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뒤처지지 않을까 늘 조급한 부모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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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뒤처지지 않을까 늘 조급한 부모들께

네아이아빠 4 1,515 2011.06.21 22:11
3학년 때부터는 교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많이 어려워진다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되죠? 4학년 실력이 평생 간다고 하던데 어떻게 해야 하죠? 5학년 때부터 진짜로 어려워진다는데 학원에는 보내야 하나요? 벌써 6학년인데 이 실력으로 중학생이 되면 교과를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심심찮게 받습니다.

3학년 때부터 어려워진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 부모는 대개 1학년 때부터 기초를 잡기 위해 아이들을 닦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5학년 때 실력이 평생 간다고 믿는 부모는 4,5학년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량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상적인 학습지도 정보는 스포츠 신문 한쪽 구석에 실린 오늘의 운세와 다를 바 없습니다. 4,5학년 성적이 평생을 간다는 정보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지나친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말조심하라는 오늘의 운세를 보고 혹시 실수할까봐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많아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입니다. 1학년 때 잘하던 아이가 2학년 때 갑자기 어려워할 수 있고, 3학년 때까지 잘하던 아이가 4학년 때 갑자기 공부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어렵고,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 교과 내용이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매 순간이 마지막 기회가 되고, 매 순간 조급해집니다.

어느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입학할 때 수학 평균 수준이 1.8학년입니다. 이미 2학년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갖추고 입학한다는 거죠. 그러나 졸업할 때 아이들의 수학 평균 수준은 4.2학년에 불과합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공부한 양이 부족해서 6년 동안 겨우 3년치 정도의 실력밖에 쌓지 못한 걸까요? 학교와 학원, 학습지를 포함하면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공부를 한 셈인데 말입니다.

문제는 공부의 양이 아니라 조급함에 있습니다. 엄마가 조급해지는 순간이 바로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엄마의 조급함은 아이를 공부 조기 포기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는 공부에 그대로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짧은 가장 큰 이유는 영유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2,500년 전의 공자는 일흔 넘게까지 살았습니다. 그러나 열에 대여섯이 영유아 때 사망하면 평균 수명은 40세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것이 평균의 함정입니다. 초등학교 졸업 때 평균 수학 실력이 4.2학년 수준이라는 것은 결국 수학 조기 포기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는 중학교 이상의 수준을 가진 아이도 분명히 있겠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이 4학년 정도에서 성장을 멈춘다는 겁니다. 

초등학생의 공부 성장이 일찍 중단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의 부족에 있습니다. 피아제가 말한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은 눈에 보이고 조작하고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공부는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공부는 매우 어려워합니다. 우리나라 초등 교육과정은 전반적으로 5학년을 기준으로 ‘형식적 조작기’로 넘어갑니다. 대표적인 것이 분수의 등장입니다. 5학년에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이때 수학 포기자가 대거 나타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수와 분수의 차이는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이만큼이나 큰 것입니다. 1/2과 1/4의 뜻을 물어보면 곧잘 말하면서도 정작 딸기 반쪽과 사과 1/4쪽을 비교하라면 헷갈려 합니다. 자연수의 사칙연산과 분수의 사칙연산의 근본적 차이는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의 차입니다. 기계적으로 계산은 하지만 분수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푸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십중팔구 수학 실력이 여기서 멈춥니다.

대개 이 시기 엄마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할 뿐 둘러갈 줄을 모릅니다. 말로 ‘빠르게’ 이해시키기보다 ‘느리더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오히려 더 빠르고 확실합니다. 초등 교과과정은 5학년을 기점으로 ‘구체적 조작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구체적 조작기’에 머문 아이들이 많습니다. 2학년 때 분수의 개념이 나올 때부터 5학년 때 본격적으로 분수 연산을 할 때까지 사과를 많이 잘라본 아이가 수학을 잘합니다.

아이가 직접 과도를 들고 사과를 반 토막 내고, 그 사과를 잘라가면서 분수를 몸으로 경험하고 느낀 아이라야 분수와 친해지게 됩니다. 사과를 정성스레 잘라가며 1/2과 2/4와 4/8과 8/16이 같은 것임을 경험하는 동안 분수의 덧셈과 뺄셈 때 왜 통분을 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문장제 문제를 어려워할 때 문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우리 아이의 이름과 친구 이름으로 바꾸기만 해도 문제 이해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와 닿지 않던 것이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사과를 자르고, 수학 문제를 우리 아이의 생활과 직접 연관 짓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와 닿지 않는 문제를 와 닿게 고쳐주는 것, 이것이 초등 엄마표 학습지도의 핵심 기술입니다.

아이와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엄마가 학습지도 역시 매우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뜻이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될까를 늘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자녀교육 상담이나 강연 때마다 아이를 가르치기 전에 소통하는 법을 먼저 배우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ㅣ손병목ㅣ 부모2.0 대표 | 행복한 학부모 포털 부모2.0 www.bumo2.com 

Comments

인준짱 2011.09.01 16:21
세상의 보편적이다는 교육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을 갖는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시대입니다.
당근 2013.01.31 02:56
구체적 조작기...마음에 담아둡니다
SOHA 2013.07.09 02:57
블로그로 글을 옮겨갈 수 없는지요? 링크말고 본문그대로요~
약국 2015.03.12 12:31
네 소통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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