 탐방, 음악과 함께하는 단체 게임, 춤과 서커스 등이 있다. 일반 예술, 문예 창작 등과 연관된 단체들이 정기 프로그램을 ‘농-스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 등록해 10~20명의 인원으로 함께 참여하는 식이다. 학교에 가지 않아 자칫 또래와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전직이 지리 교사였던 클라우디아 르노씨는 세 딸, 오리안(Auriane, 10세)과 롤린(Loline, 8세) 그리고 릴라(Lila, 5세)를 ‘농-스코’로 키우고 있다. 이들 부부는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에선 ‘기본’이라고 일컬어지는 알파벳 습득과 수학 등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그저 책을 읽어주었을 뿐인데도, 큰딸과 둘째 딸은 스스로의 힘으로 여러 가지 것을 익혔단다. 물론 ‘농-스코’ 단체에서 내놓은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워가면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우리가 빼앗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뭔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건 부모의 희망이지, 아이들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농-스코’를 하면서 르노씨 부부에게 방침이 있다면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자’이다. 본인에게 맞지 않아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고통이라는 것이다. 자녀들의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부부의 생각이다. “절대로 학교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는 없어요. 단지 아이들에게 맞는 학교를 못 찾았을 뿐이죠. 그렇지만 아침에만 자유롭게 지내고 나머지 시간은 ‘농-스코’ 단체의 프로그램에 따라 미리 계획해서 매일 참석해요. 언젠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그땐 학교에 보낼 생각이에요.”

 

프랑스인들이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것은 이처럼 아이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농-스코’ 덕분이 아닐까?

 

Comments

icetea 2017.03.15 16:45
한국에도 농스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홈스쿨을 보완할수있는 모임이 활성화 되면 좀 부모가 좀 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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