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교계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학교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교회학교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학교폭력의 가장 큰 이유는 ‘장난’
박상진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는 2일 오후 서울 영락교회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기독교적 진단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교회학교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교회학교 학생(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73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5~12일 실시했으며, 질문 내용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설문지를 참조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39.4%가 ‘장난’이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이 이유없음(22.2%), 오해와 갈등(11.2%)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죄의식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학교폭력의 피해 경험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니, ‘집단 따돌림, 괴롭힘, 왕따’가 9.9%로 가장 많았다. 홈피 욕설과 악성댓글 혹은 휴대전화 폭력 등의 사이버폭력(8.5%)과 금품갈취(8.4%)가 뒤를 이었으며,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 △신체폭행 △성추행 및 성희롱 등 성폭력 △빵셔틀(빵을 사오게 시키는 것)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피해 학생들을 극단적인 생각으로까지 몰고 간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 응답자 중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13.5%(전체 응답자의 2.6%)가 ‘있다’고 대답했다. 학교 등교 거부에 대한 충동을 느낀 학생도 22.1%(전체 응답자의 4.1%)로 조사됐다.
박상진 교수는 “교회학교 학생들 중에도 학교폭력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교회학교 차원에서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교회학교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교회 내 왕따 가해자, 피해자보다 더 많아
교회학교 학생들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5%를 넘지 않는 낮은 비율이었지만,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왕따’의 경우는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이 13.1%로, 앞서 살펴봤던 피해 경험 비율(9.9%)보다 높게 나왔다.
이에 박 교수는 “적어도 따돌림 영역에서만큼은 교회학교 학생들이 피해자의 입장보다 가해자의 입장인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내가 알고 있는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 가운데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도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학생이 21.7%였다. 이러한 수치는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학교폭력에 가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의 반응으로는 목격 경험이 있는 응답자(393명) 중 절반가량(50.9%)이 ‘모른 척한다’고 답해, 학교폭력의 피해가 은폐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이유에 대해 응답자(356명)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9.5%) △‘개입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22.2%)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21.6%) 순으로 답했다. ‘관심이 없어서’란 응답도 20.5%를 차지했다.
학교폭력 주제 설교와 성경공부 활동 미진해
학교폭력에 대한 교회학교 교육의 실태는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간 학교폭력에 대한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 학생은 44.9%로 나타났으며, ‘없다’고 답한 학생은 48.8%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성경공부 활동의 경우는 ‘있다’가 21.5%, ‘없다’가 71.9%였다.
이는 학교폭력의 실태가 점차 심각해지고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이를 예방하고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할 교회의 대응 노력은 매우 미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 땅의 교육에 대한 진정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할 책임이 있으며, 대안적 기독교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며 “부모가 자녀교육의 주체임을 깨닫고 가정에서 신앙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가정교육 회복 운동에 앞장서고, 기독학부모공동체를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회학교 차원에서는 △학교생활과 연계된 교회교육 △성품교육과 제자훈련 교육 △교회학교 교사의 멘토링 △기독교 미디어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