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잡는 엄마표

자녀양육정보


아이 잡는 엄마표

네아이아빠 0 903 2011.03.05 03:26
엄마가 아니라 입주 강사


부모2.0에 예전에 이런 사연이 올라왔다. 질문의 요지는 이렇다.
  • 올해 초2 올라가는 딸아이인데, 현재 수학3-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가 옆에 있질 않으면 잘 하려고 하질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든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원은 다니지 않고 다 엄마표입니다.
    조언 꼭 부탁드립니다.
답변을 드렸다. 답변의 요지는 이렇다.
  • 현재 엄마는 학원 강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초2 올라가는 아이가 현재 3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엄마가 학원을 대신해서 아이에게 선행을 해주고 있네요.
    따라서 말이 엄마표이지 실은 아이 입장에서 보자면 학원 선생님인 엄마를 둔 것입니다. 엄마가 학원 강사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아이는 엄마를 엄마로 보지 않고 학원 선생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공부할 때 엄마가 옆에 있으면 편해지기보다는 부담스러운 면이 더 강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을 엄마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원을 보내고 보내지 않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눈에 엄마 대신 24시간 함께 하는 입주 강사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학원 강사 역할을 대신하려 할 때 엄마표는 필연적으로 아이와 부딪치게 되어 있다.
엄마는 학교 선생님도 학원 강사도 될 수 없다. 그렇게 흉내낼 때 아이의 공부도, 엄마와 아이의 관계도 어긋나게 된다. 사실 대개의 엄마는 학원 강사보다 잘 가르치지 못한다. 게다가 걸핏하면 화를 낸다. 아이 입장에서 보자면 학원보다 엄마표가 더 좋을 이유가 없다.
엄마표 책을 읽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엄마표를 표방한 책의 핵심은 책에 나오는 ‘방법’에 있지 않고, 그 책을 쓴 사람의 ‘정신’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엄마표 성공 신화를 따라하지만 정작 주위에 성공한 사람이 드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원칙과 정신에 집중하라. 그 아이들이 어떤 교재를 보고,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정도는 내 아이의 현재 수준에 따라 내 식대로 바꿔야 하는 부분이다. 현상에 몰입할수록 본질은 멀어진다.

임춘애와 엄마표
요즘 강연 시작할 때 임춘애 이야기로 운을 뗀다. 86 아시안 게임 때 육상 800m, 1500m, 3000m에서 우승한 그 선수 이야기다.. 그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모두 안다. 육상 3관왕도 대단했지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라면’을 먹고 뛰었다는 스토리이다.
혹시 그때 여러분 중에서 임춘애가 먹은 라면이 과연 어떤 라면이었을까 궁금한 사람이 있었을까? 도대체 어떤 라면을 먹고 뛰었기에 하나도 아닌 세 종목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없었을까? 이참에 비싼 고기 반찬 대신 라면으로 육상부 급식을 바꾸자는 사람이 혹시 있었을까? 말도 안 되는 이런 일들이 실제 주위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엄마표’라는 이름으로.
임춘애는 라면을 먹고 뛰어서 우승한 것이 아니라, 라면을 먹고 뛰었는데도 우승할 정도로 열심히 한 것이다. 그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 그것이 곧 그녀의 훈련 정신이자 원칙이었다. 라면을 먹었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하나의 현상이었을 뿐이다. 사실 라면만 먹고 뛴 것도 아니다. 라면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 것이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확대되었다는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주목할 ‘꺼리’가 되니까.
엄마표를 표방한 책을 읽을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책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써놓은 카피에 현혹되면 큰 코 다친다. ‘상위 1%를 위한’, ‘수학 천재로 키우는’, ‘교과서로 만점 받는’, ‘영어 교육 매뉴얼’, 참으로 눈에 확 띄는 제목이다. 미끼다.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책만 읽는다고 우리 아이가 상위 1%가 되는 것도, 수학 천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교과서만으로는 만점을 받게 만들 수도 없고, 따라하기만 하면 그대로 되는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는 100가지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원칙이 중요하다. 100가지 방법을 담은 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버려라. 그대로 따라하다가 아이와 원수 질 일만 생긴다. 방법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 그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
 
자녀 교육은 결국 자기 수양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자녀교육이다.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바꾸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인의 지혜와 나의 경험과 각성에 의하면, 남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밖에 없다. 자녀교육의 전제 조건은 나를 통해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다.
자녀교육은 오히려 자기수양에 가깝다. 아이를 직접적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먼저 변하고 아이가 닮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순리다. 고리탑탑한 훈수가 아니라 가장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자녀교육서에서 다루는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따라서 자녀교육서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영혼의 처방전이어야 한다.
화 내지 않고 아이를 가르치는 법은 나중에 자세히 다룬다. 아이에게 쉽게 화를 내는 건 아이와 나 사이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우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눈에 띈다. 아이에게 쉽게 화를 내는 건 또한 너무 간절하기 때문이다. 너무 절박하면 쓰는 방법이 거칠다. 교육에서 적당한 거리는 필수다. 현미경으로 보기 눈이 아프면 망원경으로 봐야 한다. 현미경은 너무 크게 보인다. 아이의 빈 구멍만 확대해 보인다. 균형감을 가지려면 반드시 현미경 옆에 망원경을 두어야 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아이의 교육은 망친다. 현미경만 보면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고, 망원경만 보면 지나치게 무관심하게 된다. 교육은 그래서 어렵다.
이 강의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을 굳건히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일상적으로 아이를 지도할 때의 구체적인 방법도 이야기할 것이다. 강의를 다 듣고 난 후에 ‘그래서 어쩌라구?’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도 방법도 충실히 담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강의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칙, 그것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럴 때만이 구체적인 방법이 모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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